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총 349 건
근 30년의 경제 기자생활 중 행운이라면 당대 경제계 거물들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정몽구 현대차 그룹 명예회장이나 구본무 LG 회장과도 더러 행사장이나 취재현장에서 만나는 경우가 있었지만 특히 이건희 삼성 회장과의 만남의 기회는 더 많았다. 그래서 그가 가진 생각이나 세상을 보는 눈을 가까이서 듣고 볼 수 있었고,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 자체가 기자로서는 행운이었다. 그를 밀접취재하는 과정에서 2014년 5월 그가 쓰러졌을 때나 꼭 1년 전 그의 마지막을 먼저 접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이 회장을 자주 만났던 시점은 2010년 경영에 복귀한 후부터 2014년 5월 쓰러질 때까지 약 5년으로 기억된다. 이 회장을 만나면 그는 항상 '멀리, 깊이' 세상을 보는 눈을 강조했다. 2010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하는 길에 만난 기자들이 "요즘 회의에서 어떤 점을 강조하느냐"고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항상
2020년 10월 25일 일요일 오전 8시경 한 취재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손이 떨렸다.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가보셔야 할 것 같다." 그 취재원의 이 한마디는 그와 나만이 알 수 있는 수신호와도 같았다. 그 곳은 2014년 5월 10일 저녁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려졌던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이 6년여 동안 치료를 받던 곳이다. 일요일 아침 그 병원에 가봐야 할 일은 달리 없었다. 생명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고 부활을 꿈꿨던 재계의 영웅이 영면했다는 이유 외에는. 이 회장이 갑자기 쓰러진 2014년 그날 밤 그 병원 응급실에 혼자 급히 찾아갔던 기억이 6년여 전의 기억으로 가물가물할 이날 아침에 날아든 비보를 확인하기 위해 아직 아무도 없는 텅빈 빈소를 찾았던 것이 벌써 1년 전이다. 거인 이건희가 이끈 삼성의 33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이제 그의 영광만 흔적으로 남았다. 그 영광의 흔적이 앞으로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안다. 이건희 시대의 성공
유사 이래로 우주로의 여행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천문으로 국가의 길흉화복을 점치기도 했고, 하늘을 아는 것이 곧 힘이었다.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었던 중세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태양계의 일원에 불과하다는 실존적 인식 이후 인류는 우주를 향한 탐험을 멈추지 않았다. 달까지 사다리를 놓는 소설 같은 꿈보다는 화약이나 액체연료에 의한 추력(물체를 운동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힘)으로 지구를 벗어나는 꿈을 꿨다. 그 시작은 전쟁 무기 개발에서부터였다. 추력에 의한 세계 최초의 실용화된 장거리 탄도 미사일은 독일의 V2로켓으로 1944년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처음 등장해 연합군을 공포에 떨게 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미국과 구 소련(현 러시아)은 패전국인 독일의 V2 기술을 이용해 군사무기와 우주발사체 개발경쟁에 나섰다. 세계 최초의 대륙간 탄소미사일(ICBM)은 최초의 인공위성인 소련의 스푸트니크1호 발사에 사용된 R-7로켓이다. 미국도 ICBM인 아틀라스 발사체를 실용화해 1959년 실
"민노총도 건너는데 우리도 건넙시다." 20일 오후 1시 20분경 점심이 끝난 시간 광화문 사거리에서 남대문 쪽 중간인 시청 앞 횡단보도는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총파업 결의대회 집회 장소를 광화문으로 정하려던 민주노총이 갑자기 방향을 서대문 사거리로 틀면서 벌어진 일이다. 광화문으로 집결하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프레스센터 앞에서 폴리스라인을 친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일제히 방향으로 틀었다. 기자 주변에 있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카카오톡이 동시에 '까똑까똑' 울렸고, 한 조합원이 "서대문역 4번 출구"를 얘기했다. 그 일단의 무리의 집행부인 듯한 이 조합원은 "서로 좀 떨어져서 걷고, 4번 출구로..."라며 주변에 조용히 공지했다. 집회 장소를 비밀에 붙였던 민주노총 집행부의 지시가 떨어지자 대열은 한 순간 광화문에서 서대문 쪽으로 몰렸고 시청앞 횡단보도에 선 조합원들은 '적색 신호'에도 횡단을 시작했다. 식사 후 사무실로 복귀하던 일반 직장인들은 경찰에 막혀 오래 신호 대기
