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도로명 주소'
도로명주소 도입 이후 내비게이션, 금융, 택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한 혼란과 불편, 시스템 미비 사례를 다룹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제도적 문제점을 짚어보고, 국민들이 겪는 실제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도로명주소 도입 이후 내비게이션, 금융, 택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한 혼란과 불편, 시스템 미비 사례를 다룹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제도적 문제점을 짚어보고, 국민들이 겪는 실제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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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주소 예찬론자였던 개인사업자 홍원석(58)씨는 얼마전부터 비판론자가 됐다. 도로명만으로 목적지를 찾다가 약속시간에 늦어 낭패를 본 경험 때문이다. 약속 장소를 찾으려고 모바일 내비게이션에 도로명을 입력했지만 검색이 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정확한 주소를 모르더라도 동이름만 입력하면 대략적인 위치를 찾을 수 있지만, 도로명만 입력하면 위치를 표시하지 못하는 오류다. 예를 들어 '내자동'으로 검색하면 위치 정보가 뜨는데 반해 '사직로8길'로 입력하면 검색결과가 나오지 않는 식이다. 홍씨는 "초성만 가지고 검색결과를 찾는 게 일반화된 요즘, 도로명주소를 사용하면 주소 전체를 입력해야만 검색 결과가 나온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며 "정부 정책에 호응하고자 도로명주소 활용에 적극적이었는데 아무래도 시기상조라는 비판을 받아들여야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내비게이션이 도로명주소로 활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위치 정보 전달에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주말마다 등산을 즐기는 김기덕씨(35·가명)는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기상청 동네예보 홈페이지를 접속한다. 도봉산·관악산 등 서울 지역 산들의 주말 날씨를 3시간마다 확인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최근 동네예보 홈페이지를 찾은 김 씨는 진땀을 흘렸다. 올해부터 도로명주소를 사용해야 한다고 해 일부러 산 근처 도로명주소를 알아내 예보를 보려했으나 확인할 수 없었다. 기상청 동네예보는 여전히 도로명주소가 아닌 기존 동(洞)을 기준으로 예보를 하고 있었기 때문. 애써 도로명주소를 알아냈던 김 씨는 한마디로 허탈했다. 올해부터 모든 공공기관이 도로명주소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지만 기상청은 기존 지번주소로 기상예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날씨를 알려주는 기상예보의 특성상 선형 개념의 도로명주소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게 기상청의 입장이다. 4일 기상청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기상청은 2008년 10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 3500여개 읍·면·동 단위를 포함한 4000여개 지역 날씨를
금융회사들이 올해 도로명주소 전면 시행에 앞서 고객 지번주소를 도로명주소로 자동 전환하는 시스템을 개발해놓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도로명주소의 잦은 변경으로 인해 지번주소와 미스매칭(불일치)이 발생하는 등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다. 정부가 도로명주소를 법정주소로 고시한 지 2년5개월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해 혼선을 빚는 것으로, 전형적인 졸속행정이란 비난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한화생명, 현대해상,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현대카드 등 대다수 금융회사는 거래정보나 잔액증명서 등의 우편물 배송에 기존 지번주소를 활용하거나 일부 도로명주소를 혼용해 쓴다. 이들 금융회사는 정부가 도로명주소를 법정주소로 고시한 2011년부터 5000만~1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전산 개발에 착수, 이미 도로명주소 전환시스템을 갖췄다. 금융권 전체적으로 시스템 개발에 사용된 비용만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도로명
