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88년된 용도지역제 수술대 오른다①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서울 홍대거리와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은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거리다. 하지만 도시계획 수단인 용도지역제에서는 '주거지역'에 해당한다. 대부분이 용적률 200% 이하로 규제받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최근에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익선동'은 원래 용도가 '상업지역'이었지만 지금까지는 주거지역으로 주로 사용됐다.
땅의 용도 뿐 아니라 밀도(용적률)와 높이 등을 규제하는 '용도지역제'(Zoning)는 도시계획의 근간이다. 제한된 땅을 효율적이고 계획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미 용도와 다르게 사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복합·멀티 시대지만 땅의 용도가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서울시가 용도지역제 개편을 공론화하고 나섰고 국토교통부도 연구용역에 나서는 등 용도지역제의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용도지역은 주거지역의 환경을 헤치는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유럽과 미국에선 1800년대부터 시행됐고 한국에는 일제강점기인 1934년에 도입됐다. 도시계획에 관한 최초 법령인 '조선시가지계획령'이 제정되면서 주거, 상업, 공업 등 3개의 용도지역으로 나눴다. 1962년 건축법이 제정되면서 시가지계획은 도시계획법으로, 건축물은 건축법으로 높이 등을 제한했다. 2002년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도시지역과 비도시지역을 일원화해 용도지역을 지정·관리하고 있다. 관련 법에는 21개 용도지역, 26개 용도지구, 4개 용도구역이 등장한다. 군사시설 등 다른 법이나 조례에 규정된 지구를 포함하면 70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의 용도 지역은 크게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구분된다. 도시지역은 또다시 △주거 △상업 △공업 △녹지로 구분하고 용적률 등을 부과한다.
용도지역은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안고 있다. 개발수요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미리 규정했기 때문에 경직성이 강한 제도다. 용도와 밀도(용적률)가 연동돼 있는 점도 한계다. 예를 들어 서울시 내 주거 전용 제1종은 모두 용적률이 100%이고 근린상업지역은 용적률이 1000%다. 이는 개발 수요와 상관없이 적용된다.
지하철 역세권으로 유동인구가 많고 주거와 상가, 오피스 등 다양한 수요가 있지만 주거지역으로 묶여 효율적인 개발이 어려운 곳도 있다.대표적인 곳이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주변이다. 홍대거리는 대표적인 상권이 형성돼 있지만 용도가 주거지역이다. 자치구는 용적률이 높은 일반상업지역으로 전환을 원하지만 서울시는 고밀개발과 땅값 상승에 대한 부담이 크다.
하지만 용적률은 그대로 두고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면 호텔 등 숙박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더라도 용적률은 400% 미만으로 제한하면 소규모 개발과 상업용, 오피스용 등 다양한 공간 배치가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고밀 주거 개발, 저밀저층의 상권 조성, 지식기반 산업을 위한 혁신크러스트 조성 등 지역별 수요에 맞춰 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용도지역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용도지역제 전면 개편 공론화에 나선 이유다.
서울시는 지난 3월 2040도시계획을 통해 "현재 용도지역 체계를 넘어선 도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관리체계인 '비욘드 조닝'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의 용도지역제는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관리하기 위해 만든 체계"라면서 "미래 변화에 맞춰 유연한 도시계획이 가능한 근본적인 틀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