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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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이면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타계한 지 만3년째다. 옛날로 치면 3년간 입은 상복을 벗는 '3년 탈상'의 시기이자 새출발의 시기다. 고 이건희 선대 회장은 경영자로서 100년에 한명 나올까말까한 인물이다. 미래를 보는 눈이나 용인술 등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아시아의 싸구려 3류 전자제품 회사를 30년만에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스마트폰·TV 등에서 1등하는 전자업체로 탈바꿈시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그의 미래지향적·도전적·창조적 혁신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많은 학자들은 그를 상상력과 통찰력을 가진 전략 이론가이자 통합적 사상가라고 불렀다. 지난 3년의 시간을 보내며 그는 떠났지만 그의 정신은 여전히 남았다. 이제 숙제는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다. 지난 몇년처럼 선대 회장의 추억에만 얽매여 있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그 뒤를 잇는 후계자가 더 나은 길을 열어가야 한다.
애플이 오는 6일 국내에서 사전주문을 받고 13일부터 출시할 아이폰15 신제품을 두고 말들이 많다. 애플 애호가들은 이번에도 애플의 혁신을 찬양하지만, 업계에선 '애플의 혁신은 죽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애플의 한국 판매 사이트에서는 "아이폰 프로15와 프로맥스는 견고한 티타늄 소재와 초고화질 카메라, '어마무시한 성능'으로 판도를 바꾸는 A17 프로칩에 USB3 속도를 지원하는 USB-C 커넥터까지 강력하고 혁신적인 기능을 갖췄다"고 소개하고 있다. 애플의 '어마무시한 성능'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업계에서 신제품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다. 이미 삼성전자를 비롯한 업계가 모두 도입한 USB-C 커넥터를 채택한 것을 두고 강력한 혁신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어마무시한 성능'이 '어마무시한 발열이냐'는 A17프로칩 발열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혁신이라고 부를 만한 내용이 없다보니 '전작과 가격이 동일한 것이 아이폰15의 유일한 혁신'이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애플의 혁신 논란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포스코가 이달부터 코일철근 시장의 상업생산에 나서면서 철강업계에 말들이 많다. 철강업계의 맏형인 포스코가 고로를 기반으로 고급철강 시장이 아닌 전기로 기반 생산업체들의 시장인 철근 시장에 진출한데 대한 논란이다. 철강업계의 골목상권에 철강공룡인 포스코가 진출했다는 비난이 주를 이룬다. 포스코는 이번 코일철근 시장 진출을 두고 ▷포스코의 생산물량이 국내 전체 철근시장의 1% 미만으로 규모가 작은 점 ▷포스코이앤씨 등 자회사 경쟁입찰에 납품할 목적인 점 ▷로스율 감소 등 건설사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를 들어 신규 시장 진입 정당성을 설명하고 있다. 다른 기업이었다면 이런 시장논리를 내세울 때 달리 이론을 달 게 없다.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통해 시장의 순기능을 강화하겠다는데 누가 막겠나. 또한 동국제강과 대한제강 두 회사의 과점 시장인 코일철근 시장에 수요자인 건설업계가 제3의 사업자를 필요로 한다는데 마다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참여자가 포스코라고 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산업의 쌀이자 뼈대인 철강산업의 맏형인 포스코는 우리 선조들의 피와 땀이 쇳물에 녹아있는 기업이다.
