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AI의 명암
매장에 가서 옷을 입어보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인터넷으로 옷을 입어보고 산다. 사진과 신체 정보만 입력하면 화면 속의 내가 구매하려는 옷을 입고 등장한다. 이처럼 패션 업계에도 AI 열풍이 불고 있다. 패션 회사들이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위험한 점은 없는지, 있다면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매장에 가서 옷을 입어보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인터넷으로 옷을 입어보고 산다. 사진과 신체 정보만 입력하면 화면 속의 내가 구매하려는 옷을 입고 등장한다. 이처럼 패션 업계에도 AI 열풍이 불고 있다. 패션 회사들이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위험한 점은 없는지, 있다면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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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입어보기'가 패션계에 실적으로 이어졌다. 옷이 실제 어울리는지 확인한 소비자들이 망설임 없이 옷을 구매하면서 거래액이 56% 증가하는 등 성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AI스타일링이 매출 증가와 상품 클릭률(CTR) 상승을 이끌었다. 개인화 추천을 도입한 무신사와 가상 피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블리가 대표적이다. 무신사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7~12월) AI 개인 추천판을 통한 거래액(GMV)이 전년 동기 대비 56. 4% 증가했다. 개인화 추천이 처음 도입된 2024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약 1. 56배 성장했다. 무신사는 개인화 추천을 매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본다. 개인화 추천 효과는 상품 클릭률(CTR)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지난해 9월 개인화 추천 상품의 CTR은 전년동월 대비 70% 이상 급등한 반면 비개인화 추천 상품의 CTR은 같은 기간 소폭 하락했다. 무신사는 2024년 9월부터 추천판 내 개인화 AI 모델을 본격 도입했다. 이용자 개개인의 취향과 행동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최적의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패션 업계에서 AI 활용도가 높아지자 민·관이 지원에 나섰다. 앞서 AI를 적용한 다른 산업군에서 나타났던 기업 간 지나친 기술 격차를 방지하고 산업을 글로벌로 더욱 확장시키기 위해서다. 10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올해 K섬유·패션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230억원이 투입되고 K패션 유망 브랜드 100개가 나올 전망이다. 최근 K컬쳐가 확산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K패션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도 높아지면서 산업통상부가 K패션 스타 브랜드 육성을 위해 23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AI 기반 상생형 제조공급망 구축으로 K섬유·패션의 제조 기반을 혁신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서울시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협력해 올해 K패션 유망 브랜드 100개를 육성한다. △동대문 도매상인 △신진 디자이너 △무신사 협력 집중 성장 브랜드 등으로 나눠 지원한다.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AI 패션 스타트업과 협력해 제품 사진만으로도 모델 착용 이미지와 상세 페이지를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패션협회와 한국섬유개발연구원(KTDI)은 지난 1월 'AI 기반 패션 기업 성장과 산업구조 혁신 지원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패션 산업 디지털 전환 생태계 조성 △AI 기반 사업 모델 실증 및 확산 △현장 수요 중심 맞춤형 인재 양성 △AI 협력사업 발굴 등을 추진키로 했다.
패션 업계에서도 AI 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저작권 침해와 알고리즘 편향 등 복합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AI가 생성한 산출물이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고 반대로 AI가 학습한 광범위한 데이터가 타인의 저작물을 침해할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내 저작권법에 따르면 인간의 기여가 없는 AI 산출물은 저작권법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저작권은 사람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데, AI 산출물은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으려면 AI와 더불어 인간의 창작 기여도가 핵심 기준이 된다. 디자인 같은 창작물은 독자적 창작성이 인정되면 '응용미술저작물'로 보호받을 여지가 있지만 스타일링 자체, 즉 어떤 옷을 어떻게 조합하느냐는 아이디어의 영역이기 때문에 법적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반대로 AI 스타일링 추천 시스템이 무단으로 대량의 스타일 이미지와 디자이너 화보를 학습 데이터로 삼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가상착장, 개인맞춤형 추천 등 패션업계에 AI 활용이 확산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 안전성도 주요 과제로 떠오른다. AI가 이용자에게 어울리는 옷을 추천하려면 사진, 체형, 구매 이력, 취향 정보 등 정교한 데이터가 필요한 만큼, 개인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유출과 오남용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착장 서비스는 일반 상품 추천보다 민감한 정보를 다룰 가능성이 크다. 이용자가 사진을 올리면 AI는 얼굴, 체형, 피부 톤, 신체 비율 등을 분석해 착용 이미지를 만든다. 사이즈 추천도 신장, 몸무게, 체형, 구매 이력 등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편의성이 커질수록 이용자 몸과 취향에 가까운 데이터가 더 많이 쓰이는 구조다. 패션 AI의 경쟁력은 개인화에 있다. 이용자가 어떤 옷을 클릭했는지, 어떤 색상과 핏을 선호하는지, 어떤 체형에 가까운지 다양하게 분석할수록 추천 정확도가 높아진다. 문제는 이 정보들이 결합될 때다. 단순 쇼핑 이력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던 외모, 체형, 소비 성향, 선호 브랜드가 함께 추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