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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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실질 국민총생산(GDP)이 전기대비 1. 8% 성장했다. OECD 주요국 중 압도적 1위다. 1%가 넘는 유일한 국가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대비 9. 2% 증가했다. 사상 최고치다. 1분기 명목 GDP와 명목 GNI도 전기대비 각각 10. 5%, 11%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5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한 마디로 역대급 성장이다. 예상대로 반도체가 성장을 견인했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 위주로 수출이 5. 9%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6. 6% 성장률을 기록했다. 두 부문 모두 지난 5년간 최고 성적이다. GDP 성장률에 순수출(수출-수입)은 1. 1%포인트, 설비투자는 0. 6%포인트 기여했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당초 1% 후반에서 2% 중반대로 상향 조정했다. OECD는 성장률을 1. 7%에서 2. 6%로 0. 9%포인트 올렸다. 반도체산업의 슈퍼사이클 진입에 의한 수출 호황으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도 장밋빛이다. 지난 1년간 코스피지수는 3배나 상승했다.
지방의원은 흔히 '걸어 다니는 콜센터'라 불린다. 현장 곳곳을 누비며 주민을 만나고 민원을 듣고 풀어내는 일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해서다. 밤낮없이 울리는 전화와 메시지는 지방의원에게 맡겨진 '소명'(Calling)을 거듭 일깨운다. 얼마 전에도 양재천 인근 주민과 상인들로부터 민원 메시지를 받았다. 빗물펌프장 지하화 문제로 시청과 구청을 오가며 호소했지만, 번번이 벽에 가로막혔다는 내용이었다. 여러 기관을 거친 사안이 서울시의회로 향한 이유는 메시지 마지막 문장에 담겨 있었다. 그들이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서울시의회에 연락해 보셨나요. 최호정 의원에게 말씀해 보시면 길이 보일 겁니다. "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2년 전 제11대 서울시의회 의장에 취임하며 품었던 다짐이 다시 또렷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5년이 지났지만, 지방의회는 여전히 시민에게 가깝고도 먼 존재다. 지난해 실시된 '지방의회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4명은 지방의회의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미리 재산을 증여하면 상속세를 피할 수 있다"는 통념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러나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은 상속개시 전 일정 기간 내에 이루어진 증여재산을 상속재산에 합산하기 때문에 사전증여로 인해 오히려 세부담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상증세법 제13조는 피상속인이 상속개시일 전 상속인(배우자·자녀 등)에게는 10년 이내,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는 5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의 가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자녀에게 9년 전에 증여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피상속인 사망 시 상속재산에 포함 상속세 산출의 기초가 된다. 이때 합산되는 증여재산은 상속개시일이 아닌 증여일 현재의 시가에 따라 평가한다. 이 규정의 취지는 상속에 임박해 재산을 분산·이전함으로써 누진세 부담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행위를 방지하는 데 있다. 사전증여 후 10년 이내에 상속이 개시되면 상증세법 합산 규정에 따라 증여재산 가액이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된다. 상속세 산출세액은 합산된 전체 금액에 누진세율을 적용해 계산한다.
"선물을 했어. " "아니, 누구 선물을 얼마나 비싼 걸 산 거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선물 투자로 손실을 본 상우와 주인공 기훈이 나눈 대사다. 한때 파생상품은 일반인들에게 매우 낯설고 어려운 금융상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중문화 속 대사 한 줄 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이해하고 웃을 수 있을 만큼 익숙한 개념이 됐다. 올해는 우리나라 장내 파생상품시장이 출범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거래소는 1996년 5월 3일 코스피200 선물 상장을 시작으로 코스피200 옵션, 금리선물, 통화선물 등 다양한 상품을 도입해 왔다. 현재는 거래량 기준 세계 10위권의 대표적인 파생상품 거래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장 개설 초기인 2000년대 들어 우리 파생상품시장은 거래량 기준 세계 1위를 구가한 적도 있다. 2010년대 이후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가 도입되면서 거래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파생상품이 지닌 높은 위험성과 투기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시장 규모 축소를 감수하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최근 우리 수출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경계가 함께 한다. 4월까지 반도체 수출은 148% 늘었고, 전체 수출도 41% 증가했다. 금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1. 7%로 반등한 데에도 반도체의 힘이 컸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숨통을 틔웠다. 그러나 온도 차도 분명하다. 미·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자동차·철강 등 일부 품목은 수출이 감소했다. 내수 회복도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반도체 홀로 달리는 호황이라고 부른다. 일정 부분 타당한 우려다. 다만 반도체를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대전환이라는 렌즈로 바라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세계 경제에서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부품이 아니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전력망을 함께 움직이는 거대 인프라의 핵심이다. 특히 AI 패러다임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확장될수록 데이터 처리 대역폭과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고성능 메모리의 위상은 더욱 커진다. 반도체 호황은 수출 증가 이상의 차원에서 봐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는 1만7538건으로 2012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6년 연속 증가세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단속 강화와 피해 구제를 되풀이해 발표하지만 제도 틀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논의는 여전히 나오지 않는다. 그 중심에 2002년 제정된 대부업법이 있다. 대부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취약계층을 겨냥한 고금리 영업과 과거 일부 업체의 강압적 추심이 원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부업이 제도권 금융 사각지대를 메우며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 완전히 내몰리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해 온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이중적 현실을 현행 법체계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행 대부업법은 성격이 다른 3가지 기능을 한 법안에 욱여넣었다. 대부업자 관리·감독(업법), 불법사금융 처벌(형사), 소비자 보호(이자·추심 규율)가 뒤섞였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것도 이 구조 탓이다. 