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총 349 건
'이재용은 유죄(Guilty)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하나만 증명하면 된다.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행사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5분간의 만남(1차 독대) 동안 부정한 청탁이 있었느냐다. 나머지는 그 연장선상의 스토리 전개다. 53차례에 걸친 1심 공판 결과, 개별 사안의 청탁은 없었다면서도 '포괄적·묵시적 청탁'으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국정농단 과정에 기업은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를 침해당한 피해자임을 선언한 것과는 대조되는 선고였다. 2심 막바지에는 청탁의 시발점이 1심보다 사흘 앞선 2014년 9월 12일(소위 0차 독대)로 바꾸는 공소장 변경이 이뤄졌다. 논리상 공개된 첫 독대 5분으로는 아무리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라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새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검은 지난 27일 항소심 구형 논고에서 3400여개의 증거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 5명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 재판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뇌물과 부정 청탁이 오가서 유죄다’라는 명제를 증명하는 과정이다. 수학적 표현으로 이 명제가 참이면 유죄, 거짓이면 무죄다. 이 재판은 형사범죄인 뇌물죄를 다룬다. 민사소송법이 ‘그랬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만으로 책임을 묻는 것과 달리 형사소송법은 ‘그랬을 개연성’ 정도만으로 죄를 묻는 것을 엄격히 제한한다. 우리 형사법은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정도의 증거 제시’를 요구한다. 한명숙 전 총리 때처럼 뚜렷한 증거 없이 “의자가 뇌물을 받았다”는 식의 재판은 안 된다는 얘기다. 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 ①항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또 ②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법부가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정치재판에 휘둘리면서 형사소송법의 정신을 잊
이 이야기는 2012년 2월 6일에서 2015년 1월경까지 벌어진 이야기다. 최근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시발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합병이나 상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최종 의사결정자는 누구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어서 5년 전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기자는 2012년 2월 6일 저녁 5시 30분경(퇴근 무렵) 삼성 서초 사옥 로비에서 이재용 부회장(당시 사장)을 만났다. 이 부회장을 그 자리에서 만난 경위는 복잡해 다음에 설명하기로 하고, 그 자리에있었던 얘기를 중심으로 설명할까 한다. 그 자리에서 이 부회장과 나눴던 얘기는 당시 이슈가 되고 있었던 장외시장에서의 삼성SDS와 에버랜드의 상장 가능성과 그 시기에 대한 것이었다. ☞관련기사 [단독]이재용 사장 "삼성SDS·에버랜드 상장계획 없다" 그 당시 이 부회장은 자신이 주요 주주로 있는 삼성SDS와 에버랜드의 상장 루머가 장외시장에 퍼지고 주가가 급등락해 소액주주들이 혹 상
모간스탠리와 같은 세계적인 증권사의 방대한 데이터를 통한 정밀한 분석과, 거의 논리적 근거 없이 약 4반세기(24년) 동안 반도체 업계를 지켜봐 온 기자의 감(感) 중에 어느 것이 더 정확할까.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모간스탠리의 지난달 26일 보고서에 대한 얘기다. '만화로 보는 반도체 이야기'라는 시시한(?) 책을 저술한 정도의 기자의 업력과 감만으로는 모간스탠리의 우수함을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예측 또한 불가능하다. 간혹 삼성 고위 관계자들에게 미래를 묻는 우문을 할 때가 있다. 그때 들은 얘기로는 '미래를 잘 내다봤다'로 정평이 나 있던 이건희 회장이 자사의 전략기획실장(미래전략실의 전신) 등과 미래에 대해 논의하면서 "미래 참 모르겠다"라고 했던 대답이 떠오른다. ◇모간스탠리가 모르는 3가지=모간스탠리가 정교한 분석을 통해 반도체의 미래 시장을 전망했다는 것에 대해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미래가 쉽게 예측
이 이야기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이어진 매출 30조원 규모의 새로운 회사가 생기는 과정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2012년 7월 전후의 일로 기억한다.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전무(현 삼성전자 부회장)가 등기이사로 있었던 S-LCD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합병은 세간의 큰 관심사였다. 삼성전자에 이은 두번째로 큰 매출 30조원 짜리 회사가 탄생하는 것이었다. 이런 합병과정에는 개별 기업의 자산 가치를 평가하고, 미래 성장성을 분석하는 한편,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등 다양한 절차나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형 IB나 컨설팅 회사, 로펌(법률회사)이 합병에 관여하고, 주관사를 맡는다. 30조원 짜리 회사를 합병하는 작업에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대 글로벌 기업이 컨설팅을 맡았고, 그 작업의 진행 과정에서 컨설팅 비용과 관련된 내부 논란이 있었다. 컨설팅 비용이 수십억원을 훌쩍 넘기는 큰 딜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합병 작업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커지면서 컨설팅
그들은 운명의 범람을 통제할 수 있을까. 이탈리아 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프랑스 등 유럽 열강들 사이에서 갖은 고난을 겪던 이탈리아의 얄궂은 운명을 극복하기 위한 조언을 담은 ‘군주론’에서 포르투나(운명)의 여신은 험난한 강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자신의 군주론 전체에 걸쳐 이 포르투나(운명: fortuna)와 비르투(역량: virtu)의 방향성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젊은 시절 반독재 투쟁에 앞장서 고초를 겪다가, 철이 들어선 생계와 사업보국의 소명을 안고 밤낮을 잊고 기업활동을 하다가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영어(囹圄)의 몸이 된 삼성의 최고위 임원들에게 포르투나와 비르투는 무엇일까.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던’ 그 시절 10대 후반의 삼척과 밀양 ‘촌놈’은 상경해 ‘서울대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군사독재에 반대하며 학생 운동에 투신하다가 강제징집돼 군대에 끌려가거나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됐다.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
