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블루스' 2013 우리의 자화상
직장인들의 애환, 일과 삶의 균형, 사내정치, 출퇴근 고충, 휴가, 성과급 등 현실적인 고민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현대인의 직장 생활을 생생하게 조명합니다.
직장인들의 애환, 일과 삶의 균형, 사내정치, 출퇴근 고충, 휴가, 성과급 등 현실적인 고민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현대인의 직장 생활을 생생하게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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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요? 제가 육아휴직을 쓴다면 가질 수도 있겠죠. 아내가 다니는 회사는 여성도 육아휴직을 가기 힘든 분위기인데다 아내 직위와 연봉이 저보다 높아 제가 육아휴직을 쓰는 게 더 가능할 법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 회사에서도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쓰기는 눈치가 보여요. 다른 부서에서는 누가 육아휴직 갔다는 말도 들리기는 하는데..." A전자업체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이민상씨(34·가명)는 둘째를 갖겠느냐는 질문에 말문을 흐렸다. 2년 전 첫째 아들을 본 직후만 해도 "얼른 둘째 딸 낳고 싶다"던 이씨였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녹록하지 못했다. 첫째 출산 후 아내가 육아휴직을 쓰지 못해 골머리를 앓았다. 둘째 출산 후에도 아내가 육아휴직을 가기 힘들 텐데 그 때 부터는 지옥이다. 장모님은 조카를 돌보느라 여력이 없다. 이씨 어머니는 4년 전 돌아가셨다. 결국 이씨 본인이 육아휴직을 가야 하는 상황. 이씨의 회사는 명목상 1년 육아휴직을 남성 근로자에게도 허용해 주지만 쓰는 사
"자기야. 내 친구 아영이라고, 자기도 알지? 걔가 이번에 의전(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했더라고. 요즘 주변에 왜 이렇게 전문직 시험 붙은 애들이 많은 거야. 바짝 2년 하면 다 되는가봐. 나도 더 늦기 전에 시험이나 한 번 쳐볼까?" 결혼 2년차 주부이자 제약회사 영업부서에서 일하는 주민아씨(30·가명). 주씨는 저녁 자리에서 남편 박상준씨(33·가명)에게 그동안 가슴 속에 담아둔 고민을 털어놨다. 사실 박씨는 아내가 오래 전부터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걸 눈치 채고 있었다. 사랑스런 아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박씨도 "OK, 콜!"을 외치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지만 아직 '억소리' 나는 전세대출금, 머지않아 2세 계획도 있는 부부에게 외벌이 삶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우리 좀 더 고민해 보자." 박 대리는 이렇게 대답하면서도 이미 아내의 마음이 굳어있다는 걸 알았다. 박 대리가 봐도 우리나라 직장에서 여성이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여성비율이 현저하게 줄
학창시절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쾌활한 성격이었던 정 대리는 입사 이후 성격이 변했다. 말수가 줄고 매사에 무기력해졌다. 얼굴 표정에도 나타나는지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들로부터는 "무슨 일 있느냐?"는 말을 대여섯 번이나 들었다. 정말 병원에 가봐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이 계속되는 날이 점점 늘어갔다. 서울 토박이인 그가 취업 후 지방에 내려온 지 4년 만에 일어난 변화다. 처음 1년 동안은 괜찮았다. 졸업하자마자 전공을 살려 취업에 성공했고, 일을 배우다보면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한 번에 붙었다는 자부심과 함께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월급을 볼 때면 참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직원 전용 셔틀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친구들을 만났다. 주말마다 여행 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지방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느새 위기가 닥쳐왔다. 일단 일찍 퇴근해도 할
