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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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법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잠깐 만난 적이 있다. 오랜 만의 만남이었지만 장소가 장소이다보니 휴정시간 중간에 잠깐 안부를 묻는 수준이었다. 이날처럼 그는 매주 목요일이면 이 법정에서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 실장과 장충기 전 실차장 등 전직 삼성 고위 임원들과 함께 하루 종일 재판을 받는다. 지난 몇년과 같이 앞으로도 몇년은 더 계속될 일이다. 그 후 약 한 달만에 그를 또 다시 만난 곳은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다. 오후에 조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와 만나 최근 근황을 묻고, 코로나19 상황에서 건강하라는 정도의 인사말을 나눴다. 지난해 8.15 광복절에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 부회장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기업 현장이 아닌 재판장이나 장례식장이라는 게 아쉬움이 컸다. 국내 다른 기업 총수들은 경영현장에서 열심인데 그만 멈춘 듯 보인다. 일례로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출입기자들과 연말 연초 연이어 간담회를 하는 등
메모리 강국 대한민국의 반도체가 세계 1위에 올라섰다. 25년간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인텔을 2017년 제치고 1위에 등극했던 삼성전자가 이듬해까지 반짝 1위에 올랐다가 2019년과 2020년엔 다시 왕좌를 인텔에 반납했었다. 그런 삼성전자가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호조로 다시 왕좌를 탈환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10년 전만 해도 8위권이었던 SK하이닉스도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2012년 인수한 후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반도체 시장 3위를 당당히 차지했다. 두 회사의 지난해 반도체 매출 합계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선다. 앞으로 이같은 순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가 득세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자율주행, 인공지능(AI), e-러닝, 메타버스, 로봇의 시대가 오면서 메모리 수요확대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데이터를 기록하는 저장장치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는 인류의 진화와 맞닿아 있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 20층 챔버라운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하범종 LG 사장, 조현일 한화 사장 등 주요 기업을 대표하는 경영진들이 약간의 긴장된 목소리로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한 후 나란히 둘러앉았다. '경제 검찰'이라고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성욱 위원장이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 정책방향'을 주제로 강연하는 것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첫 파워포인트 자료에 재계 관계자들은 약간 당황했다. 조 위원장이 '공정위는 시장경제를 가꾸는 정원사'라고 규정하는 대목에서 '규제기관이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와 시장을 바라보는 규제기관의 눈이 이렇구나'라는 걸 느끼게 됐기 때문이다. 이 비유는 조 위원장이 여러 자리에서 자주 강조한 것으로 '조성욱식 공정위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다. '시장경제는 정원'이고 그 속의 나무나 꽃들은 기업이며, 공정위는 그 정원
지난 11일 국회를 통과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크다. 정치권의 명분은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워치독(Watch Dog: 경비견) 역할을 노동이사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노동계의 표심에 기댄 여야 대권주자들의 '표퓰리즘'에 국회가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시장 경제체제 하에서 기업운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 도입에 반대할 사람들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이사제 도입의 과정과 절차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우리 현실을 도외시한 채 심도 있는 논의가 배제됐다는 점이다. 우선 우리의 단일 이사회 제도와 이 제도를 적극 도입한 유럽 각국의 복수 이사회 제도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 무시됐다. 약 6년전 11월초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 버스 한대가 멈춰섰다. 그 버스에는 다른 표식 없이 'ASML'이라는 알파벳 네글자의 팻말만이 붙어 있고 10여명의 외국인이 차에서 내렸다. 나중에 알게 된 이들의 정
매년 초 대통령(최근 몇년은 불참)과 국내외 정재계 인사 등 1000여명이 참석했던 대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가 달라졌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내외빈 인사와 신년 인사 영상·공연을 보고 악수하고 끝내던 방식에서 탈피했다. 4일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먼저 인사말을 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김부겸 국무총리와 양당대표 등 내외빈들의 관례적인 인사말과 축사 동영상 등이 끝난 후 갑자기 다시 단상에 올라왔다. 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인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처럼 대형스크린을 뒤에 두고 약 10분간 대중 연설을 위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재계 서열 3위 기업의 총수가 인사말 정도의 내용이 아니라 '시대변화에 따른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장시간 정치권 인사와 주한외국대사들, 그리고 재계 총수들 앞에서 TED식 강연을 한 것은 한국 기업사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이 자리에는 김 총리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최근 30세 A씨는 청년디지털일자리 사업을 통해 구했던 직장에서 5개월째 되자 회사 대표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계약해지 이유는 해당부서가 필요없게 돼서 더 이상 인력을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디지털일자리사업은 IT 활용가능 직무에 청년을 채용한 중소·중견기업에 6개월간 인건비(월 최대 180만원 및 간접노무비 10만원)를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6개월의 임금을 보전받은 이 회사의 대표는 K-콘텐츠를 이끄는 인물로 일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지만 정부 보조금 종료와 함께 해당 부서를 없앰으로써 '다른 공짜 노동력'을 구하는 형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 사업은 청년의 디지털일자리를 구해주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6개월간 공짜 노동력을 제공하는 '나쁜 일자리' 사업으로 변질됐다.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구현모 KT 대표 등