#1. 2014년 1월 11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해외 출국길에 올랐다. 자랑스러운 삼성인의 날 시상식이 끝난 직후다. 그리고 4월 10일 전까지 3개월 가량 이 회장은 건강을 추스를 겸 미국과 일본에서 체류했다. 이 회장이 일본으로 출국한 1~2월 최지성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사장),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과 함께 일본에서 이 회장에게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상장, 삼성테크윈과 삼성석유화학 등 화학계열사의 지분 매각 등에 대해 보고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보다 2년 전인 2012년 2월 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삼성SDS와 에버랜드는 상당히 오랜 기간 상장계획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의 예견은 약 2년만에 번복됐다. 이 부회장의 생각과 달리 이 회장의 결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 실장은 1월 이 회장에게 삼성의 사업재편과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고 하고, 이를 실행하기 직전인 4월 일본에서 귀국한 이건희 회장에게 다시 한번 보고했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묵시적 청탁에 따른 뇌물죄'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부의 징역 5년 선고의 이유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유독 특검이 집착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혐의사실 중 핵심인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청탁이라는 이 가정(假定)은 이것이 실제인지에 대한 검증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삼성이 어떤 행위를 하든 그것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다. 전세계 글로벌기업과 경쟁하는 삼성이 권력과 유착해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게 된 것은 오래다. 전세계에 삼성에 대해 질시와 감시의 눈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진행했던 각종 지배구조 재편은 그 당시 야당과 진보 진영에서 꾸준히 제기해왔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실행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 지배구조 개편의 우선적인 목적이 "정부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죄와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2년형을 구형하는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의 구형이 곧 혐의가 사실임을 입증하는 것도, 형의 확정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구형의 각인효과는 크다. 특히 여론재판에서는 사실임이 입증되지 않고 검찰의 주장만 있더라도 이미 그만큼의 죄를 지었다고 예단하고 공표하는 효과가 있다. 여론의 관심이 많은 재판에서 법관은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저명한 변호사 캔들 코피의 저서 '여론과 법, 정의의 다툼(역 권오창)'에서 뉴욕 최고의 변호사 밥 모빌로는 "언론의 불빛이 법정 안으로 비추면 '사람들은 얼어버린다'"고 말한다. 판사나 검사가 유명인사들에게 감형을 얘기하면 비난의 봇물이 쏟아질 것을 우려하지만, 더없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 오히려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해 경직된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여론의 지탄을 받는 피의자가 수백년의 실형을 선고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와 사회주의의 정신적 지주인 칼 마르크스(칼 막스)의 공통점은 당대 유명 철학자이면서 경제학자라는 점이다. 또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부(富)의 기원을 그 이전의 중농주의나 중상주의와 달리 노동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중농주의 시대에는 영토나 토지가 부의 기반이 됐고, 그 토지에서 나오는 산출로 국가의 부가 결정됐다면, 중상주의 시대에는 그 나라가 가진 금이나 은이 국부의 척도였다. 이런 부의 기원이 그 나라의 노동력과 상품의 양으로 규정된 것이 애덤 스미스부터다. 스미스는 그의 저서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부의 원천은 노동이며, 부의 증진은 노동 생산력의 개선에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스미스가 주장한 부의 기원(노동)을 그대로 끌어다 쓴 게 칼 막스다. 막스가 1800년대 영국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읽고 참조했던 책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다. 이 국부론을 헤겔의 변증법과 유물사관을 결합한 변
1987년 7월 말, 입대를 앞둔 휴학생 친구가 있었다. 그 해 6월 18일, '최루탄 추방의 날' 그는 친구들을 따라 시위에 나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꼭 30년 전의 일이다. '군부정권의 호헌철폐, 독재 타도'를 외치다가 소위 백골단(흰색 헬맷에 청자킷과 청바지를 입은 경찰 체포조 무리를 속되게 이르던 말)의 토끼몰이에 도망갈 곳도 없는 가정집 지하실에서 10여명의 학생들과 숨었다가 잡혔다. 밖으로 나오라는 경찰의 명령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안 때리면 나가겠다"는 순진한 '협상 아닌 협상(?)'을 시도했다가 꽉 막힌 지하실 안으로 던져진 사과탄(사과모양의 최루탄)에 눈물, 콧물 쏟아내며 기어 나와 닭장차(경찰차)에서 구타를 견뎌야 했단다. 시위대 체포조인 백골단은 그때, 그와 그 학생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경찰서에서 하룻밤을 보낸 그는 그 후 입대했고, 입대 후 3개월 만에 학생들의 반대편에 섰다. 의무경찰로 입대한 그의 건너 쪽에는 화염병을 든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쇠파
"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아카이오이족에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통을 가져다주었으며, 숱한 영웅들의 굳센 영혼들을 하데스에게 보내고, 그들의 몸은 개들과 온갖 새들의 먹이가 되게 한 그 잔혹한 분노를!" 고대 그리스의 시인인 호메로스가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을 주제로 쓴 그리스 최대 최고의 민족 대서사시 '일리아스'의 첫머리에 나오는 내용이다. 트로이의 별명인 일리오스(Ilios)에서 유래한 일리아스는 ‘일리오스 이야기’라는 뜻으로 2004년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트로이(troy)를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그리스군이 트로이를 점령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프티아의 왕 펠레우스의 아들인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으로 그리스군의 총사령관인 아가멤논과 전리품 문제로 갈등을 빚는다. 이후 전쟁에 불참하고 자신의 분노를 트로이인이 아닌 자신의 민족인 아카이오이족(그리스인)에게 터트리는 대목이 이 일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