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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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7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부지침에 따라 선정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시켰다. 한국 자동차 업계가 지속적으로 미국 정부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지만 허사가 됐다. 미국이 자국 기업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못했다. 테슬라와 포드, GM 등 보조금 지급대상 16종의 미국 전기차·하이브리드 차에는 1대당 70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미국 시장에서 미국 전기차가 판매 우위의 경쟁력을 갖게 됐다. 앞서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조건에 영업기밀에 준하는 내용을 제공하라든지, 초과이익을 공유하라는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한국의 대표수출 품목인 전차(전자와 자동차) 군단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번 전기자동차의 보조금 대상을 선정할 때나 반도체 보조금 지급 세부규칙을 정할 때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선한 의지'(선의: good will)에 큰 기대를 걸었을지도 모른다.
'형제간과 종족 사이에는 서로 좋아할 뿐 따지지 마라' LG 창업자인 고 구인회 회장의 경남 지수 생가의 모춘당이라는 정자 기둥에 새겨진 글귀다. 구 창업주의 조부인 만회 구연호공(구한말 홍문관 대재학)이 후손들에게 남긴 10계 덕목 중 한 대목이다. 인화의 LG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구다. 75년간 이어져왔던 인화의 문구에 금이 가는 소장이 접수된 게 지난 2월 28일이다. LG 4대 그룹 총수인 구광모 회장에게 고 구본무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들이 상속재산효력회복소송을 제기한 시기로부터 딱 한달이 지났다. 그 한달 동안 집안 어른들의 중재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이번 소송에 큰 변화는 없는 듯하다. 그러는 사이 지난 27일 LG 창립 75주년도 조용히 지나갔다. 크게 떠들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상속재산효력회복 소송은 언뜻 보면 유교적 기업의 가풍과 그 집안 여성들의 권리 회복 투쟁처럼 보인다. 2005년 대법원의 문중재산 분할 판결
삼성 반도체 적자의 진짜 이유는 뭘까. 시장에선 메모리 반도체 수요감소로 인한 재고 증가를 이유로 든다. 재고증가로 D램 가격이 떨어져 1분기에만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가량 영업적자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이 안좋아 적자가 난다'는 말은 적어도 1등 기업 삼성에게는 통하지 않는 변명이다. 2, 3위인 SK하이닉스나 미국 마이크론의 적자와 삼성전자의 적자는 그 의미가 다르다. 2016년쯤으로 기억한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이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그 회사의 최고 책임자와의 저녁을 했다. 그 자리에서 '휴대폰 사업 위기의 원인'을 물었더니 "환율도 좋지 않고,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아서. "라는 답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위기의 원인을 내부부터 찾지 않고, 외부로 돌리는 모습에 "더 어려워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삼성전자 CFO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었다. 그의 답은 "글로벌 경기가 나빠지는 것은 갑자기 나타난 변수가 아니라 기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맞닥뜨리는 상수다.
