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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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기준 삼성전자의 통장 잔고(순현금)는 약 80조원(79조 6900여억원)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 약 92조원에서 차입금 약 12조를 뺀 금액이다. 이는 직전해(2022년말)의 순현금 104조 8900억원보다 24%(25조 2000억원) 줄어든 규모다. 혹자는 80조원이라는 이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주주들에게 배당도 듬뿍하고, 자사주도 대규모로 사들여서 소각을 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라고 말한다. 배당을 늘리면 주식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니 주가가 오를테고,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유통주식수가 줄어드니 1주당 가치가 올라가 '레벨업'된다고 주장한다. 2015년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고 그 이듬해 타깃을 삼성전자로 바꿔 기업분할과 30조원에 달하는 특별배당을 요구한 그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엘리엇에 몸담았던 인물들이 최근에는 새 이름의 펀드(화이트박스, 팰리서캐피털 등)를 통해 삼성물산에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우리는 돈을 챙겨 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간 멍청이들이 우글거리는 회사에서 지낸 일은 최고로 훌륭한 경험이었고, 여러분이 없었다면 아마 우리는 부자가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 1988년 말 미국 RJR 나비스코의 LBO(차입매수) 거래 과정을 파헤친 책 '문 앞의 야만인들(Barbarians at the Gate: 브라이언 버로, 존 헬리어 저)'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무자본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 내 알짜배기 자산을 팔고, 껍데기만 남기고 막대한 이익을 챙긴 채 떠나는 일부 약탈적 사모펀드 경영자들에 속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말이다. 이 책에선 약탈적 사모펀드 운영자들을 우리들의 집 문 앞에 서 있는 바바리안(야만인)들로 표현했다. 그 바바리안들이 진화해 행동주의 펀드라는 이름을 달고, 전세계에서 '기업가치 제고'라는 그럴 듯한 명분을 내걸고 활동하고 있다. 특히 국가경제 규모가 어느 정도는 받혀주는 한국과 일본,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 몰려다니며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2년 전 약 1년이라는 길지 않은 호주 생활 중 많은 문화 차이를 느꼈지만 그 중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호주의 상속제와 벌금, 그리고 선거제도였다. 남반구에 속해 있는 호주는 북반구와 여러가지 점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달의 모양부터가 뒤집혀져 있다. 배수구에 물 회오리가 생기는 방향(코리올리 효과)이 북반구와 반대인 시계방향이라는 차이 등은 익히 학습으로 알고 있었지만 정치·경제·문화에서도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도록 하는 요소들이 많았다. 우선 대물림(상속)의 인식 차이다. 호주는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속세가 없는 14개국 중 가장 앞서 1977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Capital gain tax)를 도입한 나라다. 당시 도입 이유는 경제활성화의 목적이었다. 상속·증여세 부담으로 막힌 돈의 흐름을 뚫을 목적으로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도입한 것이 자본이득세다. 예를 들어 농부가 사망한 선조로부터 경작할 토지와 소, 쟁기 등을 물려받아 농사를 계속 지을 때는 이 상속재산에 대한 세금납부를 미뤄주는 제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 등 14인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5일 법원이 모두 무죄 선고를 내렸다. 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이재용 회장을 첫 소환조사(2020년 5월 26일)한 지 1351일(3년 8개월 16일)만이다. 이번 삼성물산 합병 재판만 4년 걸렸지만 앞서 2016년 11월 13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검찰이 이 회장을 처음 소환조사한 날로부터 2641일(7년 2개월 26일)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이 회장은 두 재판을 통해 565일의 수감생활과 178회의 재판(국정농단 83회, 합병 95회)에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7년 2개월여 동안 2주(14. 