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총 4,096 건
코로나 펜데믹 이후 도시공간 사용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업무시설 수요는 줄어들고 비대면 소비의 보편화로 상업시설의 역할도 축소되고 있다. 과거 성장과 밀집의 상징이었던 도심의 오피스와 상가가 점차 공실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도심 내 주거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 이런 불균형은 '일하는 공간'과 '사는 공간'을 구분하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유휴공간을 주거로 전환하는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노후 상가와 중소형 오피스를 중심으로 공실이 누적되면서 도시 활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식산업센터는 전국적으로 약 40%가 공실이고 수도권만 놓고 보면 평균 50%에 육박한다. 사무공간 없이 금융기관 운영이 가능한 시대가 됐으며 전통적인 대형 금융기관도 점진적으로 사무공간 처분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위기는 곧 새로운 기회다. 정부가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일환으로 LH는 비주택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상가나 오피스, 숙박시설을 매입하거나 민간과 협력해 주거시설로 전환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세 매물은 빠르게 줄고 월세 전환은 가속화되면서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매달 빠져나가는 주거비가 서민 가계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은커녕 '내 방 유지' 조차 버거운 현실이 일상이 됐다. 공공주택이 더 필요하지만 서울에는 남은 빈 땅이 많지 않다. 이 딜레마 한가운데에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이 놓여 있다.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의 근본적 발상은 명쾌하다. 역세권이라는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땅을 수직으로 활용하되 용적률 상향이라는 공적 혜택의 대가로 개발이익의 절반 이상을 장기전세주택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2007년 주택 패러다임을 '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 아래 2008년 첫 삽을 떴다. 입주자는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전세보증금을 내면서 연 5%의 인상률을 넘지 않는 조건으로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 월세로 내몰리는 시대에 전세라는 형태 자체가 자산 형성의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복지를 넘어 '주거 사다리'로서의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
우리는 에너지를 너무 익숙하게 사용한다. 전등이 켜지고, 자동차가 움직이고, 공장이 돌아가는 일은 너무나 당연해서 마치 그 모든 것이 대가 없이 주어진 자연의 질서인 것처럼 받아들이곤 한다. 그러나 그 비용은 가볍지 않다. 사실 에너지는 국가가 가장 큰 비용을 치르는 영역이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석유·가스 수입액은 1397억 달러(약 200조 원)에 달했다. 국가 전체 수입액의 22%, GDP(국내총생산)의 약 8%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비용의 무게를 충분히 실감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특히 우리나라는 석유와 가스 같은 주요 에너지원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그 의존 구조에서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산업의 중추인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조선 같은 산업이 움직인다. 한마디로 우리는 에너지를 거의 만들어내지 못하면서도 에너지 없이는 버틸 수 없는 나라다. 이 불균형은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 정세가 흔들리고 공급망에 충격이 닥치는 순간, 취약성은 매우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마약을 한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이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없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병원 여러 곳을 돌면서 수면제나 다이어트약,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사람, 클럽이나 술자리에서 마약류가 든 음료를 모르고 마신 사례라면 어떨까. 이번엔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제 마약은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경찰은 지난해 하반기 집중단속을 통해 총 6648명의 마약사범을 검거하고 1244명을 구속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온라인 마약 사범은 1년 전보다 43% 급증했다. 수사도 발맞춰 진화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급성장한 온라인 마약 유통시장에 맞서 전담 수사인력을 확대하고, 전문 수사체제를 구축했다. 또 온라인전담수사팀을 전국 시도경찰청에 설치하고, 주요 5개 시도경찰청에는 가상자산 전담 수사팀을 신설해 마약 유통망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클럽 등 유흥가와 의료용 마약에 대한 집중 단속도 추진함은 물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예방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쳤을 때 해운시장은 전례 없는 격변을 겪었다. 부산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운임은 2000달러에서 2만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팬데믹 이전에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했던 선사들은 이 같은 급등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묵묵히 이행했다. 눈앞의 초과 이익을 포기하고 약속을 선택한 것이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초대형 유조선 운임이 세 배 이상 상승한 상황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장기 계약을 체결한 선사들은 급등한 보험료와 연료비 일부만을 보전받은 채 기존 운임을 유지하며 원유 수송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논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이런 모습은 부동산이나 일반 무역 거래와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 매도인은 위약금을 감수하고 계약을 파기하려 하고, 수출입 거래에서도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이 변동하면 계약 취소 시도가 빈번하다. 그런데 왜 해운업에서는 이런 일이 상대적으로 드물까.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 기술은 이제 세계가 먼저 찾는 독보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진정한 원자력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에너지를 생산하는 단계를 넘어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물까지 책임지는 '원자력 전 주기적 관리'가 필수적이다. 발전에서 시작해 관리와 최종 처분으로 이어지는 책임의 시대를 완성하는 중심에 바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가 있다. 현재 세계 주요국은 고준위 방폐물의 임시저장을 넘어 영구적인 '종결'을 향한 기술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두 주자인 핀란드는 세계 최초의 심층처분시설인 '온칼로(ONKALO)'의 본격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스웨덴은 처분시설의 착공, 프랑스는 건설 허가단계로 진입했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는 이제 이론의 영역을 벗어나 정교한 공학적 실증과 실행의 단계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 출발선에 서 있다. 지난해 9월 시행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기본 원칙과 절차, 부지 선정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2026년 현재 대한민국은 인구 구조의 거대한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 단순한 고령화를 넘어 국가의 존립과 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초고령사회'에 직면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출산율 하락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맞물리며, 2024년 12월 23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돌파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 인구의 급증은 사회적 시스템 전반에 새로운 도전을 던지고 있다. 요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전통적인 가족 돌봄 기능은 해체되고 1인 고령 가구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지 능력이 저하된 치매 환자의 경우 본인의 자산이 있음에도 이를 요양비나 생활비로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자산동결 문제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주변인에 의한 금융 범죄나 착취에도 취약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이렇게 관리되지 못한 채 묶여 있는 고령자의 자산 이른바 '치매머니'는 2023년 154조원에서 2050년에는 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평생 일군 자산이 정작 본인의 안락한 노후를 위해 쓰이지 못하고 타인에 의해 잠식되거나 사장되는 현실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다.