"일본엔 왕(King)이 없어요!" 지난해 9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Queen Elizabeth II) 서거 때 호주 시드니의 한 주민센터 강좌에 참가할 때 일이다. 80대의 영국계 호주 강사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를 안타까워하며 한국과 일본에는 왕(King)이 있는지를 물었다. 먼저 질문을 받은 기자가 "한국에서 왕은 1910년 일제 강점기 이후 사라졌고, 일본엔 여전히 상징적 왕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그 때 수업을 같이 듣던 20대 후반의 일본 여성이 일본엔 'King'이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는 왕보다 더 높은 지위의 사람이 있다며 휴대폰으로 다른 단어를 열심히 찾았다. 그리고 만면에 미소와 함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Emperor(황제)"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히토 일왕의 제국주의 식민 지배의 문제점을 교육 받아온 기자 입장에서 적잖이 놀랐다. 전쟁의 역사를 모르는 20대 젊은 일본인의 입에서 타국을 지배하는 '제국의 황제'를 뜻하는 말을 자랑스럽게 얘기해서다.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 경제학 공부를 해왔으나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 " 2011년 '초과이익공유제' 논의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를 주도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을 향해 던진 말이다. 이 발언은 당시 '공산주의' 이념논쟁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익공유 논란이 다시 미국에서 불붙었다. 이번에는 고(故) 이건희 회장과 1942년생 동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로부터다. 미 상무부가 지난 1일 자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미국 내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이 예상을 넘어서는 초과이익을 낼 경우 보조금의 75%까지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자국 내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외국 기업에게 혜택을 줬다 뺏는 셈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이 회장이 살아있었다면 이번 발표를 듣고 10여년전에 했던 말을 똑같이 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세번째 찾아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재판이었지만 공방의 흐름은 큰 차이가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이롭도록 무리한 합병을 한 것이라는 검찰 측 주장에 기업의 경영적 판단이라는 변호인간의 공방은 여전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검찰과 검찰 측 증인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는 정도다. 검찰 측 요청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전 삼성물산 사외이사(모 대학 경제학과 전 명예교수)는 검찰의 여러 질문에 일일이 반박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 검찰 측을 당혹게했다. 이 전 사외이사의 일관된 증언의 요지는 기업경영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이해하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검찰이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찬성) 거수기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냐"며 찬성 의견을 내기까지의 치열한 토론 과정을 설명했다. 보통 이사회 1주일 전이나 3~4일 전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2~3시간 이상 이사회 안건에 대해 얘기를 듣고 의문이 있거나 문제가 될 부분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고 이해될 때까지 숙의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팻 겔싱어 일어나 보세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밤(미 동부기준) 워싱턴 의회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취임 후 가진 첫 국정연설 때의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2층 우측 자리에 특별초청된 인물들 중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를 소개한 후 팻 겔싱어 인텔 CEO를 호명했다. 미국 제조업 재건을 강조한 연설 직후다. 인텔은 반도체 집적회로(IC)를 발명한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1968년 미국 실리콘 밸리에 설립한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왕좌를 내준 회사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텔의 미국 내 200억달러(한화 약 24조원) 투자를 칭찬하며 겔싱어 CEO의 이름을 호명했고, 그는 앉은 자리에서 몇 차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바이든은 그에게 일어서달라고 요청했다. 그를 향한 상·하원 의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기업인의 노고에 대한 정치인들의 감사와 존경의 뜻이다. 뒤이어 같은 자리에 초대된 전미철강노조 트레이너인 조조 버지스에게도 박수가 이어졌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이 시작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공격을 명령하면서다. 8년전부터 국경지대에서 국지전으로 시작해 1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전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전쟁의 기원을 찾는 많은 학자들은 모든 전쟁의 원인을 '부족한 자원을 둘러싼 경쟁'에서 찾는다. 아이슬란드대학의 저명한 정치학 교수 브래들리 세이어는 저서 '다윈과 국제관계: 전쟁과 종족 분쟁의 진화적 기원에 관하여'에서 종(種)은 부족한 자원을 얻기 위한 유리한 위치로서 권력을 갖기를 원한다고 했다. 권력을 가지면 자원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쟁 같은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도 안보강화를 위한 것도 있지만 막대하고 확실한 이익을 차지하기 위한 것도 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세계 패권(헤게모니)을 쥐기 위한 전쟁의 일환이다. 미소 냉전시대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가 과거의 영광 재현을 위해 패권국 미국에 내미는 도전장이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물러나고 중국과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에 생긴 힘의 공백을 노렸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유리 정문을 깨고 들어가 불법점거한 지도 21일로 열흘이 훌쩍 넘었다. 지난 10일 갑작스러운 건물 점거로 도로의 일부가 막히면서 평소 그 앞으로 다니는 손님들의 땟거리를 맡았던 작은 분식집은 그 이전보다 많이 불편해졌다. 가계 앞에 모여 담배 피고 아무 곳에나 버리는 노조원들과 시도 때도 없이 울려퍼지는 확성기 소리와 투쟁가 소리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는 서너평 남짓한 CJ대한통운 앞 OOO 분식집. 택배노조가 자신들의 밥줄을 위해 다른 누군가의 밥줄을 끊어놓는 게 아닌지 궁금하기도 했다. 테이블 너댓개를 두고 장사를 하는 그 자영업자 사장님에게 노조 불법점거와 파업 때문에 불편은 없는지를 물었다. 그는 "불편이 있지 왜 없겠느냐"면서도 파업으로 길이 막혀 줄어드는 매출의 일부는 주변 경찰들이, 일부는 파업 노조원들이 와서 '라면 한그릇, 김밥 한줄' 팔아주면서 메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가 없는지를 물으니 남탓보다는 "세상 일이 다 나 좋을 대로, 내 뜻대로 되겠느냐"며 "21일까지는 한다고 하니 그 때 끝나기를 기다리겠노라"며 그냥 웃는다.
