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새벽 도착" 대만도 놀랐다...입소문 탄 쿠팡 '로켓 성장'

"다음날 새벽 도착" 대만도 놀랐다...입소문 탄 쿠팡 '로켓 성장'

유엄식 기자, 신주(대만)=하수민 기자
2026.10.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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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K웨이브 올라탄 K이니셔티브 현장을 가다] 쿠팡(종합)

[편집자주]  K브랜드 제품이 전 세계인의 일상을 파고 들었다. 우리 소비재 기업의 목표는 수출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현지 거점에 공장을 짓고, 혁신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지인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특화 제품을 선보인다. 현지화 노력도 병행한다. 모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다. 해외 진출(K브랜드 1.0)을 통해 사업을 확장(K브랜드 2.0)하고, 이제 현지 생태계와 결합 단계로 진입한 'K브랜드 3.0' 시대를 맞아 글로벌 격전지에서 치열한 생존 전략을 펼치는 우리 기업들의 활약상을 짚어본다.

4년 만에 고객 1100만명 돌파...대만서 '제2의 로켓배송' 신화 쓴다

타오위안에 위치한 쿠팡 대만의 네 번째 스마트 물류센터 전경. /사진제공=쿠팡Inc
타오위안에 위치한 쿠팡 대만의 네 번째 스마트 물류센터 전경. /사진제공=쿠팡Inc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점유율 1위 쿠팡이 대만에서 두 번째 로켓배송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현지 진출 4년여 만에 앱 이용자 1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시장에 안착했다. 대규모 물류망 투자와 직매입을 통한 가성비 확보 등 국내 시장에서 입증한 '규모의 경제' 전략으로 대만 유통 시장을 공략한다.

22일 글로벌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올해 7월 대만 쿠팡앱 이용자는 1190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14.59%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쿠팡은 2022년 10월부터 대만에서 로켓배송과 로켓직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앱 방문자는 2023년 10월 140만명에서 2025년 1월 370만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고 이후에도 매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2월 960만명으로 1000만명에 육박했고, 6월엔 1040만명으로 처음으로 '1000만명 고지'를 넘어섰다. 이후 2개월 만에 이용자가 150만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대만에서도 쿠팡의 배송 경쟁력이 입증됐다는 방증이다. 로켓배송 서비스를 한 번 경험한 고객의 재방문율이 높고, "배송이 빠르다"는 입소문을 타고 신규 고객 유입도 동시에 늘어난 결과라는 게 회사 측의 분석이다.

쿠팡은 2022년 타오위안공항 북서쪽에 1호 풀필먼트 물류센터 운영을 시작한 뒤 2023년 11월 2호, 2024년 상반기 3호, 올해 3월 4호 물류센터를 열었다. 북부 타오위안을 거점으로 중부 타이중, 남부 가오슝 등에도 수 십여개 중간 물류시설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현재 대만 지역 약 70%에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엔 일부 지역에 '새벽배송' 서비스도 도입하기 시작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지난달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대만 배송 물량 대부분을 주 7일 익일배송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10년 넘게 축적한 기술 및 프로세스 혁신, 디자인·시스템·운영 매뉴얼·배송 '플레이스북'을 그대로 계승했다"고 밝혔다. 국내 유통 시장 성공 방정식을 대만에서 그대로 구현했다는 의미다.

사업 초기 과감한 투자로 일정 기간 손실을 감내하는 '계획된 적자' 전략도 국내와 동일하다. 쿠팡은 대만 진출 이후 매년 5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해부터 현지 배송 인력을 직접 고용하는 '쿠팡프랜즈' 시스템도 확대 운영하고 있다.

현지에서 쿠팡의 영향력은 상당히 커졌다. 대만 남부 가오슝 지역에서 15년째 거주 중인 50대 조구래씨는 "최근 쿠팡이 대만 남부 지역에서도 배송 속도가 한층 빨라진게 체감이 된다"며 "경쟁사인 모모와 쇼피보다 확실히 2~3일 이상 일찍 도착하고, 한국 상품의 경우 쿠팡이 현지 유통사보다 저렴하고 품질이 좋단 인식이 생겼다"고 했다. 2023년 6월부터 쿠팡을 사용한 대만인 쭈이췐씨(Zui Chen·45세)는 "주변에 쿠팡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면서 "배송 서비스 속도는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을 정도로 만족한다"고 했다.

쿠팡이 대만에서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건 소득 수준이 높고 트렌드에 민감한 연령이 주력 고객층으로 자리잡으면서다. 시밀러웹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쿠팡 이용자의 22.28%가 25세~34세였고, 35~44세가 24.22%, 45세~54세가 20.41%로 집계됐다. 20~40대 고객층이 절반 이상이란 의미다.

쿠팡이 시장 점유율을 점차 높이면서 현지 유통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22년부터 3년간 대만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정준호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만 유통 시장은 여전히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시장이 강세인데 쿠팡이 들어오면서 온라인 배송 서비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새벽배송을 시작하면 유통 시장 판도를 바꿀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소득 수준이 비슷하면서 인구 밀도가 높은 대만을 '넥스트 마켓'으로 잡은 건 좋은 선택"이라며 "쿠팡이 지금보다 인지도를 더 높이면 플랫폼 비즈니즈가 취약한 대만에서 선점할 수 있는 시장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르포]"한국처럼 로켓배송" 대만 쿠팡 써보니...'K푸드' 가격도 싸다

지난 1일 오후 5시쯤 대만 신주에서 쿠팡에서 주문한 물품. 다음날 오전 9시쯤 호텔 로비에서 바로 픽업할 수 있게 배송이 완료됐다. /사진=하수민기자
지난 1일 오후 5시쯤 대만 신주에서 쿠팡에서 주문한 물품. 다음날 오전 9시쯤 호텔 로비에서 바로 픽업할 수 있게 배송이 완료됐다. /사진=하수민기자

'대만에서의 쿠팡 주문은 한국만큼이나 빠를까?'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방문한 대만 신주에서 쿠팡 대만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 앱을 활성화하자 한국 화장품 브랜드부터 대만에서 판매되는 생활용품과 식품까지 다양한 상품이 나왔다. 한국에서 익숙한 상품뿐 아니라 현지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상품도 폭넓게 구성돼 있었다. 상품을 고른 뒤 배송지는 묵고 있던 호텔로 설정했다.

