영업정지 내려도 수주는 계속…소송에 멈춰선 제재 실효성

영업정지 내려도 수주는 계속…소송에 멈춰선 제재 실효성

배규민 기자, 윤지혜 기자
2026.10.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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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신안산선, 新안전선 될까 ④

[편집자주]  지난해 붕괴사고로 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신안산선 광명구간 공사가 약 1년 반 만에 재개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전면 재시공'을 약속했지만 주민 불안은 여전하다. 사고에 따른 행정처분과 주민보상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신안산선 개통까지 남은 과제와 사고 후 쟁점을 짚어본다.
주요 건설사 붕괴사고 관련 영업정지 진행 상황/그래픽=이지혜
주요 건설사 붕괴사고 관련 영업정지 진행 상황/그래픽=이지혜

신안산선 광명구간 붕괴사고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이 연내 내려지더라도 실제 영업정지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을 얻어내면 소송기간 중 신규 수주와 입찰을 계속할 수 있어서다. 대형 붕괴사고 이후 수년이 지나도록 제재가 집행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을 막겠다는 처분의 취지가 약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안산선 5-2공구 붕괴사고와 관련한 포스코이앤씨 행정처분 절차는 2차 심의까지 진행된 상태다. 세 차례 심의와 사업자 청문을 거쳐 연내 처분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현재 청문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영업정지 여부와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처분 절차는 지난 4월 국토부가 발표한 사고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조사에서는 터널 중앙기둥의 하중을 실제보다 작게 계산한 설계오류와 안전점검 미실시, 균열관리 부실 등이 확인됐다. 당시 국토부는 설계·시공·감리 주체별 과실에 따라 영업정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처분이 내려져도 곧바로 신규 영업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건설사가 취소소송과 함께 신청한 집행정지를 법원이 받아들이면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다. 기존 계약에 따른 공사는 영업정지 중에도 계속할 수 있는 만큼 신규 계약과 입찰 제한이 언제 시작되는지가 제재의 실효성을 좌우한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대표적이다. 2022년 1월 사고 발생 후 4년 9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영업정지는 집행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에 영업정지 총 1년을 부과했으나 앞서 8개월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진 데 이어 해 1월 나머지 4개월 처분도 집행정지가 인용됐다. 그 사이 IPARK현대산업개발은 취소소송을 이어가며 신규 수주와 입찰을 지속하고 있다.

GS건설 역시 2023년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3년 5개월이 지났지만 신규 영업 제한은 시작되지 않았다. 국토부가 2024년 2월 영업정지 8개월을 부과했으나 법원이 같은 해 3월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이후 취소소송이 이어지면서 처분의 집행도 미뤄진 상태다.

집행이 유예된 뒤 처분 자체가 취소된 경우도 있다. 서울시가 검단 사고와 관련해 GS건설에 별도로 내린 품질시험 불성실 수행 관련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의 경우다. 지난해 1심에 이어 올해 8월 항소심에서 GS건설이 승소하고 이에 서울시가 상고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취소가 확정됐다. 소송 중인 국토부의 8개월 처분과는 별개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 사고조사 결과와 전문가 청문 등을 토대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법률대리인 검토 결과 상고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과 소송 실익이 낮다고 판단해 상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집행정지는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권리구제 절차다. 그러나 제재가 장기간 유예되는 동안 기업의 안전관리 개선을 어떻게 담보할지는 과제로 남는다.

전문가들은 소송을 거치면 제재가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경험이 반복돼 기업이 안전투자보다 법적 대응에 집중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정부가 제재해도 소송으로 가면 흐지부지된다는 학습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인명피해가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더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의 소송 대응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법무조직과 대형 로펌을 통해 지속해서 대응하는 반면 행정기관은 순환보직으로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행정기관도 처분을 뒷받침할 법적 논리와 증거를 정교하게 갖춰야 한다"며 건설안전 관련 처분 소송을 전담하는 조직을 마련해 실제 제재 이행까지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처분의 법적 근거부터 충분히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망사고 이후 비난 여론을 반영해 무거운 제재를 내리더라도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재판에서 유지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건설 분야 전문 법무법인의 한 대표변호사는 "행정기관의 패소를 법무 역량의 차이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사고에 대한 비난 여론과 별개로 해당 수위의 영업정지가 법적으로 가능한지 면밀히 따져 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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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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