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악랄한 보이스피싱-③사기범죄 전담 조직 필요성 커져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리딩방 등 사기 범죄 수법이 진화하면서 사기 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관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지능화하는 사기 범죄 행각을 고려하면 현행 체제로는 기민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선진국에선 사기 범죄 대응에 특화된 조직을 두고 체계적인 대응에 나섰다.
23일 국회와 경찰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는 경찰청 소속 사기통합신고대응원 설치 근거를 담은 '사기방지기본법' 제정이 추진된 바 있다.
제정안에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조항을 정비해 모든 사기 범죄에 대한 계좌 지급정지 등 조치를 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보이스피싱과 달리 리딩방, 로맨스 스캠 등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사기범의 통장에 대한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없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재화 공급 또는 용역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에 대해선 지급정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서다.
여야 모두 입법 필요성에 공감해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하지만 실효성 등을 이유로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반대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됐다. 결국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최근 조직적 사기 범죄는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리딩방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벌이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경찰 내 사기 전담 조직이 없다 보니 사안별로 각기 다른 부서에서 수사가 진행된다. 이후 부서 간 협업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각자 맡은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집중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례를 보면 보이스피싱 범죄는 형사국 소속 피싱범죄수사계에서, 리딩방 등 사기범죄는 수사국 소속 경제범죄과에서 맡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 범죄 조직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기능별로 나눠 추적을 시작한다"며 "리딩방은 경찰청에 있는 경제과 또는 시도청 경찰청의 수사과, 보이스피싱은 경찰청 형사국 또는 시도청 경찰청의 형사기동대·형사과로 나뉘어 수사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론 수사 정보가 흩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영국과 싱가포르는 이미 사기 대응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9년 사기방지센터(ASC·Anti-Scam Centre)를 설립하며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등 여러 종류의 사기에 대해 체계적 분류 기준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피해 복구율은 센터 설립 전 3%에서 25%로 크게 향상됐다. 과거 2주에서 길게는 2개월 이상 걸리던 금융자료 확보, 계좌 동결이 빠르면 하루 만에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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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싱가포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파악해 말레이시아, 홍콩 등 주변국과 공조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국제 공조로 취업사기 조직 18개, 로맨스 스캠 조직 3개, 기관사칭 조직 8개, 초국가적 사기 조직 1개를 해체하고 용의자 총 300여명 이상을 체포하는 성과도 거뒀다.
영국은 2005년 범정부적 사기검토 위원회를 구성하고 2006년 사기법(Fraud Act)을 제정했다. 2023년 새로운 국가 사기방지 전략을 발표하고 지난해 3월엔 런던에서 장관급 사기방지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현재는 사기정보분석국(NFIB)이 영국 전역의 사기 신고를 받아 내용을 분석하고 사건을 배당하는 것은 물론 계좌·전화번호 차단 등을 수행한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사기 피해액이 절도 피해액을 넘어서는 등 무척 심각한데, 여타 다른 범죄와 달리 검거하거나 유죄판결을 받는데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 다중 피해 사기 등은 피싱과 같은 정보통신 기술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 금융·통신사와도 적극적으로 협업해야 한다"며 "민간 협조를 원활히 하는 등 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의 조직과 구성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준배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기관사칭형, 대출사기형 등 일부 수법만 보이스피싱으로 인정된다"며 "사기가 나날이 심각해지는데 범행 시나리오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서 교수는 "경찰 권한 집중이 우려된다면 독립적인 민간인을 위원으로 선임하는 방법이 있다"며 "총리실, 대통령실 산하에 두는 등 범부처로 진행해도 된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법사위에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 일각에서는 경찰을 견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보이스피싱 사기, 예방만이 최선! 늘 의심하고, 꼭 전화 끊고, 또 확인하고!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면 경찰청(112), 금감원(1332), 금융회사(콜센터)에 피해 신고와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