8일)마다 한번씩 법정에 출두했다. 7년여 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2주에 한번씩 재판을 받는다는 것은 보통 견디기 힘든 일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2014년 5월 이후 10년간 이재용 회장은 이같은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삼성이라는 거함의 선장으로서 제대로 뜻을 펼쳐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일명 '투명 고릴라 실험'이라는 게 있다. 인간이 직접 자기 눈으로 봤다고 확신하는 것이 실제와 다를 수도 있다는 인지 실험이다. 이 실험은 인간의 대표적인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 경향을 보여준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대니얼 사이먼스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가 1999년 진행한 '선택적 주목 실험(Selective Attention Test, 일명: 투명 고릴라 실험)'은 이렇다. 영상 속에서 6명의 학생들이 3명씩 나뉘어 흰 셔츠와 검은 셔츠를 각각 입고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사람끼리 농구공을 패스한다. 이 영상을 보는 피실험자에게 흰옷을 입은 사람끼리 몇번 패스를 했는지 세도록 했다. 그리고 흰옷 끼리 패스한 수를 센 피실험자에게 몇번 패스했는지를 물은 다음, "당신은 고릴라(gorilla)를 봤나?"라고 묻는 게 실험의 전부다. 이 실험에선 패스 중간에 검은 색의 고릴라 의상을 입은 학생이 패스하는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걸어들어와 가슴을 두드리며 킹콩 흉내를 내고 퇴장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이 기소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가 오는 26일에서 내달 5일로 미뤄졌다. 1010일(2024년 1월26일 기준)간 진행된 재판이니 열흘 정도 더 미뤄진다고 대수냐고 하겠지만 당사자들은 하루가 여삼추(一日如三秋)다. 하루를 3년 같이 또 열흘을 기다려야 1심 선고가 나고, 2심(항소심)과 3심(상고심)까지는 또 몇년이 걸릴지 모른다. 구광모 LG 회장과 모친인 김영식 여사 등 LG 모자간 상속소송도 마찬가지다. 내달 28일이면 벌써 1년이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실제 변론기일은 이틀에 불과했다. 첫 변론 전에 진행한 변론준비기일과 이달 23일 진행한 비공개 변론준비기일까지 치면 1년에 원고와 피고측이 네번 만났지만, 옳고 그름을 다투는 시간은 짧았다. 결론 없이 지나온 1년 동안 기업은 '소송'이라는 변수로 인해 유무형의 손실에 노출됐다. 재판이 열리지 않는 시간동안 법원 밖에서는 해외언론 등을 동원
지난 10일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재벌총수 범죄 봐주기, 더 이상 안된다'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오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를 앞둔 장외 여론전이 시작된 듯하다. "재벌총수의 사익추구와 범죄행위에 책임을 묻지 않는 관행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논리에선 맞는 얘기다. 다만 우리 헌법 제27조 제4항의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에서는 벗어난 주장이다. 책임져야 할 범죄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이는 검찰이 법정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입증을 했을 때'에 한정된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의 '①항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② 항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돼 있다. 지난 106차례의 재판 과정에서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을까.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과 연초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 최고경영자(총수)들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재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각종 단체에서 쏟아지는 신년사를 보면서 이제는 식상해 그냥 지나가는 경향도 많지만 특히 재계의 신년사는 그 속 단어 한자 한자가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재계 총수의 신년사 작성 업무에 관여하고 있는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회장님이 생각하는 메시지를 비서팀에 전달하면 초안이 작성되고 이 초안을 기초로 해서 다시 회장님께서 고치기를 수없이 반복해 만들어지는 게 신년사"라고 했다. 그만큼 올 한해 핵심적 가치로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누르고 다지고, 다듬은 내용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신년사를 직접 쓰지 않고 밑에 맡기는 총수는 없다고 하는 만큼 그들의 머리 속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재료다. 제한된 메시지 공간에 많은 의미를 담으려다보니 구체적이기보다는 추상적이기 쉬운 게 신년사다. 그래서 그 핵심 키워드가 담고 있는 의미를 잘 찾아야 한다. 올해 신년
