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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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권한은 자리로부터 나온다. 권력은 최상위 포식자가 위치한 피라미드식 구조의 정점에서 아래로 흐른다. 권력의 구조적 속성이다. 그래서 위치는 언제나 권력을 상징하는 바로미터다. 사무실 배치는 권력 서열을 보여준다. 관공서나 기업에 가보면 관공서의 장이나 회장의 사무실은 대부분 최고 위층에 있다. 삼성(서초사옥 C동 42층)과 현대자동차(양재사옥 동관 21층) 신세계(성수사옥 20층) 등이 그렇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고 위층이 아닌 경우는 회장실 위층을 공용공간(회의실 및 연구소-LG, 직원식당-CJ, 귀빈식당-SK)으로 쓰는 경우다. 회장실 아래로 권력의 크기에 따라 자리배치가 이뤄지는데 기업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유교 영향을 받은 우리 문화의 단면이 자리의 위치에 투영된다. 자리 얘기를 하는 이유는 오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상대로 열리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현안위원회의 쟁점이 ‘자리’와 관련된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위는 '41층
오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관련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내 현안위원회(이하 현안위)가 열린다. 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이 국민적 관심사건에 대해 무리하게 기소하거나, 아예 기소하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8년 검찰이 만든 외부 전문가 자문기구다. 이번 현안위는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할 당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시세조종, 외부감사법 등을 위반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타당한가를 공정한 시민의 눈으로 따지게 된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주장의 핵심은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는 시세조정 행위를 했고, 이로 인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1대 0.35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삼성이 이런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상장계획이 무산된 제일모직의 손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발표를
삼성전자 전 LCD 부문 CEO가 이직의 이유로 '의리'를 거론하며 의리의 대상으로 지목했던 왕동셩 에스윈(시스템반도체 회사) 회장을 기자가 만난 것은 15년 전 비오이 그룹 회장 시절이다. 1989년 설립된 현대전자의 TFT LCD(초박막 액정디스플레이) 부문이 분사한 '하이디스'를 중국 BOE(京東方) 그룹이 2003년 인수하고 2년여간 운영한 시점이었다. 2015년 10월11일 제8회 세계화상대회가 열린 서울 코엑스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다. 인터뷰 당시 왕 회장은 "한국의 하이디스 인수는 좋은 선택으로, 비오이하이디스가 한중 합작의 교두보가 될 것"이며, "제품구조 전환이 완료되면 한국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한국에 재투자해 사업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의리'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딱 11개월 만인 2006년 9월 왕 회장과 비오이그룹은 하이디스의 핵심자산 등을 중국 자회사에 모두 가져가고, 국내 공장은 추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부도 처리한 후 '의리 없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9일 새벽 기각됐다. 그 사흘 후인 12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 부회장 변호인 측에서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의 소집을 결정했다. 이 결정 이후부터 검찰수사심의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양 위원장이 2009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과 관련해 무죄판결을 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심의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게 옳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사실 그가 심의위원장이 된 건 이 사건과 무관한 2018년의 일이다. 그의 심의위원장 자리가 부도덕해 보이면 주임검사가 기피신청을 하는 절차가 있다. 하지만 이미 여론전을 통해 심의위가 열리기도 전에 심의위의 공정성은 훼손됐다. 이 사건을 맡은 검찰 수사팀은 이 논란 이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 명분이 생긴 셈이다. 여론재판에서 언론이 미치는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
삼성 CEO 출신이 중국 IT 기업에 취업했다는 소식에 재계가 발칵 뒤집혔다. 논란의 중심에선 장원기 현 에스윈 부회장을 기자가 처음 만난 것은 2004년경 삼성전자 천안 LCD 공장 투어 때다. 천안 LCD 공장장을 맡았던 그가 방진복을 입고 삼성전자 출입기자단에게 라인을 세세히 설명하던 것이 16년 전이다. 오랜 동안 연락이 끊겼던 그와의 통화에서 느꼈던 것은 중국행 이후 파장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불안함에, 가벼움이 더해진 목소리였다. 16년 전 공장 투어에서 그와의 인상적인 대화는 LCD의 핵심장비인 화학적 기상증착장비(PE CVD)의 국산화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1대 수백억원하는 LCD용 PE CVD(대형 냉장고를 10여대 정도 붙여놓은 크기)를 보고 기자가 "이것이 증착기냐"고 물었고, 그는 "미국과 일본 합작사인 AKT의 증착기다"고 답했던 기억이다. LCD 장비 국산화에 관심이 많았던 기자는 "왜 국산증착기인 주성엔지니어링 제품은 쓰지 않느냐"고 했더니 "AKT와 주성
완전 원소 철의 생산 라인이 멈췄다. 철(Fe)은 우주에서 가장 안정적인 원소다. 더 이상 합쳐지거나 나눠지기를 거부하는 원소이기도 하다. 원소기호 1번인 수소(H)에서 출발하거나 자연상태의 마지막 원소인 92번 우라늄(U)에서 역으로 출발하더라도 그 귀착지는 철(원소기호 26번)이다. 수소가 뭉치고 뭉쳐 별이 되는 과정의 종점이기도 하다. 수소가 뭉쳐 헬륨이 되고 다시 뭉쳐 탄소와 질소, 산소가 되고 결국 철에 다다른다. 수소로만 뭉친 태양이 뭉치고 뭉치면 철로 된 항성이 되는 것이다. 우라늄이 붕괴되고 붕괴되는 과정을 거쳐 안정단계의 물질로 가는 종착지도 철이다. 별의 진화과정에서 철은 1차 종점이다. 우주의 기본 시스템으로는 철 이상의 원소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별이 초신성의 폭발과 같은 엄청난 힘에 의해서만이 그 이후의 물질인 우라늄까지 만들어지지만, 이들은 핵분열을 통해 철에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우리 몸속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주성분인 철분도 이 우주 탄생의 과