이준익 감독의 2003년작 영화 황산벌은 '거시기'와 '머시기'의 한판 승부다. 계백 장군으로 분한 배우 박중훈의 "머시기할 때까지 거시기 해불자"라는 말의 뉘앙스를 백제군은 알지만, 신라군은 몰라 이를 해독하는 데 골머리를 앓는 장면은 큰 웃음을 자아낸다. 이런 부정확한 대명사는 영화의 소재로서는 좋은데 중요한 의사 결정의 판단 기준이 되는 법률이나 규약에 포함될 때는 문제가 발생한다. 법은 그 무엇보다 명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 후보 선정과정에서 특별당규의 문구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만 봐도 알 수 있다. 쟁점은 민주당의 특별 당규 59조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는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모아진다. 중도 사퇴 이전의 투표까지 무효로 하느냐? 사퇴 이후의 표만 무효로 하느냐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당규가 '명확성의 원칙'(明確性의 原則) 을 지키지 못한 탓이다. 여기서 특정
"지구가 죽으면 인간들도 죽지만, 인간이 죽으면 지구는 살 수 있어!" 1951년 만들어진 '지구 최후의 날'을 2008년 리메이커한 헐리우드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2008)'에서 남자 주인공인 외계인 클라투(키아누 리브스 분)가 여자 주인공인 우주 생물학 교수 '헬렌(제니퍼 코넬리 분)'에게 자신이 지구에 온 목적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인류에 의해 파괴되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구를 파괴하는 인간들을 모두 멸종시키는 것이 낫다는 외계 생명체들이 지구를 찾아와 인류를 '청소'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대에 따라 바다생물이 지구의 다수를 차지하다가 공룡이 우세종이 됐다가, 인류가 우세종으로 지구에 잠시 머물뿐 '지구의 주인은 지구'라는 생명체로서의 지구인 '가이아 이론'을 담은 영화다. 과거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의 종말도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구 스스로가 선택한 결과라는 것과 함께 인류의 미래도 같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
"무오사화(戊午史禍)가 일어남으로부터 사관(史官)의 기록하는 것이 왕의 말 출납만을 쓸뿐이었는데, 반정 뒤로는 사람들이 불붙은 기름 속에서 살아나자 놀고 즐기는 데만 빠져 직무를 돌보지 않고 왕의 말마저도 기록하지 않다가, 여러 해를 지나고 나서야 사고(史稿)를 정리하니, 조정의 논의나 상벌 등의 일에 빠진 것이 많았다." 중종 2년(1507년) 6월 2일 중종실록 3권에 기록된 '무오사화 이후 사관이 기록을 소홀히 하게 된 것'에 대한 사신의 논평이다. 무오사화는 연산군 4년(1498년) 이극돈·유자광 등 훈구파들이 사림출신의 사관 김일손이 사초(실록의 토대가 되는 기초 기록)한 성종실록에 그의 스승인 김종직의 조의제문(弔義帝文: 항우에 죽임을 당한 초나라 회왕-의제를 추도하는 글)을 싣은 것을 두고 벌어진 조선 최초의 사화(士禍)다. 왕조차도 보는 것이 금지된 실록의 사초를 연산군이 보고 이 역사적 기록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해 사화(史禍)고 부른다. 훈구세력들은 조의제문이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45일 내로 반도체 재고와 주문량, 생산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자발적 정보공개'라는 허울을 썼지만 실상은 힘없는 나라 기업에 대한 폭압이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이런 행태가 비단 우리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240여년전 영국 조지3세에 맞선 미국의 독립전쟁을 돕다가 재정파탄에 빠져 왕정(루이16세)이 무너진 경험을 한 프랑스는 240년 후 다 잡은 78조원 규모의 잠수함 계약을 하루 아침에 두눈 멀쩡이 뜨고 미국에 뺏겼다. 호주는 2016년 프랑스와 맺은 900억 호주달러(약 78조원) 규모의 잠수함 발주(12척)와 기술 이전 계약을 지난 15일(현지시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 뒤에는 미국이 있었다. 호주는 영국·미국과의 새로운 3자 안보 동맹 '오커스'(AUKUS)를 발족하면서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기술을 제공받기로 했다. 미국이 핵잠수함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프랑스의 뒷통수를 친 것이다. 미국은 미안한 기
