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지붕 빌리던 시민들, 출자금 130억 기업 일궜다[넷제로케이스스터디]

도서관 지붕 빌리던 시민들, 출자금 130억 기업 일궜다[넷제로케이스스터디]

안산(경기)=권다희 기자
2026.10.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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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2013년 첫 발전소…60개 발전소 준공
출자금 130억원·조합원 2400명으로 성장
신협과 협력해 부동산담보 없는 대출 일으켜
"더 많은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경험하는 게 중요"

[편집자주]  녹색전환·탄소배출 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들을 매주 소개합니다.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55호 발전소/사진출처=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홈페이지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55호 발전소/사진출처=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홈페이지

"꼭 우리 조합원이 늘어나지 않아도 돼요. 안산에서 다른 협동조합을 만들어 거기에 또 몇천 명이 참여해도 되니까요. 중요한 건 재생에너지를 직접 경험해 보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겁니다."

이창수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이 말하는 성장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조합원과 출자금이 늘어나는 것도 반갑지만, 다른 조직이 태양광 발전에 뛰어드는 일도 환영한다. 더 많은 시민이 직접 전기를 만들고 그 수익을 나누는 것이 이 조직을 만든 이유이기 때문이다.

시민 조합, 출자금 130억원대 사회적 기업되다

2012년 말 창립해 14년째 활동하는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시민들이 돈을 모아 발전소를 짓고 운영하는 에너지 공동체다. 현재 출자금은 130억 원을 넘고 상근 인력이 약 25명인 사회적기업이다. 지금까지 60개의 발전소를 지었고, 진행 중인 사업들도 끊이지 않는다. 도서관 지붕에 작은 발전소를 올리던 조직은 다른 협동조합의 발전소까지 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출발점은 환경운동가의 고민이었다. 시화호 오염 문제를 계기로 환경운동에 참여한 이 이사장은 기후위기에 대응할 실천 수단으로 재생에너지에 주목했다. 기술이 발전하고 가격이 낮아지는 태양광이라면 시민들도 에너지 전환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겠다고 봤다. 앞서 의료복지 분야 협동조합을 운영한 경험은 사람을 모으는 방법을 알려줬다.

구상은 단순했다. 시민들이 각자 땅을 사서 발전소를 짓기는 어려우니 공공건물 지붕이나 주차장을 빌린다. 함께 모은 돈으로 태양광을 설치하고 전기를 판 수익으로 조합원에게 배당하고 공익사업도 한다. 전기를 소비하던 시민이 생산과 소유에 참여하는 구조다.

그렇게 시작해 2013년 5월 안산중앙도서관에 첫 발전소를 세웠다. 시민 121명이 출자해 사업비 9000만 원을 마련했다. 발전용량은 30킬로와트(㎾)였다. 이듬해 같은 도서관에 20㎾를 더했다.

그러나 공공부지를 빌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관공서의 시설관리 부서가 누수나 향후 증축 등 이런저런 걱정으로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2015년 안산 와스타디움 주차장에 300㎾ 규모 발전소를 추진하면서는 자금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정책자금 융자 추천을 받고도 금융기관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공부지는 빌려 쓸 뿐 조합 소유가 아니어서 담보로 내놓을 수 없었다.

안산시민햇빛발전 협동조합 조합원 및 출자금 현황/그래픽=김지영
안산시민햇빛발전 협동조합 조합원 및 출자금 현황/그래픽=김지영

신협과 손잡고 '미래 수익'으로 금융조달

이 힘든 경험이 금융의 해법을 찾는 계기가 됐다. 신용협동조합도 협동조합이라는 데서 접점을 찾았다. 이 이사장은 신협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중앙회를 찾아 시민 발전소의 사업 구조와 상환 가능성을 설명했다.

핵심은 빌려 쓰는 땅이나 건물을 담보로 내놓기 어려운 시민 발전소도 대출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태양광 설비와 전력 판매계약을 바탕으로 건설자금을 빌리고, 이후 전기를 판 수입으로 갚는 방식이다. 이 이사장은 신협의 '상생협력대출'을 통해 이 같은 금융 협력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발전소가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상환 재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도 닮았다. 토지·건물을 담보로 내놓기 어려운 시민협동조합에 앞으로 전기를 팔아 얻을 수입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할 길을 연 것이다. 이 이사장은 "신협과 수백 건의 대출 거래를 하는 동안 단 한 건의 연체도 없었다"며 "그렇게 신뢰를 쌓아왔다"고 말했다.

금융 협력은 안산 밖으로도 이어졌다. 하남의 시민 태양광 발전소가 안산 단원신협에서 건설자금을 조달하는 등 다른 지역에서도 활용됐다. 한 조합이 겪은 어려움을 해결한 경험이 뒤따르는 조합들의 발판이 됐다.

지난달 28일 안산시 단원구 소재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 만난 이창수 이사장/사진=권다희 기자
지난달 28일 안산시 단원구 소재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 만난 이창수 이사장/사진=권다희 기자

직접 시공·유지보수까지…'독점' 아닌 '확산' 방점

조직의 성장도 현장의 문제를 풀면서 이뤄졌다. 협동조합이자 사회적기업인 이곳도 인건비를 감당하고 수익을 내야 한다. 자체 발전소를 더 확보해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태양광 모듈 재활용 등 새로운 사업도 검토하는 이유다.

우선 조합은 외부에 맡겼던 발전소 공사와 사후관리에 아쉬움을 느껴 직접 시공에 나섰다. 자체 발전소뿐 아니라 다른 협동조합과 조합원들의 태양광 설비도 짓기 시작했다.

다만 사업을 넓히는 목적이 자기 조직의 몫을 키우는 데만 있지는 않다. 이 이사장은 "적은 돈이라도 출자해 재생에너지 전기를 생산하고 수익을 나누는 경험을 더 많은 이들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앞으로의 구상에도 다른 조합들이 함께 들어 있다. 지역마다 기술자를 두고 발전소를 관리하거나, 여러 곳의 발전설비를 묶어 운영하는 사업을 협동조합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최근 가장 바라는 것을 묻자 되돌아온 답변도 '더 많은 이들의 참여'로 귀결됐다. 구체적으로, 그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건물 지붕, 주차장 등을 태양광 부지로 내놓을 때 시민협동조합이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공공부지만이라도 시민들이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수익을 나누며 그 가치를 체감하는 공간으로 쓰자는 취지다.

이 이사장은 "탄소중립 속도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얼마나 많이 참여하느냐에 따라 정해진다"며 "공공부지를 시민들이 재생에너지의 가치를 알고 확대하는 데 쓸 수 있도록 빌려줬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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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1부 권다희입니다. 산업과 지역의 녹색전환, 재생에너지 분야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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