미국과 유럽·중국·일본 등 전세계 강국들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 가운데 정작 메모리반도체 강국인 대한민국은 후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서 'K-반도체 전략 보고'를 통해 "기업의 노력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며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지시했지만 입법 과정에서 '배가 산으로' 갔다. 문 대통령은 반도체 인력양성과 규제 특례, 신속투자 지원 확대를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3일 공포돼 오는 8월 4일 시행되는 소위 '반도체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그 어디에도 '반도체'라는 말이 없었다. 입법에 관여한 관계자들은 반도체라는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것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특혜로 보이거나 WTO(세계무역기구)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뭉뚱그렸다고 항변한다. 이 변명은 반도체법을 만든 미국이나 유럽을 '바보'로 보는 것과 같다. EU는 지난 8일 반도체 산업에 최대 450억유로(61조4500억원)를 투자하는 'EU 반도체법(EU Chips Act)'을 제안했다.
삼성전자 내 4개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이 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 신청을 접수했다. 삼성전자 창립 53년만에 첫 파업 가능성을 눈앞에 두고 재계 안팎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배부른 노조의 몽니'라는 비난이 대다수다. 기업 종업원들의 정당한 근로의 대가 요구라면 제3자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만 이들이 요구하는 것들이 올곧이 자신들의 몫이 아니거나 요구가 지나칠 경우 비난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노조는 사측과 2021년도 임금 교섭을 진행하면서 전직원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을 비롯해 △매년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자사주 1인당 107만원 지급 △코로나19 격려금 1인당 350만원 지급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2020년 삼성전자 영업이익과 정규직 직원수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연봉 1000만원 인상 외에도 1인당 8000만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사측이 노사협의회와 협상에서 발표한 임금 인상률 7. 5%(기본인상률 4.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며 인디언식 기우제(비가 올 때까지 제를 지내는 식)를 지낸 모간스탠리의 전망이 결국 틀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7일 삼성전자와 28일 SK하이닉스가 한해 실적을 결산한 결과에서다. 지난해 8월 11일 모간스탠리가 '메모리-겨울이 오고 있다(Memory-Winter is coming)'는 보고서를 통해 예견했던 2021년 4분기와 2022년 1분기 전망 중 4분기에 대한 예견은 빗나갔다. (그들이 4개월 후 전망을 조정했든 어떻든… ) 모간스탠리가 '메모리 겨울' 보고서에서 2019년 이후 상승기에 접어들었던 메모리 시장 사이클은 2021년 3분기 정점이 지나고 4분기부터 D램 재고 증가로 인한 메모리 가격 하락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올 1분기에도 하락해 올 한해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모간스탠리는 당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도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9. 2% 하향 조정했고, SK하이닉스도 15만 6000원에서 8만원으로 반토막 수준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