"오늘은 제가 2년반 동안 손꼽아 기다려왔던 날입니다. 살다보면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바꿔놓습니다. 이런 제품을 하나라도 만드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 것입니다. 애플은 운좋게도 이런 제품을 몇개 만들었습니다. 2007년 1월 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07년 맥월드' 행사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차분한 목소리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애플이 만든 운 좋은 제품으로 1984년 맥킨토시, 2001년 아이팟을 언급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오늘 우리는 이런 혁신적인 제품을 무려 3개나 선보이려 합니다. 첫번째는 터치로 조작할 수 있는 와이드스크린 아이팟입니다. 두번째는 혁신적인 휴대폰입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획기적인 인터넷통신기기입니다." 여기까지는 잡스의 페이크였다.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의 대단함을 보여주기 위한 수사(修辭)였다. 그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이것들은 각각 3개의 제품이 아닙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를 잘 듣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달전 8.15 광복절 가석방으로 출소할 당시의 말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3일 출소하자마자 서울 이태원집에 잠깐 들러 옷차림만 정비한 후 바로 삼성서초사옥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 등 삼성 경영진들을 만나 그동안 못챙겼던 현안부터 점검했다. 그리고 열흘 후인 같은달 24일 향후 3년간 반도체와 바이오 등에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직접 고용 규모를 4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투자와 고용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표 이후 이 부회장 움직임은 눈에 띄게 더뎌졌다. 1주일에 한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을 위해 온종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앉아 있는 것 외에 대외활동은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를 챙기는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이렇게 빨리 변할 줄은 몰랐다. 3년 전인 2018년 1월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정의선 현대기아차 당시 수석부회장(현 회장)을 만났을 때만 해도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들렸다.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 SUV 넥쏘 발표가 끝난 직후 전세계 자동차 담당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경쟁에 대해 설명할 때만 해도 그의 전망은 조심스러웠다. 정 회장은 당시 자율주행 4레벨에서는 데이터사용량(200T~300TB)을 감안할 때 EV(전기차)의 배터리보다는 수소전기차가 더 많은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소차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지는 않겠지만, 레벨4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는 2025년경에는 수소차가 필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을 위해 EV와 수소전기차에 모두 투자하겠다며 전기차의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것보다 이 시장의 파이를 같이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협력을 위한 공동전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 때
"정치권은 법(法)을 만들 때 그 법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제발..."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이하 탄소중립법)에 대한 재계의 하소연이다. 이 법에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줄이도록 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명문화했다. 문제는 법 자체보다 그 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독단에 있다. 이는 탄소중립법 뿐만 아니라 언론중재법이나 기타 법들도 마찬가지다. 형식적 청문 과정만 있을뿐 진짜 대화를 통한 더 나은 단계로의 진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인간이 더 높은 단계로 가기 위해선 토론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테제(These: 최초의 명제, 正)가 정해지고 그 테제가 완전한 진리가 아니라면 그에 대한 안티테제(Antithese, 反)가 나오기 마련이다. 철학자 헤겔의 방식을 따르면 모순의 테제와 안티테제가 다투다보면 둘 다를 뛰어넘는 더 높은 단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