삼성이 '언론인 여러분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라는 이례적인 호소문을 통해 언론의 신중한 보도를 당부했다. 최근 정확하지 않은 검찰발 미확인 보도로 어려움을 겪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삼성 때리기'를 의도된 특정목적으로 하지 말고, 제대로 된 보도를 해달라는 얘기다. 이런 호소문을 낸 이유는 과거 북한발 뉴스처럼, 확인되지 않은 뉴스가 여론형성을 통해 사실처럼 각인되는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밀어준 후 59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보도가 있었던 게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의 일이다. 2016년 그 보도 이후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삼성의 그 어떤 논리도 독자들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이유는 국민들의 노후자금에 손을 댔다는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첫 보도는 "이 부회장의 손실은 적은데, 국민연금은 이 부회장을 밀어주다가 더 큰 손실을 입었다"는 재벌 시장조사업체의 잘못된 데이터를 한 매체가 '5900억
검찰이 비대해진 권력을 줄이고 국민 속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2018년 도입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를 스스로 부정하는 듯한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한 수사를 받던 중 기소여부가 적절한지를 따지기 위해 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지 이틀 만인 4일 검찰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영장청구와 관련한 검찰총장의 결재는 소집신청보다 앞섰다고 주장하지만 논란을 잠재울만한 내용은 아니다.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이 사회질서와 공공복리를 위해 부정행위에 칼을 빼든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다. 다만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심의위라는 새 제도를 도입했던 취지가 검찰의 독단을 줄이겠다는 뜻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영장청구는 그 타이밍이 아쉽다. 2018년 1월 시행된 대검찰청 예규 제915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르면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위원회를 구성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 변호인은 지난 2일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 여부를 심의해달라는 취지다. 특검 때부터 직접 수사해온 검찰이 수사에 이어 기소까지 공정하게 하기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1년 6개월 전부터 시작돼 긴 시간을 거치며 스토리의 구성이 바뀌어 왔다. 어떨 때는 스토리의 전후가 바뀌어 시간상 논리가 맞지 않을 때도 있었고, 아예 논리가 바뀌기도 했지만 만들어진 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부친이 쓰러진 후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최서원에게 말을 사줬고, 최씨와 경제적 공동체인 박 대통령은 그 고마움에 국민연금을 압박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토록 했다는 게 큰 얼개다. 그 과정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풀려진 가치를 기준으로 제일모직이 과대평가된 회계법인들의
검찰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난 26일에 이어 29일 소환해 17시간 40분 가량 조사한 후 돌려보냈다.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이 부회장의 신병처리 여부가 곧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의 신병처리에 검찰도 그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본다. 이번 쟁점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 수뇌부가 2015년 당시 합병비율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만들었느냐는 것이다. 또 삼성이 조직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했느냐는 것이다. 현 상황은 검찰이 1년 6개월여간 분식회계 관련 조사를 하고도 아직 기소도 하지 않았는데, 증거인멸 사건은 이미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고, 2심이 진행 중이다. 증거인멸사건 변호인 측은 “본소송은 아직 시작도 안돼 본말이 전도됐다”고 주장하고, 검찰은 증거인멸은 별도의 사건이라고 맞서고 있다. 우선 로직스의 가치가 부풀려졌는지부
‘일(work)’이란 역학적으로는 어떤 물체에 일정한 힘을 가해 움직이게 할 때 전달되는 에너지를 말하지만, 경제학적으로는 사람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생계활동을 말한다. 그래서 일자리란 인간에게 있어서는 생존의 도구다. 실업의 두려움은 생존 도구의 상실이라는 데서 온다. 최근 코로나19의 후폭풍은 생존 도구 상실의 거대한 쓰나미를 몰고 온다. 정부는 100년 전 대공항에 버금가는 위기라며 일자리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일자리 유지를 요구하는 한편, 제조업 해외공장을 다시 국내로 되돌리는 ‘리쇼어링’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래서 기업인들에게 해외에 나간 공장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다시 불러오기는 쉽지 않다고 답했다. 베트남이나 중국 등 외국의 투자환경과 국내의 차이 때문이란다. 과거 베트남에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을 지을 때의 일이다. 베트남 공산당 내에서도 삼성에 토지 무상 사용권과 50년 법인세 우대혜택 등을
━새로운 출발━ "우린 친구가 될 수 없겠네요." 1989년 헐리우드 스타 멕 라이언(샐리 앨브라이트 역)이 주연한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 1989)' 대사의 일부다. 대학 졸업 후 뉴욕행을 함께 하게 된 해리와 샐리가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명제로 설전을 벌이면서 던진 말이다. 경박단소와 중후장대의 대명사로 양분된 국내 대표 제조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오랫동안 이 대사처럼 친구보다는 경쟁 관계를 이어왔고, 각 그룹의 계열분리 이후 소위 '전차(電車)군단으로 불리는 전자와 자동차 업종의 대표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창업 세대인 이병철 회장과 정주영 회장 시절과 2세인 정몽구, 이건희 회장 시절을 거치면서 건설, 중공업, 전자, 자동차, 금융, 통신 업종에서 치열한 경쟁자로, 혹은 파트너로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삼성전자와 현대전자(현대반도체), 현대자동차와 삼성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