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한 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 피해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화 한통에 수십억원이 털린다. 평온했던 삶이 무너지기도 한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고 예방하기 위한 경찰의 노력을 살펴봤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화 한통에 수십억원이 털린다. 평온했던 삶이 무너지기도 한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고 예방하기 위한 경찰의 노력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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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의 1인당 피해액이 4000만원을 넘겼다. 경찰이 관련 통계를 취합한 이래 최고치다. 피해자가 걸려들면 최대한 많은 금액을 편취하면서 바닥까지 긁어간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동원되는 장비 가격이 급증하고,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범죄 성공률이 떨어지면서 범죄 행각이 악랄해졌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1인당 피해액은 전년 대비 73%(1734만원) 증가한 4100만원이다. 전체 피해액은 8545억원으로 91% 늘어난 역대 최고치다. 종전 최고치였던 2021년과 비교하면 801억원 더 많았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억원이 넘는 피해자는 1793명에 달했다. 10억원 이상 잃은 피해자는 31명이다. 전화 한 번에 30억원이 넘는 돈을 사기당한 피해자도 있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주로 50대 이상 여성을 겨냥했다"며 "가스라이팅에 성공한 피해자 한 사람에게 빼앗을 수 있는 모든 자산을 편취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규모가
대규모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치던 범죄조직이 또 다른 사기 범죄로 옮겨가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 단속이 강화되고, 범죄 행각을 벌이기 위한 비용이 커지면서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투자 리딩방 사기 등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범죄 양상의 변화로 범죄조직의 본거지가 중국에서 캄보디아로 이동한 모습도 포착된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8월 중국 공안부와의 공조로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등 4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이들은 '김○○파'로 불리는 범죄조직으로 2017년부터 검찰청,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약 1511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중국 항저우 등에서 활동했으며, 단일 조직으로는 역대 최대 보이스피싱 사기를 쳤다. 사건을 담당하던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이들을 수사하던 중 주요 피의자 한국인 A씨(30) 이름을 로맨스 스캠, 리딩방 사기 관련 사건에서 발견했다. 수사 결과 A씨는 2023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중국 다롄에서 보이스피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리딩방 등 사기 범죄 수법이 진화하면서 사기 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관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지능화하는 사기 범죄 행각을 고려하면 현행 체제로는 기민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선진국에선 사기 범죄 대응에 특화된 조직을 두고 체계적인 대응에 나섰다. ━사기통합신고대응원 신설 입법 추진됐으나 무산━23일 국회와 경찰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는 경찰청 소속 사기통합신고대응원 설치 근거를 담은 '사기방지기본법' 제정이 추진된 바 있다. 제정안에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조항을 정비해 모든 사기 범죄에 대한 계좌 지급정지 등 조치를 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보이스피싱과 달리 리딩방, 로맨스 스캠 등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사기범의 통장에 대한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없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재화 공급 또는 용역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에 대해선 지급정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서다. 여야 모두 입법 필요성에 공감해 소관 상임위원회인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 사무실. 보이스피싱 범죄와의 전쟁에서 가장 선두에 선 사람들이 근무하는 곳이다. 사무실에 들어가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울 크기의 '피싱 종합 상황판'이 보였다. 기존 상황판을 키운 새로운 상황판에는 △홈페이지 접수 현황 △전화번호 이용정지 등 여러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정리돼 있었다. 10분마다 자동으로 현황이 업데이트되며 그래프 등 시각물에도 반영된다. 근무 자리와 가까워 고개만 살짝 들면 빠르게 현황을 이해할 수 있다. 연계된 시스템과 서비스가 모두 정식 운용되기 시작하면 피해액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 상담원의 최우선 덕목은 침착함이다. 풍부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10분에서 길면 30분 이내로 차분히 민원인의 신뢰를 얻는다. 손영희 경찰청 행정주사는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으로 3일간 모텔에 갇힌 남성이 있었는데 아무도 남성을 못 구했다"며 "센터에서 '의심스
"피해당한 모든 분의 사연이 다 마음 아파요. 소액 피해를 본 청년이든 전 재산을 잃은 사람이든 사례 하나하나가 다 기억에 남습니다." 경찰청 웹매거진 '월간 피싱(Phishing) 제로'는 피싱 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내 유일 잡지다. 지난달 창간해 1월호와 2월호를 발행했다. 월간 피싱 제로 편집장은 문호준 경찰청 피싱범죄수사계 경사다. 4년 전부터 보이스피싱 업무를 담당하던 문 경사는 매년 늘어나는 피싱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자 잡지 제작을 시작했다. 단순히 글만 나열하기보다는 가독성 높은 콘텐츠를 고민했다. 영화 '범죄도시', '비키퍼(The Beekeeper)' 등 범죄물을 경찰의 관점에서 풀어쓴 평론과 보이스피싱에 관련된 심리학 지식도 전한다. 1월호에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초고액 보이스피싱 사례를 다뤘고, 이달에는 지난해 가장 많이 발생했던 대출 빙자형 보이스피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나날이 그 수법이 발전하고 있다. 카드 배송을 사칭
"제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요." 보이스피싱 범죄를 다룬 영화 '시민덕희'의 실제 주인공 김성자씨(50)가 검찰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사정기관이 환수한 범죄 피해금을 돌려받는 선례를 만들기 위해서다. 김씨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로부터 포상금 5000만원을 받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원 정보를 입수해 수사기관에 제보한 '공익신고자'로서 8년7개월 만에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돌려받지 못했다. 김씨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유다. 김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포상금을 들여서라도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범죄를 당한 피해자로 일부 피해금이라도 돌려받는 선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6년 보이스피싱에 당해 3000여만원을 잃었다. 김씨는 포기하지 않고 조직원을 설득해 일당 검거를 위한 핵심 정보를 알아냈다. 경찰은 김씨가 제보한 정보를 통해 총책을 검거했지만, 정작 김씨는 총책 검거 사실조차 전달받지 못했고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악랄해진다. 전화, 메일, 문자 한 통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개인정보를 빼돌린다. 경찰청은 최근 복잡해진 피싱 사기 수법을 분석해 '피싱 예방 10계명'을 마련했다. 10계명에 따르면 기관에서 현금을 달라고 요구하면 100% 피싱이다. 검사·검찰수사관·금융감독원·대출업체 누구에게도 현금을 주지 말아야 한다. 역으로 지원금을 주겠다거나 대출을 해주겠다, 투자를 받는다는 내용의 단체 문자 메시지도 의심해봐야 한다. 아무에게나 무작위로 보낸 메시지라면 무조건 피싱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청은 문자 속 인터넷주소(URL)도 눌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은행 직원이 보내준 문자여도 피싱을 의심해야 한다. URL을 누르는 순간 악성 앱이 설치돼 스마트폰이 사기범에게 통제될 수 있다. 신분증이나 신용카드 사진 파일을 보내달라는 요구에도 응해서는 안 된다. 상품권 핀(PIN) 번호도 알려주지 말아야 한다. 상품권 회사를 사칭해 편의점 직원에게 연락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