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된 용도지역제 수술대 오른다
모든 땅에는 '용도'가 정해져 있다. 주택을 건축할 수 있는 땅, 상업용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이 따로 있다. 두가지 이상의 용도를 함께 갖고 있는 땅은 없다. '용도지역제' 때문이다. 필요한 규제지만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제도가 지금 시대에 맞느냐는 논란이 이어져 왔다. 대선 기간에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는 아예 전면 개편을 공식화했다. 수술대 오른 '용도지역제' 어떻게 바꿔야 할까.
모든 땅에는 '용도'가 정해져 있다. 주택을 건축할 수 있는 땅, 상업용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이 따로 있다. 두가지 이상의 용도를 함께 갖고 있는 땅은 없다. '용도지역제' 때문이다. 필요한 규제지만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제도가 지금 시대에 맞느냐는 논란이 이어져 왔다. 대선 기간에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는 아예 전면 개편을 공식화했다. 수술대 오른 '용도지역제' 어떻게 바꿔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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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서울 홍대거리와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은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거리다. 하지만 도시계획 수단인 용도지역제에서는 '주거지역'에 해당한다. 대부분이 용적률 200% 이하로 규제받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최근에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익선동'은 원래 용도가 '상업지역'이었지만 지금까지는 주거지역으로 주로 사용됐다. 땅의 용도 뿐 아니라 밀도(용적률)와 높이 등을 규제하는 '용도지역제'(Zoning)는 도시계획의 근간이다. 제한된 땅을 효율적이고 계획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미 용도와 다르게 사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복합·멀티 시대지만 땅의 용도가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서울시가 용도지역제 개편을 공론화하고 나섰고 국토교통부도 연구용역에 나서는 등 용도지역제의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개발계획 전부터 '주거' '상업' 출신 성분 정해져 있어 ━용도지역은 주거지역의 환경을 헤치는 시설이 들어서
"아파트 단지 근처에 학업공간도 필요하고, 화상회의할 수 있는 오피스 공간, 상업시설도 필요하잖아요. 이제는 주택을 하나의 도시로 봐야 합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유연한 도시계획이 가능해야 합니다."(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아파트 숲을 연상하게 하는 주택 밀집 지역의 모습은 이제는 구시대적인 도시계획이 됐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은 주거뿐 아니라 업무공간부터 관광,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이 조성되길 바란다. 하지만 현재 용도지역 제도는 주거지역에는 주거만, 상업지역에는 업무시설 등만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정한다. 시대 변화에 맞춰 도시의 모습이 변화하려면 현재 용도지역(zoning)을 뛰어넘는(beyond) 새로운 체계인 '비욘드 조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용도지역-용적률 연결고리 끊어내야"━비욘드 조닝은 현행 용도지역 체계를 개편하자는 개념일 뿐 방향성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유연한 도시계획이 가능하려면 용도지
서울시내 다수의 주거지역은 이미 대형 상권이 형성돼 다수의 상업용 건물이 들어섰다. 반대로 상업지역에 주상복합이라는 형태로 주택이 들어선 경우도 흔하다. 토지는 기본적으로 용도지역을 가져야 하지만 현행 제도의 구분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용도지역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용도를 바꾸고 무조건 용적률을 올려주는 식의 개편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용도를 바꾸는 것은 땅의 호적을 바꾸는 일이고 이는 땅값에 직결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도지역 바꾸긴 해야 하는데...어떻게 하느냐가 문제━ 용도지역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대다수가 공유하고 있지만 문제는 어떻게 바꾸냐다. 전문가들은 제도 변경이 모든 토지의 용적률 상승이나 무분별한 개발의 신호가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상업지역으로 용도가 바뀌어 이익을 보는 불특정 토지소유자들과 시가 유착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라며 "개
'2040 서울도시계획안'에서 제시된 '비욘드조닝(Beyond Zoning)'에 관련한 정부와 서울시의 논의가 이달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법에서 정한 용도지역제를 일부 지역의 상황만을 반영해 폐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서울의 특수성을 고려한 탄력적 운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5일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시가 제시한 '비욘드조닝'과 관련해 국토부는 이달 중 서울시와 협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비욘드조닝'은 서울시가 새롭게 준비하는 용도지역 체계다. 현재 용도지역제도는 도시공간을 주거·상업·공업·녹지지역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건축물 종류, 높이, 개발 밀도 등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데 서울시는 이 제도를 개편해 자율성을 부여하고 주거·업무·녹지 등 복합적 기능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용도지역제 개편 문제를 두고 정부와 협의를 원한다며 접촉해왔다"며 "서울시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서울 외 지역과는 상황이 다를 수 있어 이를 두고
대부분의 국가에는 한국의 '용도지역제'와 유사한 토지 이용 제도가 있다. 그만큼 토지를 용도에 따라 나누고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다만 해외에서는 허용된 범위 내에서 용도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복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서는 유연하게 용도를 조정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일부 완화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기까지는 더 오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개발할 때 용도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싱가포르'━싱가포르는 용도지역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싱가포르는 복합용도지역제도인 '화이트존(White Zone·무규제 지역)'을 도입해 토지를 유연하게 운용하고 있다. 1995년 도입된 화이트존은 토지의 허용된 밀도 범위 내에서 개발사업자가 용도를 자유롭게 복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다. 공장 목적을 제외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개발할 수 있다. 쌍용건설이 호텔을 시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마리나베이 개발'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