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갇힌 영 케어러
2021년 5월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홀로 돌보며 생활고에 시달리다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대구 청년 간병인 사건'은 '영케어러' 문제를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과 필요한 지원책은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2021년 5월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홀로 돌보며 생활고에 시달리다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대구 청년 간병인 사건'은 '영케어러' 문제를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과 필요한 지원책은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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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에서 아버지, 아픈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26살 김현주씨. 김씨의 하루는 취업 준비를 위해 공부를 하거나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문화생활을 즐기는 또래 친구들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 대부분의 일과가 6년 전 뇌출혈 진단 이후 거동이 어려워진 어머니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2017년 어머니가 쓰려졌을 당시 김씨는 재수생이었다. 그는 "실용음악 쪽으로 진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음악 하는 게 돈이 만만찮다 보니 입시를 잠깐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운을 뗐다. 물론 그 '잠깐'이 '6년'이 될 줄은 몰랐다. 이어 "솔직히 그때는 이렇게까지 오래 돌봄을 하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어머니의 상태는 쉽게 나아지지 않았고, 예전처럼 회복할 수도 없게 되면서 작업치료 쪽으로 전공 등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가 함께 지내고 있긴 하지만, 월 10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 병원비와 약값 등을 부담하느라 식당일에 집중하다 보니 돌봄은
"돌봄 선생님이 가져다준 반찬이 다 떨어지면 냉동식품으로만 밥을 먹어야 해요. 동생이 말 안 듣는 게 힘이 들고, 학교에 가다 가스나 전기를 깜빡한 적도 많아요." 경기도 포천시에서 초등학교 5학년 남동생, 할머니와 살고 있는 유모양(14). 중학교에 입학한 지 반년이 되지 않은 어린 나이지만, 유양의 목소리엔 걱정이 가득했다. 부모님의 방임(아동학대)으로 친인척위탁을 통해 할머니 손에 자란 유양은 지난 3월 할머니가 일을 하다 크게 다친 뒤 집안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지금은 복지센터와 연결이 돼 담당자가 찾아와 먹을 것을 주고 집안일을 돕고 있지만,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만 해도 도움을 구할 곳은 없었다. 유양은 "가족 중엔 저희를 도와주려 하는 분들이 없었고, 저희끼리 있다는 것조차 모르셨다"며 "밥과 청소, 빨래는 모두 저의 몫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할머니가 다치기 전만 해도 챙김을 받았던 유양에게 '영 케어러(가족돌봄청년·청소년)'로서의 생활은 하나부터 열까지
가족 부양 부담을 떠안은 '영 케어러(가족돌봄청년·청소년)'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과 호주, 일본 등의 국가는 영 케어러가 또래 집단과 같은 일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을 사회 안전망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이들이 부양 부담 때문에 빈곤층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1일 서울시 복지재단 등에 따르면 영국의 '아동 및 가족법'은 장애, 신체·정신질환, 약물 등 문제를 가진 가족·친척을 돌보는 18세 이하 청소년을 영 케어러로 분류한다. 18~24세의 후기청소년은 영 어덜트 케어러(Young Adult Carer)로 세분화한다. 영국은 아동복지법 내 영 케어러의 정의·권리·지원·발굴 방안 등을 규정하고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다. 우선 영 케어러 보조금을 연간 약 308파운드(약 50만원) 지급한다. 부양 부담으로 영 케어러가 자신만을 위해 쓸 돈이 없다는 목소리에 보조금으로 개인적 필요를 충족시키는게 가장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