민족대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은 모든 가족들이 모여 서로 화합하고 격려하는 자리다. 그런데 이번 추석 명절에 그러지 못하는 가족들도 있다. 내달 5일 상속회복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는 LG가(家)가 그렇다. 자손이 많은 LG가는 오래 전부터 설은 신정을 쇠고, 추석인 음력 8월 15일에는 고 구자경 명예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고 구본무 회장의 자택이 있는 한남동에 모여 함께 차례를 지내고 화합을 다지곤 했다. 매년 8차례 내외의 집안 제사 외에 설과 추석은 상남(上南) 구자경 명예회장이나 화담(和談) 구본무 회장이 LG가의 장자로서 가족의 화합과 LG의 인화를 다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LG 창립 75년째인 올해도 구광모 LG 회장이 장자로서 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 구본무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가 두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구연수씨와 함께 장남인 구광모 LG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변
EU집행위원회가 지난 13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전기차의 급성장에 대한 EU의 두려움의 표시다. 또 EU 자동차 시장을 더 이상 저가의 중국 전기차에 내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미국에 이어 EU와 중국의 충돌은 우리 전기차 및 배터리 업계에는 기회다. 그동안 폐쇄적인 중국의 보조금 정책으로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유럽 시장에서는 저가의 중국 전기차와 경쟁했던 우리에겐 돌파구가 생긴 셈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이번 기회를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에서도 메모리 반도체와 같은 영광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 길을 가기 위해선 중국이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유럽은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이었다. 산업혁명의 시발점인 영국에서 출발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자동차 회사들이 즐비하다. 이들의 내연기관 엔진기술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더욱 공고해진 기계와 엔지니어링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았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0년 3월 경영복귀를 선언하며 던진 말이다. 그는 2013년 1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도 "10년내 삼성의 일등 제품이 사라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당시 메모리 반도체는 20년간 세계 1위를 달렸고 삼성전자의 실적도 양호했지만 이 선대회장은 끊임없이 위기론을 설파했다. 위기론을 입에 달고 살았던 이유는 위기가 왔을 때는 이미 대처하기 늦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 의식은 변화로 이어졌다. 디스플레이 업체 삼성SDI는 세계 1위까지 올랐던 PDP(플랫패널디스플레이) 사업을 접었고, 2차전지로 주력 업종을 전환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1위 종목이었던 LCD(박막액정디스플레이)를 접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말을 갈아탔다.
18일 오전 9시 38분경 서울 강남구 삼성생명 서초사옥 1층 로비에서 기자들과 마주한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의 표정은 단호해 보였다.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재가입 여부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든 결정이 난 듯했다. 그런데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 또는 미가입 여부가 결정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위원장은 "저희가 확정적으로 가입·미가입을 권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가입 가부에 대한 답을 기다렸던 기자들 입장에서 당혹했다. 그동안 준감위의 스탠스나 수차례의 검토를 감안하면 이번 회의를 통해 '재가입하는 것이 좋겠다'거나 '재가입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정도의 권고라도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 위원장이 지난 16일 임시회의를 위해 출근하는 길에나, 이날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도 '결정'이나 '결론'이라는 단어를 여러번 사용했고, 이는 곧 전경련 가입여부에 대한 결정과 결론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준감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경유착 근절과 전경련 인적 구성이나 운영에 정치권 인사의 개입을 반대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계와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해 그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존재이유를 입증해야 한다. 그러면 4대 그룹의 재가입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일이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단체명을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로 바꾸고 새출발하기 위해 지난 7일 류진 풍산 그룹 회장을 한경협 회장으로 추대했다. 재계는 한경협 신임 회장 추대로 전경련의 새출발에 기대가 높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산재해 있다. 최근 만난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재가입을 재촉하는데 어찌해야할 지 고민"이라고 한결 같은 목소리를 냈다. 대외적으로는 전경련에 변화가 있으면 다시 가입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이지만 그 속내를 보면 재가입에 머뭇거림이 많다. 4대 그룹의 눈치게임도 만만찮다. 삼성이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나머지 기업들의 분위기에 삼성의 압박감도 적지 않다. 외부인사로 구성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도 이런 요구를 반영해 조만간 이 사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준감위는 앞서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해산안이 삼성에 전달됐을 때도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디바이스경험(DX: 스마트폰, TV, 가전, 네트워크 등) 부문 내에 미래기술사무국을 최근 신설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사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6400억원)와 2분기(6700억원)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보면 형식은 흑자였지만, 내용은 적자다.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하만의 연결 영업이익(1분기 합계 9100억원, 2분기 합계 1조 900억원)을 제외하면 지난 1분기 -2700억원, 2분기는 -4200억원 적자다. 적자신호는 삼성전자 본체(특히 DS부문)에 위기가 왔음을 보여준다. 수조원대의 분기 이익을 내던 과거의 성공방정식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위기가 올 때 경영자들은 원가절감과 구조조정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협력업체 단가 인하와 회사 내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의 효과는 단기간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미봉책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에 나서야 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드는 것'이 혁신의 길이다.