속도는 국내와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다음날 오전 8시쯤 호텔 로비에 내려가니 주문한 헤어 세럼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포장 상자에는 한국에서 보던 것과 같은 쿠팡 로고가 찍혀 있었다.

신주 시내를 다녀봐도 쿠팡의 배송 차량이 오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택배기사들이 쿠팡 로고가 박힌 상자를 상하차하는 현장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 익숙하게 보던 쿠팡 배송 상자가 현지 택배 물량 사이에 섞여 배달되는 모습이었다.

쿠팡은 대만 진출 3년차인 지난해 3월 유료 회원제 와우 멤버십을 선보였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와우회원에겐 무료배송과 무료반품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회원은 490대만달러(NTD) 초과 주문 시 무료배송 혜택이 있다. 빠른 배송 서비스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유료 회원에게 차별화한 혜택을 주는 '록인 효과'를 기대한 전략이다.

대만 쿠팡 앱에서 주문한 물품(왼쪽), 대만에서는 주변 편의점에서 픽업하기 옵션도 선책할수있다. (오른쪽) /사진=제미나이
대만 쿠팡 앱에서 주문한 물품(왼쪽), 대만에서는 주변 편의점에서 픽업하기 옵션도 선책할수있다. (오른쪽) /사진=제미나이

쿠팡 대만 앱에선 통이푸드(統一企業)와 웨이취안(味全), 광취엔(光泉), 이두(義美) 등 현지 식품 대기업이 만든 유제품과 냉동식품, 컵라면 등도 찾을 수 있다. 국내 시장과 비교하면 CJ제일제당, 농심, 빙그레 등 식품 대기업이 쿠팡과 손을 잡은 것이다. 그만큼 쿠팡이 현지에서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고, 직매입 규모가 늘어나면서 현지 제조사들에게 중요한 '큰손'이 됐다는 의미다.

쿠팡은 동시에 대만 현지에서 인기 K푸드를 현지 유통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플랫폼이란 인식도 만들었다. 일례로 농심 신라면은 쿠팡 로켓배송으로 주문하면 5개에 120대만달러(약 4900원)다. 현지 편의점에선 1개에 49대만달러로 5개입 가격 기준 2배가량 비싸다. 최근 대만 이용자 수가 대폭 증가한 배경에도 배송 경쟁력은 물론 K푸드 상품 공급 경쟁력도 한몫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켓배송 타고 매출 70배"...대만에서 대박 난 K중소기업

대만행 비행기 앞에 서 있는 쿠팡 배송 차량. /사진제공=쿠팡Inc
대만행 비행기 앞에 서 있는 쿠팡 배송 차량. /사진제공=쿠팡Inc

#창업 7년차인 정리수납용품 업체 '브랜든'은 지난해 2분기 쿠팡 대만 로켓배송에 입점한 뒤 실적이 고공행진했다. 입점 1년 만인 올해 10월 기준 대만 매출 성장률은 70배(7000%)에 달한다. 국내 시장에서도 매년 30~40%대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쿠팡에서만 연 매출 100억원을 거뒀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제품을 납품하면 대만 현지 판매까지 연결되는 쿠팡의 물류망 덕분에 해외 진출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며 "대만 현지 자사몰 마케팅과 쿠팡 판매를 병행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의 상징인 로켓배송 인프라가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물류와 통관, 현지 배송까지 이어진 쿠팡의 '원스톱' 시스템을 발판으로 대만 시장에서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기록하는 성공 사례가 속속 등장한다.

업계 첫 '부피순삭 압축 파우치' 상품을 선보여 시장을 개척한 브랜든은 대만 소비자들이 여행을 즐기고, 가방류 구매 수요가 높다는 점, 현지 시장에 없었던 도난 방지와 부피 절감이란 틈새시장 콘셉트를 공략한 게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2008년 설립한 모바일 액세서리 전문 업체 '신지모루'도 쿠팡 대만 로켓배송 수혜를 톡톡히 봤다. 스마트폰 케이스, 액정 보호필름, 부착형 카드 수납 파우치 등을 주력 판매 중인데 지난해 2분기 대만 시장 진출 이후 전년 대비 18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은 물론 대만 시장에서도 모바일 주변기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 쿠팡을 통해 대만에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약 1만여곳이다. 국내 소비재 수출 중소기업의 약 30% 수준이다.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복잡한 수입 유통 절차나 해외법인 설립 없이도 쿠팡의 국내 물류센터 입점만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판로를 확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만은 한국 중소기업의 5대 수출국 중 하나다. 약 2400만명의 인구에 전체 유통시장 규모가 200조원 정도지만 이커머스 점유율은 여전히 20% 미만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90%가 넘는 인터넷 사용률과 한국보다 높은 인구밀도(㎢당 673명)는 쿠팡의 고도화한 로켓배송 물류망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최적의 조건으로 꼽힌다.

쿠팡은 앞으로도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쿠팡 관계자는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대만 비즈니스는 새로운 판로 개척의 훌륭한 대안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물류와 마케팅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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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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