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쇼크, 거부할 수 없는 미래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는다. 막연했던 두려움은 현실이 됐다. 현대차 노조는 "합의 없인 1대도 못 들여온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18세기 러다이트 운동이 산업화를 막지 못했듯 '로봇의 시대'라는 파도를 거스를 순 없다. 일상을 파고든 휴머노이드의 현주소, 이에 따른 노동자의 미래를 짚어본다.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는다. 막연했던 두려움은 현실이 됐다. 현대차 노조는 "합의 없인 1대도 못 들여온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18세기 러다이트 운동이 산업화를 막지 못했듯 '로봇의 시대'라는 파도를 거스를 순 없다. 일상을 파고든 휴머노이드의 현주소, 이에 따른 노동자의 미래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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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노사관계 법·제도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술 도입을 찬반 구도로만 접근할 경우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만큼 제도적 틀을 마련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로봇과 AI 도입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갈등을 현장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회가 제도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인 미국 CES 현장을 다녀온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참관자들 모두 기술 발전에 놀라워 했지만 개인적으로 일자리에 대한 공포가 몰려왔다"며 "다음 세대의 일자리 문제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AI 기술 발전의 빠른 속도에 비해 고용 안전망과 재교육, 소득 체계 논의는 제자리에 멈춰 있다"며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문제"라고 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 투입 계획에 대한 현대자동차 노조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벤처·스타트업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 현장 적용을 노동력 '대체'보다 '보완'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당장 사람이 없어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중소 제조공장이나 사고위험이 높고 반복 작업이 많은 작업 현장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급하는데 초첨을 맞추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벤처·스타트업들이 개발하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대부분 단순 반복 노동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인 에이로봇은 제조·조선·건설 등 산업현장에서 이뤄지는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화재 감시, 자재 운반, 좁은 공간 용접 등)을 수행할 로봇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관련 기업들과 PoC(기술검증)를 진행 중이다. 홀리데이로보틱스도 자체 설계한 고감도 로봇손·촉각센서를 중심으로 △물류센터 피킹·패킹 △제조라인의 장비 조작·단순 조립 △사람과 협업하는 공정 등 제조업 육체노동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고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 11시 30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점심 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직원 수십명이 쏟아져 나왔다. 정문 안쪽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AI(인공지능) 로보틱스 생태계를 이끌 아틀라스와 스팟'이라는 문구와 함께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6'에서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로봇 개 '스팟'의 시연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정교하게 움직이는 로봇 영상 아래를 무표정하게 지나치는 직원들의 모습은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실제로 막연한 상상 속에 머물던 '로봇의 노동 대체'가 현대차 울산공장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 당시만 해도 요원해 보였던 로봇의 산업 현장 투입이 예고되면서 정년 연장이라는 기존 화두를 넘어 일자리 상실에 대한 노동자들의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위기감이 다소 과하게 투영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기술 도입에 따른 과도기적 불안감이 현장에서 필요 이상으로 크게 쏟아진 측면이 있다"며 "인간이 하기에 위험한 업무에 로봇을 투입해 노동자와 로봇이 공존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산업·경제 전문가들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의 아틀라스 도입 거부 사태와 관련해 현행 노사 합의 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신기술 도입 결정이 누구보다 신속·과감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노조와의 '선(先) 합의' 구조가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아틀라스 대량 생산과 현장 도입시 고용 충격이 예상된다"며 "노사 합의 없이 단 1대도 들어올 수 없다"고 성명을 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신기술을 도입할 때마다 노조와 매번 협상해야 하는 구조는 혁신 타이밍을 놓치게 만들고, 결국 선진국이 먼저 선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뒤 "기업이 살아남아야 일자리도 유지된다"며 "로봇 도입을 원천적으로 막는 논리는 결과적으로 노동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휴머노이드 확산을 막을 시점이 아니라 협업을 전제로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지 고민해야 할 단계"라며 "국내에서 기업 활동이 어려워지면 생산 공동화가 가속화되고 결국 일자리 자체가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노동자에게 