소비자는 등록업체와 불법업체를 구분하기 어렵고, 감독당국은 기능별 대응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국제 유가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가 넘는 한국 경제와 국민생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며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에너지 주권의 확보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됐다. 이러한 에너지 위기 상황은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과정에서 에너지 주권의 확보와 서민경제에 미치는 충격 완화라는 측면 역시 동시에 살펴볼 필요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액화석유가스(LPG)는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위기 속에서 에너지주권과 서민경제를 지키면서도 탄소중립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교 에너지'로서 가장 현실적 대안이다. 에너지 주권 확보의 핵심은 공급망의 다변화다. 원유와 나프타의 중동 의존도가 7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는 국내 산업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반면 국내 도입 LPG의 80% 이상은 미국산 셰일가스 기반으로, 중동 리스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이런 비는 내 평생 처음 봅니다. " 이제는 이런 말이 전혀 생소하게 들리지 않는다. 시간당 100㎜를 넘는 극한 호우가 2024년 16회, 2025년 15회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가평, 광주, 서산, 산청 등에서 짧은 시간에 비가 집중된 기록적인 폭우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바야흐로 이상기후가 뉴노멀이 돼가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하천 정비와 배수시설 확충 등 재해예방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그러나 단시간에 집중되는 극한 호우 앞에서는 이것만으로 한계가 있다. 집중호우, 산사태, 지하공간 침수와 같은 재난은 수십 분, 짧게는 몇 분 사이 상황이 급변한다. 재난을 예측하기 어려워질수록 미리 대비하고 대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현장의 경험은 이를 보여준다. 2024년 7월 경북 영양군과 안동시에서는 마을 이장과 주민대피지원단, 소방·경찰이 협력해 급류와 침수 위험 속에서도 주민을 신속히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막았다. 생명을 지키는 힘은 현장의 신속한 판단과 공동체의 실행력, 기관 간 협력에서 나온다.
병무청장으로 부임 후 필자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각인된 '병역의 가치'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병역은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잠시 멈춤일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성장의 계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내게 부여된 병역이 다른 사람의 그것에 비해 결코 부당하지 않다'는 확신, 즉 공정함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청년 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공정의 가치에 민감하다. 기회의 평등을 넘어 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부응하기 위해 병무청은 병무행정의 모든 분야에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적용하고 있다. 먼저, 병역이행의 첫 단계인 병역판정검사의 객관성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과거의 병역판정검사는 신체등급을 기계적으로 나누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료 전문인력 및 최첨단 의료장비와 정밀 심리검사를 통해 개개인의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면서 병역판정의 신뢰성 제고는 물론 우리 청년들의 건강까지 세심히 살피고 있다. 그리고 유명인사 등 사회적으로 관심있는 사람들에 대한 병역 이행 과정을 심층 관리함으로써 부모의 배경이나 사회적 지위가 병역의 공정성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수 없음을 병역의무자는 물론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오는 7월 발표할 예정인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종부세 강화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의 혜택 기준 변경을 통해 '실수요 중심의 과세 정상화'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와 더불어 1주택자라 하더라도 기존의 '보유기간'에 대한 혜택을 축소·폐지하고 실제 '거주기간' 중심으로 장특공을 산정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라는 정부의 정책적 지향점은 조세정의 측면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만하다. 그러나 장특공 기준을 보유보다 거주에 무게를 두는 방식으로 개편할 경우 정책 목표 달성 여부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조세중립성' 관점에서 예기치 못한 시장 왜곡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조세중립성이란 세금이 시장 참여자의 합리적 경제적 의사결정을 인위적으로 제약하지 않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상적인 세제는 세금 부담 때문에 정상적인 거래나 주거 이동이 가로막히는 상황을 지양해야 한다. 장특공은 바로 이러한 조세중립성을 실현하기 위한 장치다.
식품 시스템은 원활하게 작동할 때는 그 소중함을 체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날 식품의 생산·유통·소비 방식에서 나타나는 급격한 변화는 아태지역 전반의 식품안전 체계에 새로운 과제와 요구를 던지고 있다. 식품 규제기관들은 점점 복잡해지는 글로벌 공급망과 비약적인 식품 기술 혁신 등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헤쳐 나가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실패의 징후가 아니라 진보의 신호이지만, 규제기관에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대응 방식이 요구된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국가라도 신종 위해물질이나 신기술, 그리고 안전과 투명성에 대한 대중의 높아진 기대를 단독으로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품 규제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은 현대 식품 안전의 필수적인 핵심 요건이 됐다. 이런 맥락에서'아시아·태평양 식품규제기관장 협의체(APFRAS, 이하 아프라스)'는 지역 내 협력을 실현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아프라스는 공통 과제 해결을 위한 협력의 가치를 더 많은 국가가 인식함에 따라, 참여국이 두 배로 늘어나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었다.
올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79차 세계보건총회에서는 특별하고 숙연한 행사가 열린다. 대한민국 출신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인 고(故) 이종욱 제6대 세계보건기구(WHO) 전 사무총장 서거 20주기 추모식, 그리고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 직접 설립했던 '이종욱 전략상황실'의 재개소식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 공동 주관하고 WHO가 함께하는 이번 행사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했던 이 전 사무총장의 유산이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주는 뜻깊은 자리다. 우리가 고인의 유산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오늘날 전 세계가 직면한 과제에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사회는 유엔 창설 80주년을 거치며 '글로벌 보건 체계 개혁'을 중점과제로 논의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공적개발원조(ODA)가 축소되는 가운데 현지에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보건 체계를 마련하자는 치열한 반성이자 혁신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20년 전, 세계 보건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력과 연대의 중요성을 꿰뚫어 본 선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