#서울 거주 30대 직장인 최모씨(39세)는 설 연휴 기간 고향 대구를 방문하면서 예년처럼 아파트이름만으로 길을 검색했다. '범어우방1차'만 치면 내비게이션이 알아서 길을 안내해주는데 바뀐 길 이름과 번지수까지 외워야하나 싶다. 새 주소를 기억해도 내비게이션이 그대로니 무용지물. 지난 여름휴가 때 만원가량 내고 업그레이드를 했는데 또 하자니 비용도 아깝다. #서울 용산에 거주하는 두모씨(38세)는 성남 여수동에서 처가인 인천을 가다가 어이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도로 사이사이 샛길을 알리는 표지판은 붙어있고 정작 교차로의 방향예고표지판이 파랗게 비워져있던 것. 두 씨는 "도로명변경 때문에 없던 표지판을 만들고 바꾸는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 아니겠느냐"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판"이라고 말했다. 도로명 주소가 정식 변경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귀향·귀성길에서 도로명 주소는 철저히 외면됐다. 17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4000억원을 투입했다는 새 주소체계가 '그들만의 주소'로 전
"도로명주소에 큰 길 이름을 하나 더 넣는 것은 어떨까요?" "어차피 주소 봐도 위치 파악이 안되는데 우편번호만 바꾸죠." 도로명주소가 위치 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대안들이 많아 정부 도로명주소 관계자들도 관심있게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블로거는 도로명주소에 주요도로를 명기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도로명주소의 문제로 지적된 위치 정보의 한계를 인지도가 높은 주요도로를 함께 명기해 보완하자는 의견이다. 약 60㎞에 달하는 통일로의 사례처럼 도로 길이로 인한 위치 파악 혼란은 '종로○가'처럼 교차로에 숫자를 부여해 해결하자고 했다. 예컨대 서울시교육청의 도로명주소를 '종로구 송월길 52' 대신 '종로구 새문안로1가 송월길 52'로 표기하면 위치 파악이 수월해진다는 것. '길'보다는 '가'가 더 대중적이어서다. '○가'를 붙이는 기준은 도로명주소 기준과 같이 도로 시작점 남에서 북, 서에서 동 순으로 주요 교
서울 중구 남대문로 73에 위치한 명품관 '롯데백화점 애비뉴엘'.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옛 명동에 위치, 중국·일본 관광객뿐 아니라 백화점 내부에 영화관도 있어 하루에도 수만명이 오가는 대표적 쇼핑센터다. 새로 부여된 도로명주소가 어떻게 되는지 안전행정부의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www.juso.go.kr)에 '애비뉴엘'을 입력해 보니 검색이 되지 않았다. 철자가 잘못 됐나 싶어 '에비뉴엘'로 검색하면 충북 청원의 다른 건물이 검색됐다. 우여곡절 끝에 에비뉴엘의 영어 철자인 'AVENUEL'로 검색해서야 새 도로명주소를 얻을 수 있었다. 안행부 관계자는 "지번주소 자체가 영어로 등록돼 있어 그런 오류가 발생한 것 같다"며 "시행 초기여서 어려움이 있지만 주소체계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훨씬 더 편리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새 도로명주소를 고시한 지 1년6개월이 지났고 올해부턴 전면시행하다고 발표했음에도 많은 이용자가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
노련한 택배직원은 지번주소를 들으면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지며 위치를 정확하게 짚어낸다. 18년 동안 택배업무를 한 박남규씨(50)도 마찬가지다. "00번지요? 아, 거기 00세탁소 골목으로 들어가면 있는 빌라죠?" 고객과의 통화에서 단번에 위치를 알아낸다. 하지만 도로명주소를 듣는 순간 그의 머릿속은 하얘진다. 박씨는 "도로명주소는 아예 안쓴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송에 나서며 그가 손에 쥔 100여장의 송장 중 도로명주소로 표기된 것은 단 5장. 그것도 이미 지번주소를 검색해 적어뒀다. 택배 배송현장, 그곳에 도로명 주소는 없었다. ◇ 유명무실 도로명주소 = 설 연휴를 며칠 앞둔 지난 25일 취재팀이 찾은 서울 용산의 현대로지스틱스 지점. 평소보다 물량이 30% 늘어 하루에만 4000~5000개의 물량을 30명(1인당 130~170개)의 인원이 배송해야 했다. 하지만 우려한 만큼 새주소 체계로 인한 혼란은 없다. 이미 택배업체나 유통업체는 1~2년 전부터 도로명 주소체계를
#서울 양천구 목동○○로(옛 목동)에 사는 주부 정모씨(38)는 안전행정부가 운영하는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주소를 찾다가 스트레스만 쌓였다. 기존 주소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 두들겨봐도 '검색된 내용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아파트)5단지 △△동 □□□호'라는 주소를 사용했는데 이 주소명으론 새 주소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정씨는 포털을 붙잡고 한참을 씨름한 끝에 자신의 집이 '양천구 목동동로 350'(목동, 목동신시가지아파트)라는 것을 찾아냈다. 안내시스템에서 도로명주소 참고항목과 지번주소에 '5단지'가 누락돼 검색되지 않은 것이다. 황당한 것은 일부 단지의 경우 참고 항목으로 '목동, 목동신시가지아파트○단지'로 기재돼 검색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1·2·7·9·13단지는 '○단지'로 입력해 새 주소를 찾을 수 있었다. 기존 지번주소 검색을 통해 찾는 방식에 번지수인 '912'를 빠트린 것도 정씨가
