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초호황 명암 (下)
메모리 가격 4분기에 더 오른다…거침없는 K메모리 호실적
- 리드타임 D램 20주·낸드 16주로 확대…바클레이즈 "2028년까지 메모리 공급부족 지속될 것"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가격이 올해 4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글로벌 CSP(대형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들의 공격적인 설비투자로 D램과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모두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내년에도 메모리 호황이 계속되면서 삼성전자(211,750원 ▲1,750 +0.83%)와 SK하이닉스(1,259,000원 ▼3,000 -0.24%)의 실적 성장세도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IB(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 메모리 계약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지난 3분기 D램과 낸드 계약가격이 전 분기 대비 각각 20% 가까이 올랐다. 번스타인은 "3분기 가격 상승률은 2분기보다 둔화됐지만 여전히 과거 최고 수준을 웃돈다"며 "시장 수요가 공급을 지속적으로 초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는 글로벌 CSP들의 AI(인공지능) 서버 투자 확대가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구글과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9대 CSP의 설비투자(CAPEX) 규모가 올해 9570억달러(약 1290조801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1조5310억달러(약 2065조128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도 기존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했다.
엔비디아의 최근 발언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7년 회계연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폭은 당초 예상을 넘어섰고 내년에는 더 높아질 것"이라며 "메모리 부족은 상당 부분 AI 인프라 구축 자체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시장의 수급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은 20주에 이른다. 미국 CSP들의 견조한 서버용 D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업체들이 PC용 생산능력 일부를 서버용으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낸드 역시 주요 CSP들이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면서 리드타임이 16주까지 늘어났다. 통상적인 리드타임이 8주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2배로 길어진 셈이다.
메모리 공급 부족은 향후 2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IB 바클레이즈는 2027년 4분기 D램 수요가 공급을 13.9%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 역시 2028년 1분기 수요가 공급을 8.3% 초과하며 수급 격차가 최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는 534조2083억원으로 집계됐다. 내년에는 964조3392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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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내년부터 엔비디아와 AMD 등의 차세대 AI 가속기 출하가 본격화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매출도 확대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HBM의 혼합평균판매가격(Blended ASP)이 올해보다 121%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HBM은 일반 D램보다 웨이퍼 소모량이 많아 생산 확대가 범용 D램 공급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메모리 호황이 PC와 스마트폰 등 소비자 수요에 좌우됐다면 이번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글로벌 CSP들의 투자 확대가 이어진다면 메모리 호황 국면도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창신메모리의 역습?...'반도체 선행지표' D램 현물 가격은
-DDR5 현물 가격 오름세 지속, 역대 최고 수준...AMD도 저전력D램 AI CPU에 적용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의 차세대 D램 기술 발표로 반도체 증시가 출렁였지만 D램 현물가격은 더 올랐다. CXMT의 기술 추격이 빨라지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제품 경쟁력 등과 비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AI(인공지능) 서버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처도 확대되고 있다.
15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3일 범용 DDR5(더블데이레이트) 16Gb(기가비트) 제품의 현물 거래가격은 59.9달러로 전일 대비 0.8% 상승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0.2% 오른 가격이다. DDR5 현물가격은 올해 3월 상승세가 다소 주춤했으나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 10일 중국 CXMT가 4F² D램 구조를 적용한 차세대 서버용 DDR5 RDIMM(메모리 모듈)을 연말까지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물가격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서버용 DDR5 RDIMM 32GB(기가바이트) 제품의 지난 12일 현물가격은 2185달러로 지난달 말보다 1% 상승했다. 해당 제품은 최근 6개월간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
4F²는 기존 6F² 구조보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메모리 셀의 면적을 약 33%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시제품을 공개했고, SK하이닉스도 관련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상용화 시점을 2028년 이후로 예상한다.
CXMT가 발표대로 연말까지 관련 제품을 출시한다면 삼성전자(211,750원 ▲1,750 +0.83%)와 SK하이닉스(1,259,000원 ▼3,000 -0.24%)보다 약 2년 먼저 4F² 적용 제품을 선보이게 되는 셈이다. CXMT의 기술 추격에 따른 경쟁 심화와 공급 물량 확대 등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난 1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각각 7.39%, 10.09% 하락했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의 수급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물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D램 현물가격은 중소 완제품 제조사나 메모리 모듈업체 등이 소규모로 거래하는 유통시장의 가격이다. 전체 거래 규모는 작지만 수급 상황과 시장 심리를 빠르게 반영하는 특징이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CXMT의 기술 역전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온다. 신제품 출시와 이를 높은 수율로 대량 생산해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CXMT가 발표한 4F² 구조가 D램 셀 전체에 적용된 것인지, 일부 영역에 적용된 것인지도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로 ASML의 첨단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CXMT가 기술적 우회로를 찾기 위해 4F² 구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EUV 장비를 활용한 미세공정 전환에 제약이 있는 만큼 회로 선폭을 미세화하는 것과 별개로 메모리 셀 구조를 바꿔 집적도를 높이려 한다는 해석이다.
4F² 구조의 기술적 난제도 남아 있다. 셀 면적을 줄이는 과정에서 누설전류 증가와 데이터 보존 특성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CXMT는 이런 문제를 개선했다고 하지만 실제 양산 과정에서 성능과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CXMT의 주가 역시 지난 9일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CXMT의 기술 추격 우려와 별개로 AI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서는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OCP 글로벌 서밋 2026'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서버용 CPU인 6세대 에픽 베라노에 LPDDR5X(7세대 저전력D램) 기반의 SOCAMM2(소캠2) 메모리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베라노는 AMD가 처음으로 LPDDR을 채택하는 서버용 CPU다. 엔비디아에 이어 AMD도 SOCAMM2를 도입하면서 서버용 저전력 D램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의 CPU에 SOCAMM2를 적용해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을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 하락을 CXMT의 기술 추격 때문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국내 메모리 업체의 경쟁력과 수익성 등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 수급이나 심리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낸드플래시 업체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올해 2분기 출하량 기준 글로벌 낸드 시장 3위(점유율 17%)를 기록했다.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마이크론을 제쳤다. 1위와 2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켰다. 다만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의 출하량을 별도로 집계할 경우 YMTC의 순위는 2위까지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