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웨이브 올라탄 K이니셔티브 현장을 가다]<총론>③전문가 조언

K웨이브(한류)가 K푸드·패션·뷰티·유통의 'K이니셔티브(initiative·주도권)'로 확산하면서 K브랜드의 지속 성장을 위한 과제로 '현지화'가 꼽힌다. 전문가들은 한국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제품과 생산·유통·운영 방식을 각국의 소비문화와 사업 여건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류로 생긴 관심을 반복 구매로 연결하고, 정부도 해외 진출 이후 정착을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잠정 집계한 올해 1~9월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1.1% 늘어난 111억달러로, 3분기 누계 기준 역대 최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5 외식기업 해외진출 실태조사'에선 국내 외식기업의 해외 매장 수가 2020년 3722개에서 2025년 4644개로 5년 새 922개(24.8%) 증가했다. 매년 K브랜드는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넥스트 K푸드는 소스·간편식"…매장 운영 역량도 과제
전문가들은 장기 성장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먼저 K푸드의 현지화 과제는 한국 음식을 각국 소비자가 평소 즐겨 찾는 메뉴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나명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한류를 통해 형성된 관심이 세계인의 실제 소비와 외식 브랜드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 음식을 한 번 경험하는 데서 나아가 일상적으로 즐기는 식사와 간식의 한 카테고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일상에서 자주 소비하는 제품군을 넓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마케팅학회장)는 "소스·간편식·냉동식품·건강식품처럼 현지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반복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이 '넥스트 K푸드'가 될 것"이라며 "K콘텐츠와 연계해 한국의 맛과 식문화를 함께 경험하게 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산과 공급 방식도 시장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용익 한국식품산업협회 부회장은 "한국에서 만든 완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에만 의존하기보다 현지 생산·라이선스 등 시장별 여건에 맞는 방식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각국의 입맛과 식문화에 맞게 제품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브랜드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맛과 현지 생활에 적응하는 능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외식업은 메뉴를 바꾸는 것과 함께 매장마다 일정한 품질을 구현하는 운영 역량도 갖춰야 한다. 해외 매장 수는 늘었지만 같은 조사에서 해외 진출 기업 수는 2020년 134곳에서 2025년 122곳으로, 브랜드 수는 147개에서 139개로 줄었다. 지난해 이들 기업이 진출한 국가는 56개국이다. 매장 확대 성과를 이어가려면 각국의 사업 여건에 맞춰 점포를 꾸준히 운영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K뷰티 수출 역대 최대…"인증·관세 넘어야"
K뷰티도 수출 증가를 장기적인 고객 확보로 연결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액은 50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0.7% 늘었다.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국가별 소비자 취향을 제품과 마케팅에 반영하고 인증·규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콘셉트와 마케팅, 현지 소비자와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특히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화장품은 소비자 민감도가 높고 브랜드 가치가 구매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현재로선 유럽 시장을 주목할 만하지만 현지 인증 절차와 까다로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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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는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통상 여건도 살펴야 한다. 멕시코는 올해 1월부터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의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다. 이 교수는 "K뷰티의 대한 관심이 뜨거운 시장인만큼 멕시코에서 관세 면제가 이뤄지도록 정부가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은 규제가 관건…정부 지원도 '지속 운영'에 초점
유통·프랜차이즈의 현지화는 소비자의 구매 습관과 물류·결제 인프라를 반영하는 데서 출발한다. 정 교수는 "한국에서 성공한 유통모델을 그대로 가져가기보다 상품과 매장 운영모델·물류 시스템은 표준화하되 현지 특성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며 "핵심 국가를 거점으로 키운 뒤 인접국으로 조금씩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한 동남아에선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 물류·결제를 연결해 소비자가 여러 경로를 편리하게 오가도록 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제안했다.
국가별 유통 규제와 외국인 투자 제한, 인허가 제도도 사업 설계 단계부터 검토해야 한다. 정 교수는 마스터프랜차이즈(MF)나 합작법인(JV) 방식으로 진출할 경우 파트너 기업의 신뢰도와 재무 상태, 법률상 위험을 확인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품을 잘 파는 것만큼 현지 파트너와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체계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진출 국가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분명해야 한다. 나 회장은 "현지 진출 과정에서 브랜드의 핵심 가치가 사라지거나 운영비가 지나치게 높아진다면 진출 시장이나 제품 구성을 다시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넓히는 과정에서도 브랜드 정체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 지원의 목표와 평가 기준 역시 진출 이후의 운영 성과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나 회장은 "정부 지원의 최우선 목표는 K브랜드가 진출 이후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평가할 지표로는 현지 매출과 함께 로열티, 서비스 대가, 국산 소스·식자재 수출 등을 제시했다.
이밖에 기업이 각국의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실무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 교수는 "정부가 현지 기업의 신뢰도와 재무·법률 정보를 제공하고 표준계약, 법률자문, 분쟁조정까지 연결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덕 서울사이버대학교 일반대학원 뷰티산업학과 석좌교수는 "국가마다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현지 정보를 제공하고 규제 대응에 나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특히 K뷰티의 경우 연구개발(R&D) 비용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