정부가 기존 지번주소 대신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는 '도로명주소'로 인한 크고 작은 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조차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도로명주소를 국민들에게만 강요한다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내 각 자치구 담당자들은 새로운 주소체계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까. 결론부터 논하자면 각 구청 도로명주소 담당자들은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도로명주소가) 편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익숙해지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머니투데이가 이달 21일과 22일 이틀간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도로명주소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로운 주소체계에 대한 평가는 100점 만점에 74점이었다. 담당 공무원들이 직접 평가하는데 대한 부담감을 보였지만, 일부 담당자들은 40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40점을 준 A구 담당자는 "발상은 좋지만 지적 관련 업무를 안다면 (도로명주소를) 이렇게 만들 수 없다"며 "외국은 도로를 만들고 집을 지은 반면, 한국은 자
서울 한남대교 남단 옛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1·2차'. 이 아파트 앞에는 '논현로190길'이 유일하게 지난다. 새로운 도로명주소 건물번호 설정방식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새 주소는 '논현로190길 1'. 하지만 실제 부여된 도로명주소는 '압구정로29길 71'이다. 현대아파트 10~13동, 20~25동, 31~33동 등 모두 13개동이 이처럼 원칙에 어긋나게 새 주소가 부여됐다. 안전행정부도 "도로명주소 원칙에 어긋난 주소가 맞다"고 시인한다. 왜 이런 주소가 부여된 것일까. 22일 강남구청은 이같은 주소가 부여된 이유에 대해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답했다. 현재 도로명주소 건물번호는 해당 자치구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다. 강남구는 현대1·2차가 현대3~14차와 달리 '논현로'로 주소가 결정돼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 지역정서를 반영한 '압구정로29길'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남구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게 아님을 스스로 밝혔다. 즉 새 주소
새 도로명주소 체계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도로명주소가 '일반인들이 쓰기엔 의외로 간단하고 쉽다'고 정부는 홍보하지만 막상 정부공무원들도 전면 시행된 지 20일 가까이 지났지만 쓰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서승환 장관이 18일 오전 수원-광명고속도로 건설현장을 방문해 건설근로자들을 격려하고 건설현장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할 예정'이란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때 건설현장 주소에 '경기 군포시 둔대동 198번지'라는 기존 주소를 그대로 사용했다. 안전행정부의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 사이트(www.juso.go.kr)에 기존 주소를 검색해보면 손쉽게 '경기 군포시 호수로245번길 4-8'라는 것을 알 수 있음에도 익숙지 않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써온 주소를 버리고 생소한 새주소를 쓰라니 당연한 반응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홈페이지(http://rt.molit.go.kr)를 찾아봐도 아파트 등 모든 주택은 지번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북로'가 아니라 제임스본드할 때 '본로'라고요. 그냥 '7길'이 아니라 가나다라 할때 첫번째 '7가길'이라니까요. 그냥 예전 지번주소 불러드릴 테니 알아서 와주세요." 지난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중앙본로7가길(옛 목동)에 사는 김모씨(45)는 아침부터 언성을 높여야 했다. 택배기사에게 선물 배송 연락이 왔는데 집주소를 알려주느라 한참 고생했다. 새로 바뀐 도로명주소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김씨는 "예전엔 동이름과 숫자 5개만 불러주면 됐는데 도로명주소로 바뀌면서 동이름과 복잡한 거리이름(중앙본로7가길)을 알려주느라 진땀을 뺐다"며 "번지수도 간편해진다고 하더니 '000-00'에서 '00-00'으로 숫자 하나 줄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도로명주소를 가지고 김씨의 집을 찾긴 쉽지 않았다. 양천구에 목동이 붙은 도로명주소만 해도 △목동로 △목동 중앙·동·서·남·북로 △목동중앙 본·동·서·남·북로 △목동중앙본로 1~32길 등 수백 개의 도로가 난립한다. 심지어는 각 길에 가·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