중동에서 이어지는 분쟁은 전장을 넘어 빠르게 인도주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란과 레바논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발생하면서 난민과 강제실향 문제가 급속히 악화되는 양상이다. 이란에서는 분쟁 격화로 대규모 국내실향이 발생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국경을 넘지 않고 자국 내 다른 지역으로 피난하는 것을 '국내실향', 이렇게 피난한 사람들을 '국내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ople, IDP)'으로 칭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약 60만~100만 가구가 안전을 찾아 일시적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인구조사 기준 평균 가구원 수 3. 2명을 적용하면 이란 내 국내실향민은 약 190만~320만 명 규모다. 이들은 테헤란 등 주요 도시를 떠나 북부와 농촌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전황이 장기화될 경우 이동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레바논의 상황도 심각하다. 인구 약 580만 명인 레바논에서는 3월 16일 기준 100만 명 이상이 정부의 온라인 실향 등록 시스템에 등록했다.
도시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숨 쉬는 공간이다. 역사 보존과 개발이 충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어느 한쪽의 선택으로만 접근하는 순간 갈등은 되풀이된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이미 이를 '보존 대 개발'의 대립 구도가 아니라, '공존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전환하며 해법을 모색해 왔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은 대표적 사례다. 유리 피라미드 건설 당시 거센 반대가 있었지만, 공론화와 설계 경쟁을 통해 역사성과 현대성이 결합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영국 런던의 코벤트 가든은 철거 대신 보존을 택해 상업성과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확보했고,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는 폐철도를 공원으로 재생해 도시 경쟁력을 높였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이해관계자 참여, 보존의 자산화, 그리고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기준이다. 개발 가능 범위와 규제가 명확했기에 갈등은 관리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도시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최근 논란이 되는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런 흐름과 거리가 있다.
올해 초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을 돌파했다. 불과 수년 만에 두 배로 뛴 수치이다. 부동산에 쏠려 있던 자금이 생산적 분야로 흐르도록 정부가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시장이 자발적으로 호응한 결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주식시장 정상화와 경제 역동성 회복의 저변에는 벤처. 스타트업 등 혁신 기업을 길러내는 모험자본 생태계가 자리해 있다. 그 핵심 자금 공급원 중 하나가 바로 투자조합이다. 투자조합은 개인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유망 비상장회사나 스타트업 등에 소액으로도 분산투자할 수 있는 효과적인 통로다. 상장 전 초기 기업은 담보나 실적이 부족해 기존 은행 대출이나 공모를 통한 자금조달이 사실상 매우 어려운 편이다. 투자조합은 이런 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한다. 정부 역시 이 점을 감안해 창업. 벤처기업 등 투자조합 출자금에 대해 최대 100%의 소득공제와 양도차익 비과세 등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지속적으로 부여하며 제도를 육성해 왔다. 그러나 투자조합 제도 이면에는 구조적 취약점도 존재한다.
한글은 유무형의 문화유산 가운데 우리 국민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의 얼굴인 광화문에 한자 현판과 한글 현판을 함께 다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환영한다. 한글은 경복궁에서 태어났고, 해설서인 '훈민정음해례본'은 그 안의 집현전(오늘날 수정전)에서 작성됐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에 한자 현판만이 아니라 '훈민정음해례본'의 글꼴로 한글 현판을 다는 일이야말로 우리 문자의 역사, 한글의 속살과 멋을 세계인에게 내보이는 일이다.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는 일부 문화유산 전문가와 국민들이다. 지금의 광화문은 흥선대원군이 중건한 것을 원형으로 삼았다. 한국전쟁 때 불탄 뒤 복원하여 2010년에 한자 현판을 달았으나, 조선 초의 원형이 아님은 물론이요, 흥선대원군 시절의 현판도 희미한 사진을 디지털 복원해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추정해 만들었다. 바탕색과 글씨 색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다가 일본에서 '경복궁 영건일기'를 찾아 2023년에 글꼴은 그대로 두고 검은 바탕에 금색 글씨 한자 현판으로 바꾸었다.
부모가 성인 자녀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돈을 보내주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까? '생활비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과 '돈을 주는 것 자체가 증여에 해당하므로 증여세가 과세된다'는 의견 중 어느 쪽이 맞을까? 세법은 부모 계좌에서 자녀 계좌로 입금된 금액을 증여로 추정한다. 그런데 부모가 자녀의 계좌로 돈을 입금할 때의 이유는 다양하다. 부모가 단순히 자녀에게 돈을 빌려준 것일 수도, 부모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한 자녀에게 대가로 지급한 것일 수도 있다. 여러 이유에도 불구하고 부모 계좌에서 자녀 계좌로 입금된 금액은 일단 증여로 추정된다. 증여 이외의 사유로 입금된 것이라면 그 사실은 자녀가 입증해야 한다. 단순 구두 소명만으론 부족하다. 계약서·차용증·급여 지급 내역·세금 신고 자료 등 소명 내용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없다면 증여로 과세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세법은 사회통념적으로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에 대해선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도록 정한다. 이에 따라 부모가 자녀에게 보낸 금액이 증여로 인정되더라도 생활비에 해당하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