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자산 부실로 펀드 만기 상환이 지연되고 평가가치가 반토막이 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를 신한은행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품은 하나은행이 판매해 문제가 된 것과 기초자산이 같아 손실 여부가 주목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2018년 5월 만기 2년2개월짜리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를 127억원 어치 팔았다. 만기일은 오는 7월20일이다. 펀드의 기초자산은 하나은행이 판 상품과 동일하다.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방정부에 청구할 의료비를 매출채권으로 만든 것을 현지 특수목적회사(SPV)가 인수하고 또 다시 미국계 자산운용사 CBIM이 사들여 상품으로 만들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JB자산운용 등 5개 운용사와 계약을 맺고 상품을 판매했다. 신한은행은 상품을 들여온 NH투자증권과 DB자산운용을 거치면서 탄생한 파생결합증권(DLS)을 판매한 게 차이점이다.
은행권에서는 기초자산이 같아 신한은행 역시 고객들의 손실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본다. 하나은행이 팔았던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는 펀드 만기가 25개월~37개월이지만 실상은 6~7년 이상 지나야 받을 수 있는 매출채권들이 기초자산에 섞여 있었다. 게다가 CBIM이 장기 채권을 시장할인율(15~25%)보다 높은 가격(평균 할인율 7~8%)에 사들인 것도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하나은행은 2019년 판매한 9개 펀드, 1188억원 투자금에 대해 고객들에게 두 가지 보상방안을 내놓으며 수습에 나선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펀드 증권의 기준가격 상당액이나 손해배상금을 고객들에게 지급하고 증권들을 이전받는 방안 △투자원금의 50%를 가지급금으로 먼저 지급하고 훗날 정산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신한은행도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의 손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하나은행의 조치를 주시해 왔다. 신한은행은 2018년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를 99억원 어치 판매해 누적수익률 5.6%라는 실적으로 펀드를 조기 상환했다. 당시엔 라임자산운용이 CBIM이 아닌 다른 곳으로부터 상품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만에 하나 만기가 연장될 경우 자산 실사 후 손실금을 확정하고 운용사와 시시비비를 가린 뒤 고객 보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을 생략하고 고객 보상에 나선 하나은행의 선례로 인해 신한은행의 운신 폭은 좁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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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직 만기일이 두 달 정도 남아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운용사와 정상적으로 자금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