"부서가 다르고 하는 일이 달라도 회사에서는 사내 결혼한 두 사람을 한 세트로 봅니다. 그래서 승진할 때 한 사람이 누락되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에요."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이수영씨(가명·28)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다. 예비 남편은 옆 부서에서 일하는 최현수씨(가명·32). 이들은 3년차 사내커플. 이씨는 입사 초기에 퇴근길이 같았던 최씨와 자주 만나게 되며 자연스럽게 연애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연애사실을 회사 내에서 숨기려했지만 함께 있는 것이 동료들에게 들키면서 커플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숨기고 싶었죠. 가만히 있어도 관심의 대상인 신입사원인데, 일 할 생각은 안 하고 연애만 한다고 욕 할까봐 겁이 났었어요." 사내연애를 공개하니 좋은 점도 있었다. 먼저 몰래 만나지 않아도 됐고, 각박한 직장생활에서 서로 활력소가 됐다. 하지만 생활이 무료한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씨의 사내연애는 좋은 가십거리가 됐다. 동료들은 할 얘기가 없으면 괜히 이씨의 연애를
“내가 나중에 옆자리에 앉은 직장 상사처럼 될까봐 두려웠어요. 직장 그만두는 사람 대부분 이런 생각 갖고 있지 않을까요?” 직장인 K씨(27)가 퇴사를 결심하며 털어놓은 속내다. 그는 올해 회사를 스스로 떠났다. 그렇게 꿈꿔왔던 광고회사에 입사한지 3년만이었다. ‘광고쟁이’가 되기 위해 K씨는 대학부터 각종 스펙을 쌓았다. 해외연수에 인턴, 공모전까지. 졸업과 동시에 국내에서 손꼽히는 광고회사에 들어갔다. 대학 내내 상상했던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행복했다. 하지만 직장은 ‘상상 이상’이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광고회사를 상상했지만 회사는 여느 회사와 같이 수직적이고 경직돼 있었다. 할 일이 없어도 선배들이 있으면 밤까지 회사에 남아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말이 통하지 않아 ‘공공의 적’이 된 S선배가 문제였다. 회사 안팎에서 말이 안통하기로 유명한 S선배는 “왜 그것도 못하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또 전형적인 ‘내 덕 네 탓’ 스타일이었다. ‘일이 잘되면 자기가
대기업에 다니는 K모 차장은 요즘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투 잡(Two Job)을 하는 것도, 그렇다고 뒤늦게 고시 전선에 뛰어든 것도 아니다. 그를 하루에 4시간도 채 못 자게 만드는 주범은? 바로 ‘영어’다. “우리가 대학 다닐 때만해도 해외연수를 다녀오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어요. 입사할 때 토플이나 토익 성적표를 내긴 했지만 워낙 시험에 단련이 돼 있어서 점수는 잘 받았죠. 그렇다고 외국인하고 프리 토킹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K차장은 올해로 41살. 91학번인 그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만해도 캠퍼스에는 아직 이념투쟁이 남아 있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미국이나 해외로 나가는 대학생들이 많지 않았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것만으로도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는 것 같다보니 어학연수는 언감생심, 사치에 가까웠다. “익스큐즈 미, 캔 아이(Excuse me, Can I)…, 야 김 대리 전화 좀 받아 봐.” K차장은 오늘도 외국인에게 걸려온 전화를 후배 직원에게 돌
쉴 때는 확실히 쉬어야… '멍 때리는' 것도 방법 휴가를 의미하는 단어 'Vacation'은 '어떤 것으로부터 해방되다'라는 뜻에서 파생됐다. 자신을 옭아맸던 것에서 해방된 것처럼 자유스러움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모든 것에서 해방돼 관조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느새 누적돼온 스트레스도 쉽게 풀리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과연 어떻게 쉬는 것이 좋을까. "한국인은 쉴 줄 모른다"고 단언하는 이예선 한국여가평생교육연구소장은 '직장인들이 알차게 쉬는 세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1. 게으름의 권리를 충분히 누려라 이 소장은 수년전 프랑스에서 특이한 이벤트에 참여했다. 일주일가량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호텔에만 투숙해야 하는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이었다. 중간에 우연히 참여자들을 만날 때도 있었는데 6일 동안 씻지 않은 여성도 있었다. 며칠 후 마지막 날이 왔고 파티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 같이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특히 지저