올 한해 재계는 '왕관(경영권)' 쟁탈전이 더 없이 많은 해로 기억된다. 창사 후 75년 인화(人和) 하나로 이어온 LG 가문에서는 올해 아들을 상대로 어머니와 두 여동생들이 상속합의서에 서명한 후 4년만에 상속재산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표면적으로는 LG 그룹의 경영권에 관심이 없으며 자신들의 몫만 제대로 챙겨달라고 주장하지만, 몰래한 녹취록 속에 드러난 그 속내를 보면 '왕관(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구 회장의 모친인 김영식 여사는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아버지를 닮아 경영을 잘 할 수 있다"며 (주)LG 지분을 요구했고, 동생인 구 대표는 "(경영권 지분은 구광모 회장에게 넘긴다는) 구본무 선대 회장의 상속유지를 다시 리셋하자"고 본심을 드러냈다. 또 다른 곳에선 형제자매간 다툼이 벌어졌다.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에선 차남인 조현범 현 회장과 3남매(장녀, 장남, 차녀)간 형제의 난이 다시 불거졌다. 이번엔 사모펀드
지난 5일 '무역의 날' 60주년 행사가 열렸다. 지난 60년 대한민국 수출 역사는 기적의 역사다. 1964년 수출 1억달러를 처음 돌파한 후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6835억 8476만달러(약 920조원)로 6800배 이상 늘었다. 전세계적으로 우리보다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미국·독일·네덜란드·일본 등 5개국 뿐이다. 60년전 한국 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발과 오징어를 수출해 1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던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의 약점을 창의와 열정으로 극복하고 오늘날 반도체와 자동차·조선·석유제품·평판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합성수지·자동차부품·철강판·컴퓨터 등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1953년 휴전 후 70년만에 전세계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드라마틱한 성공스토리를 썼다. 특히 1992년은 대한민국 수출역사에 기록적인 한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64M(메가) D램을 개발하고, 철옹성이었던 일본 NEC를 제치고 D램 1위를 차지한 해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SK하이닉스로 바뀐 현대전자와 LG반도체 등이 힘을 합치면서 그 해 수출 1위 품목은 의류(수출비중 8.
#1. 29년만에 한국시리즈에서 통합우승한 LG트윈스의 승리소식과 함께 5차전까지 이어진 시리즈 내내 주목을 끌었던 것 중 하나는 구광모 LG 그룹 회장의 손에 쥔 스마트폰이었다. 구 회장은 29년만의 역사적인 장면을 찍기 위해 자주 자신의 휴대폰을 들었고 그 때마다 방송사나 사진기자들에게 찍힌 스마트폰은 '사과(애플)' 로고가 선명한 최신 아이폰이었다. 2021년 4월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하기 전에는 있을 수 없었던 모습이다. 구 회장이 사과폰(아이폰의 별칭)을 사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애플이 LG 그룹의 주요 고객사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한해에만 LG이노텍으로부터 15조원 규모(사업보고서 기준: 단일고객으로만 표기)의 카메라 모듈 등을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9조 8400여억원을 구매한 핵심고객이다.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핵심 수요처이기도 하다. 아이폰15에 약 5000만대의 소형 OLED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십조원의 부품을 애플이 사 가니 구 회장이 '사과폰'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민의 세금이 중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들의 배를 불리는데 사용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환경부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관계부처합동으로 '2023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을 내놨지만 3분기가 지난 지금 그 효과는 기대에 못미친다. 전기차 보조금(약 2조원) 개편안을 만들 때 정책 목표는 두가지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는 탄소중립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전기차 수요를 늘리는 것이고, 두번째는 그 과정에서 국산 배터리 및 전기차 구매가 늘고 국내 전기차 기술력이 제고되는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바람대로 국내 전기차 사용은 늘었지만, 국산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XX이 벌어간다'는 속담이 연상되는 현실이다. 정부는 삼원계 배터리인 우리 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에너지밀도가 높은 배터리(삼원계)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또 주행거리가 짧은 LFP의 단점을 감안해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긴 차량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