실체적 위협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 '아틀라스'가 연 3만대 생산 체계를 갖추면 대당 가격이 4700만원 수준으로 떨어져 인건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부상·질병·파업 우려가 없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내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노동자의 걱정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도입이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19세기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 실패로 기계가 빠르게 확산됐지만 이에 따른 산업화가 무수한 일자리를 창출한 역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가 현실 세계로 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 성숙'이 있다. 아틀라스는 '사람 이상의 능력'으로 '24시간 쉬지 않고' 복잡·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56개의 자유도(DoF)를 갖춰 대부분의 관절을 완전히 회전할 수 있고, 360도 카메라를 탑재해 모든 방향을 인식할 수 있다는게 현대차그룹 측 설명이다. '경제성'에 대한 확신도 휴머노이드의 부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유비테크의 '워커 S' 모델은 2024년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지커, 니오 공장에 잇따라 투입됐다. 자재 운반과 적재 등 비교적 단순업무 외에 도어락 검사, 안전벨트 검사 등 보다 난이도 높은 품질검사 업무에 도전했다. 이것이 실전투입 전 데이터 축적용이었다면 아예 생산 현장에서 일하며 숙련도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견습공 로봇'도 등장했다. 국가 전체가 로봇화 과정으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차이나 로보틱스(China Robotics)'의 현주소다. 중국은 로봇의 산업현장 침투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국가로 평가된다. 중국 전역의 공장에서 운용 중인 산업용 로봇은 총 202만7000대로 세계 1위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의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대수는 29만5000대로 전세계 신규 설치량의 54%를 차지했다. 사람이 없어 조명이 필요없는 이른바 '다크 팩토리'도 속속 들어선다. 2023년 가동을 시작한 샤오미 창핑 공장이 대표적이다. 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24시간 멈추지 않고 스마트폰을 1초에 1대씩 찍어낸다.
#미국 테슬라 기가팩토리. 작업복을 입은 직원이 부품을 옮기는 사이로 사람처럼 생긴 휴머노이드 로봇이 두 팔로 박스를 집어 들고 몇 걸음 이동한다. 손가락으로 배터리 셀을 집어 배열하는 모습도 보인다. 완벽하진 않지만 꽤 능숙해 보이는 이 로봇은 테슬라가 영상으로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다. 테슬라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옵티머스 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다. 실제 공장에 배치해 작업을 시키기 전에 일종의 '견습사원'으로 업무를 가르치는 것이다. 옵티머스는 현재 부품 운반이나 단순 반복 작업처럼 난도가 낮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작업자의 동작을 영상 데이터로 수집해 스스로 학습하고 있다. 업계에선 연구실이 아닌 공장에서 데이터 축적이 시작됐다는 데 주목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22일 세계경제포럼에서 "옵티머스가 이미 공장 내 단순 작업에 일부 활용되고 있다"며 "올해 말에는 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고 내년에는 일반 소비자에게도 판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휴머노이드. 새 시대를 여는 미래 신기술로 각광받지만 경제적 부와 사회적 후생 혜택이 소수에만 집중되면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사용에 따른 이익 공유의 사회적 논의는 단순하게 사후적 부의 재분배, 시혜적 복지 수준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고 기술 발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위험 관리'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로봇이 산업 현장에 본격 도입되면 많은 수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로봇은 쉬지 않고 24시간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로봇의 관리 및 정비 등에 새로운 기술 인력이 투입될 수 있지만 기존 일자리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이에 로봇에 대한 세금을 부과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를 늦추는 한편 로봇세 세수를 실직한 노동자 재취업·생계유지에 필요한 보조금·재교육 자금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로봇의 도입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시각이 엇갈린다.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와 소득이 감소한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생산성 증가로 일자리가 오히려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로봇의 확산으로 노동시장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많은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되기도 하지만 그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기도 한다. 노동시장에서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산업계와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그동안 학계에서는 로봇과 고용시장 간 상관관계에 대한 여러 연구들이 진행돼 왔다. 로봇 기술의 발달로 인간처럼 행동하고 작업하는 휴머노이드 도입이 현실화하면서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결과에서 로봇은 고용대체효과와 생산성 증대 효과라는 상반된 두 가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기도 하지만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노동자들의 소득도 늘어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