"서연이의 첫돌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토요일 점심, 2년 전 결혼한 대학 후배의 딸 돌잔치가 끝났다. 김씨(남, 34세)는 씁쓸히 웃으며, 자연스럽게 회사로 차를 돌려 출근을 한다. 이제 개인적 볼일도 봤으니, 업무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대리 3년 차, 직장인 김씨는 외롭다. 집에서는 결혼하라고 성화지만 어렵게 사귄 여자 친구와는 교제한 지 석달 만에 헤어졌다. 한 달에 한두 번 만나기도 어렵고, 만나도 꾸벅 꾸벅 조는 남자친구라 연애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정보기술(IT) 분야 중소기업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IT회사는 365일 야근으로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우스개소리처럼 김씨는 지난 몇 달 동안 매일 야근했다. 그것도 모자라 주말 내내 회사에 나갔다. 연휴 때 하루 정도 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정도다. 나라에서 법으로 정한 근로시간은 주 40시간. 하지만 김씨가 다니는 회사는 주 80시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불평 한마디 못하고 당연시 여
"띵~동~." 또 시작인걸까. 나른한 토요일 오후 거실 소파에 누워 낮잠을 청하던 A전자업체 직원 윤나영씨(가명)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녀의 달콤한 낮잠을 깨운 정체는 바로 팀장님의 '카 카 오 톡'. 누가 보냈을까 설레는 마음도 없다. 평소 지인들과는 문자(SMS)나 전화통화로 연락하는 편이라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는 회사 팀원들과 그룹 채팅방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탓이다. 일단 무시하고 나중에 확인할까 약 30초간 고민했다. 그러다 이내 스마트폰을 열고 내용을 확인한다. 몇 주 전, 늦게 확인했다가 '재깍재깍 확인 안 하고 뭐하느냐'는 팀장의 히스테리가 떠 오른 까닭이다. 아니나 다를까. 윤씨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막상 확인해보니 내용은 별게 아니었다. "주말인데 날씨가 참 좋다. 나는 오늘 등산 왔는데 여러분은 뭐하고 계시나? 조만간 우리 팀원들과 함께 등산 한 번 가야겠어. 어떻게 생각해?"라는 팀장의 메시지. 이는 스마트폰에서 여러 명이 함께 대화할 수 있는 모바일
"어! 미국 증시 올랐네. 그럼 오늘 한국 증시도 좀 괜찮겠군." 국내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7년차 B 과장(33). 그의 하루는 미국 증시 마감 체크로 시작된다. 아침부터 반가운 뉴스에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책상에 놓인 컴퓨터를 켠다. 회사 홈페이지나 이메일을 체크하기 전에 HTS(홈트레이닝시스템)창을 먼저 띄운다. 네이트 메신저는 물론 증권가에서 쓰는 FN, 야후, 미쓰리 메신저도 동시 접속한다. 누군가 지나가면서 컴퓨터 화면을 볼 수도 있는 일. 주식 매매하는 현장을 들킬 순 없다. 직원들이 다가오는 발소리에 귀를 세우고 주식 매매 화면을 잽싸게 덮을 수 있도록 회사 홈페이지와 각종 업무 관련 사이트를 열어 놓는다. 이제 서야 일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가 끝났다. 일은 주식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에 맞춰 시작된다. "B 과장. 어제 말한 프리젠테이션 다 끝냈어? 가지고 와봐." 중요한 타이밍에 여전히 팀장은 B 과장을 찾는다. 야속하기만 하다. "저
"난 왜 이 모양이지..." 올해 35살인 강미선 씨. 유명 외국계 회사의 비서실에 근무하는 그는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에 신세 한탄을 털어놓는다. "힘내, 잘 될 꺼야"라는 위로의 말들을 뒤로 하고 "우리나라에 칙릿(Chick-lit)은 없어. 너만 힘든 게 아니고 다들 힘들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대표되는 칙릿. 이 뜻은 젊은 여성을 의미하는 속어 칙 (chick)과 문학(literature)을 결합한 신생 합성명사다. 주로 20,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다룬 소설의 주인공들은 유력지의 칼럼니스트(섹스 앤 더 시티), 유명 패션지 인턴(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 꽤 괜찮은 직업을 가졌을 뿐 아니라 화려한 외모까지 자랑한다. 특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인 인기 칼럼리스트 뉴요커 캐리와 패션지 협찬품을 입으면서 명품 패션쇼를 선보이는 안드레아(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