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역설, 은행의 배신
대출총량 관리의 효과가 일파만파다. 공급을 죄니 가격이 뛰었다. 은행들은 일제히 이자를 더 받았고, 대출자들의 부담은 그만큼 커졌다. 3분기까지 주요은행의 누적 이익은 지난해 전체 수준을 넘어섰다. 대출규제로 인한 금융시장의 왜곡현상이란 부작용도 나타났다.
대출총량 관리의 효과가 일파만파다. 공급을 죄니 가격이 뛰었다. 은행들은 일제히 이자를 더 받았고, 대출자들의 부담은 그만큼 커졌다. 3분기까지 주요은행의 누적 이익은 지난해 전체 수준을 넘어섰다. 대출규제로 인한 금융시장의 왜곡현상이란 부작용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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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느라 총량관리를 강화했고 그 비용을 대출자들이 십시일반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전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 "다수 은행이 대출금리를 크게 올린 건 공정거래 관점에선 사실상 담합으로도 볼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명분으로 한 대출 규제와 대출금리 과속 인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다. 금융당국이 18일 '최근 대출금리 상승 등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 방어논리를 내놓을 정도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금리 올린 탓보다 시중금리가 오른 탓을 했지만 금리 인상기에 대출공급을 억제해 가격(금리)을 튀도록 한 단초를 제공한 건 금융당국이다. 이는 결국 은행들의 우대금리 축소와 가산금리 인상을 야기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19개 국내은행은 올 들어 3분기까지 33조7000억원의 이자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30조8000억원)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은행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강화하면서 대출 현장의 상식과 시장논리는 한꺼번에 무너졌다. 1금융권보다 2금융권의 금리가 낮은가 하면 중저신용자가 고신용자보다 우대받는 기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신용점수 높은 게 죄냐"는 반문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법은 크게 세 가지다. 우대금리를 없애 금리를 올리는 게 첫번째다. 대출 한도를 줄이는 게 두번째다. 극단적이지만 특정 대출의 취급을 중단하기도 한다. 이 조치는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다수의 은행이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규제는 '시장 왜곡'을 낳았다. 1금융권인 은행보다 2금융권인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의 금리가 낮은 '금리 역전'이 벌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기준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는 연 4.15%였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권 신용대출 금리는 연 3.84%로 은행권보다 0.31%포인트 낮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역전이 머지않아 보인다
금리인상기에 접어든 것과 동시에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의 예대마진도 커졌다. 특히 대출규제에 따른 은행의 여신금리 인상이 4분에 집중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런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진다. 은행의 이익이 내년에 더 좋다는 얘기다. 경쟁적으로 주주배당 확대를 말하는 이유기도 하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예대마진은 잔액기준으로 지난해말 1.89%p에서 지난 9월 잔액기준 2.01%p로 올랐다. 이는 은행의 이자이익이 6.3% 가량 증가했다는 뜻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총량관리가 본격화한 3분기 국내은행 이자이익은 11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4000억원)보다 12.5% 급증했다. 지난 1분기(10조8000억원)와 2분기(11조3000억원)와 견줘서도 이자이익이 더 늘어난 것이다. 총량 규제가 결과적으로 은행 이자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금융당국이 국내 은행의 예대마진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적은 편이라는 해명자료를 내놓았지만 각국의 경
'대출총량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이 금리 폭리를 취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18일 설명자료를 내고 시장에서 결정되는 준거금리 상승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은행이 금리를 올리도록 판을 깔아준 금융당국이 자기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 과정에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출자에 불리하게 대출금리를 산정한 측면도 일부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예컨대 5대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평균 금리는 지난 6월 말 2.75%에서 지난달 3.42%로 4달 새 0.68%P(포인트) 뛰었는데 준거금리가 같은 기간 0.64%P 올랐고, 은행들의 우대금리가 0.08%P 축소된 결과라고 했다. 은행 가산금리는 오히려 0.04%P 내렸다고도 했다. 금융당국은 국채나 은행채 등 준거금리가 글로벌 동반긴축과 기준금리 인상 경계감 등으로 하반기 들어 크게 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