"잘 지내시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피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1일 11시 55분경 오전 재판이 끝난 후 점심을 위해 법정을 떠나면서 기자에게 한 말이다. 오랫 만에 만나 형식적 인사에 지나지 않는 이 회장의 인사에 기자는 '잘 지낸다'고 답했지만 그에게 같은 질문을 되묻기는 애매했다. "잘 지내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 뻔해보였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현재 형편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약 2년의 수감생활에 이어 '피고인'석에만 3년째 앉아있는 그를 봐도 답은 뻔했다. 그 장소가 "잘 지낸다"고 답하기에도 어색한 장소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날도 외부로부터의 위해 가능성(과거 달걀 투척사건도 있었다) 때문에 법원에 신변보호신청을 해놓은 상태라 일반방청객이나 다른 피고인들보다는 늦게 법정을 나섰다. 일반방청객을 먼저 내보내고 마지막으로 이 회장이 나가는 순서였다. 법원 경위들에게 떠밀리는 과정에서 안부를 묻는 대화는 짧게 끝났지만, 재판 내내 '잘 지내기는 쉽지 않은' 삼성 총수의 현실을 봤다.
"상당히 많은 분량의 녹취록이 있다. 이 내용이 가족들간의 대화라서 전체 녹취록을 제출하기 어렵다. "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부지방법원 410호 법정. 고 구본무 LG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가 두딸과 함께 아들인 구광모 LG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에서 나온 원고 측 변호인의 말이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LG 가족들끼리 집안에서 한 대화가 몰래 녹음됐다는 것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1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원고 변호인 측이 그 분량이 많아서 전체를 제공하는 게 어렵다고 한데서 알 수 있다. 사건과 관련 없는 사적 대화도 다수 녹음돼 있다고 한다. 가족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간에선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도 나온다. 기자는 생전에 구본무 LG 회장을 여러번 만났고, 그가 가족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도 잘 안다. 그가 지금 하늘나라에서 이를 본다면 뭐라고 할지 뻔하다. "고마 됐다. 고마해라(그만 하라)!"는 불호령이 떨어졌을 듯하다. 이날 녹취록 발언은 그나마 양측의 화해에 한가닥 희망을 가졌던 사람들에게는 '가족의 붕괴'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2분기에도 이어진 삼성전자 실적악화 속에서 지금 삼성 내부를 지배하는 키워드는 △자신감 상실 △소통실종 △미래전략 부재 등 세가지다. 삼성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과거 삼성 신입사원이 '자부심(pride)'으로 달고 다니던 '삼성 배지(badge)'는 일부 금융계열사를 빼면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시대의 변화도 있지만 로열티와 자부심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특히 사업보국이라는 사명감에 신바람 나게 일하던 그 기억도 사라진 지 오래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2분기 연속 수조원의 적자를 낸 때문이 아니다. 그룹 전체 분위기가 위축돼 있다. 삼성은 현재 그 어느 그룹도 달성하지 못한 국내 4대 프로스포츠 '꼴찌 그랜드슬램'(4관왕)을 하고 있다. 야구(10위), 축구(12위), 농구(10위), 배구(7위) 등 전 분야에서 꼴찌다. 회사 브랜드를 가슴에 달고 하는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다. 직원들의 아침출근길 비타민이고, 상사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저녁의 해우소(解憂所)다. 삼성 직원들 중엔 차라리 스포츠단을 매각해 응원 대상을 없애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 같다는 얘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