코로나19로 점철된 2021년이 저문다. 올해는 인류사적으로도 잊지 못할 한해다. 2019년말 코로나19의 첫 발생 후 2020년의 혼란스러움을 뒤로 하고, 올해는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델타변이에 이어 오미크론변이 등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 모습을 바꿔가며 우리의 일상을 갈라놓았다. 국가간 이동도 멈췄다. 하반기 들어 안정되나 싶더니 오미크론 변이 발생 후 또 다시 봉쇄 움직임이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지난해 급제동이 걸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계적인 양적완화의 영향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도 우려와 달리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 전망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은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1조8239억 달러(한화 약 2166조8000억원)로 2년 연속 세계 10위로 추정된다. 올해와 내년 우리의 성장률 전망치도 각각
연말 인사철이면 재계의 화두는 늘 세대교체다. 특히 올해는 30대 임원, 40대 CEO 등 더 큰 변화를 체감한다. 정치권이 4년(국회의원)이나 5년(대통령)에 한번 변화를 모색하는 것과 달리 기업이 매년 사장단 인사를 하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다. 변해야 사는 기업의 숙명이다. 최근 기업인사와 재계 총수들의 변화도 이런 이유다. 4대 그룹 중 최태원 SK 그룹 회장을 빼면 이건희 삼성 회장 타계 후 1년을 보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지난해 10월 회장에 정몽구 회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정의선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 고 구본무 회장 3년상을 치른 구광모 LG 그룹 회장 등이 세대교체의 당사자가 됐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 장강후랑추전랑)는 격언처럼 시간의 흐름은 자연이나 인간에게나 동일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시간의 신'이기도 한 크로노스가 아버지 우라노스(하늘의 신)를 몰아내고 권력을 잡았지만 그 또한 아들 제우스에게 쫓겨난 것은 시간의
'증 18208호 주가별 시나리오 분석 이메일, 증 18210호 M+m 합병일정안 이메일.'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7호 법정에서 열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간 공방에서 언급된 증거번호들이다. 이 사건의 증거와 기록은 19만여쪽에 책 368권에 이른다. 하루 한권을 읽어도 1년이 넘는 방대한 양이다. 지난 6일에는 전직 삼성증권 A 대리가 증언하는 등 증인도 2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여 1심만 2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1만 8000번대 증거번호가 말해주듯 7년이 지난 시점에 수많은 증거물들이 증인 자신의 기억에 있을까 싶다. 불법행위에 대한 단순 명확한 증거나 증언 없이 예를 들면 "증거번호 18218번 한쪽짜리 보고서 빨간 네모 인쇄설정은 상급자 보고용으로 설정된 것 아니냐"는 식의 질문에 '그렇게 이해됩니다' 같은 추정이나 의견이 상당수다. 이 사건을 수년간
"메모리-겨울이 오고 있다."(2021년 8월11일) "4Q 메모리 가격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보다 덜 나쁘다."(2021년 11월 18일) 한국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모간스탠리(모건스탠리)의 두 투자보고서다. 글로벌 투자은행이 만든 보고서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예측력이 떨어진다. 3개월 앞도 제대로 전망하지 못한 이 투자은행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지난 8월 주당 9만 8000원에서 8만 9000원으로 낮췄다가 최근 슬그머니 다시 9만 5000원으로 상향했다. 그 사이 한국 증시는 힘없이 휘청거렸다. 지난 8월 메모리 전망 보고서 이후 두달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수십조원이 날아갔다. 외국인들의 매물폭탄에 개미투자자들은 눈물을 흘렸다. 반도체 경기에 혹한이 올 것이라는 모간스탠리의 확신에 찬 전망 때문이었다. 반도체 겨울 보고서 직후인 8월 15일 모간스탠리는 아시아 증시에서 주목할 종목으로 삼성전자를 강력추천해 시장 참여자들은 당혹케하기도 했다. 1주일도 안돼 다른
한밤 중 종로 인근에서 연신 보도블럭 깨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연말이 다가왔나 싶다. 예년 같으면 예산 낭비의 대명사로 불리던 '연말 보도블럭 교체'는 그간 많은 비난 속에 지자체들이 조례 제정 등을 통해 개선했다. 10년 미만 보도블럭 교체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가피할 경우 보도공사 실명제를 도입하되 12~2월 사이에는 공사를 금지하는 등의 노력으로 예산낭비를 줄이는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연말 남은 예산소진용으로 추정되는 보도블럭 교체는 그 시기만 당겨 10월과 11월에 진행되고 있다. 어디 보도블럭 뿐이랴. 일례로 최근 교육부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확보를 통해 6조원이 넘는 지방 교육 재정교부금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한꺼번에 내려보내자 일선 학교에선 불만이 크다. 내년 2월 회계연도까지 사용하라는 촉박한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하지 못한 학생들이 아직 사용하지도 않은 기자재를 또 다시 바꿔야 하는 '학교식 보도블럭 공사'를 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최근 벌어진 자동차용 반도체나 요소수 공급 부족 사태는 우리 산업 생태계(ecosystem)에서 어느 요인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 아무리 작은 부품이나 기업이라도 생태계를 구성하는 그 한 요소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전체 생태계가 작동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꿀벌이 사라지는 비극의 결과가 꿀벌에만 그치지 않고, 나무의 생장에 영향을 미치고 숲의 소멸은 인류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영국의 식물생태학자 아서 탠슬리는 1935년 학술지에 '생태계'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이를 단순한 하나의 묶음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하나의 단위로 인식하고 그 내부의 여러 구성요소간의 상호작용이 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같은 생태계는 아서 탠슬리가 이름짓기 전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살았던 18세기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산업계에선 분업이라는 것을 통해 생태계가 만들어졌고,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했지만 그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