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속도 경쟁, 52시간 벗어나 집중연구해야"

"반도체는 속도 경쟁, 52시간 벗어나 집중연구해야"

한지연 기자
2025.01.05 09:41

[MT리포트]K-반도체, 특별법에 달린 운명④

[편집자주] 반도체를 둘러싼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된다. 주요국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해택 등을 앞세워 자국 반도체 산업을 적극 육성해 왔다. 글로벌 첨단 기업들은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하며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건다. 우리는 정부가 '반도체특별법'을 마련해 지원에 나설 채비를 갖췄지만,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번 밀리면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반도체전쟁'에서 족쇄를 차고 달리는 격이다. 문제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계없음)/사진=머니투데이DB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계없음)/사진=머니투데이DB

'부지런함이 없어졌다'.

국내 공학 기술 분야 최고 권위 단체인 한국공학한림원이 1년여간 진행해 온 반도체특별위원회의 연구 결과를 지난해 말 발표하면서 한국 반도체의 위기 조짐을 7가지 꼽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로 꼽은 대목이다. 반도체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30분만 더하면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퇴근하고 다음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며 "주 52시간으로 인적생산성이 최하위"라고 말했다. 기술 개발의 경우 연속성이 중요한데, 근로시간 규제로 이를 침해받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이 속도경쟁인 만큼, 시의적절한 개발을 위해 반도체특별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산업 연구직들에 대한 '화이트 칼라(사무직) 이그젬션(Exemption, 면제)'제도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각국에서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정부 지원이 중요한 시기라는 것엔 모두 공감할 것"이라며 "그 가운데서도 R&D의 신속성이 산업경쟁력에서 매우 중요한 만큼, 근로시간 예외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올 들어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논평을 내며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콕 짚으며 역시 주 52시간제 예외를 주장했다. 박용민 한경협 경제조사팀장은 "주 52시간을 적용하면 집중적 연구기간이 나오질 않는다"며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산업 분야 전반적으로 연구개발직들한텐 규제를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이런 결과가 우리나라 첨단산업의 R&D 경쟁력으로 나오게 되는데, 다른 나라가 2~3달 걸릴 걸 한국은 6개월 걸린다고 하면 연구하는 의미 자체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여야간 정쟁을 떠나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역시 반도체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면서 그 속도를 지연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주 52시간제를 꼽고, "굴레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근로 시간 제한이 없는 집중적 연구기간을 운영해 기술 개발에 몰입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칩이 고성능화되며 예상치 못한 불량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는데, 현재의 근로시간제는 즉각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반도체특위 결과 발표회에 참석한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도 "개발은 하다 보면 관성이 붙고 가속이 붙어서 쭉 가야 한다"며 "52시간 자체는 좋은 제도지만, 개발이란 특수적 활동에 있어서는 그것이 부정적인 어떤 습관이나 관행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