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1년이 남긴 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곧 1년이다. 믿기 어려운 침략 전쟁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세계 경제를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몰아넣었고, 서방국과 중국·러시아의 대립 등 신냉전 체제의 가속을 불렀다. 언제 또 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는 공포는 전 세계 군비 경쟁에 불을 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꿔 놓은 국제정세와 전망, 기업들과 한국이 직면한 과제를 짚어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곧 1년이다. 믿기 어려운 침략 전쟁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세계 경제를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몰아넣었고, 서방국과 중국·러시아의 대립 등 신냉전 체제의 가속을 불렀다. 언제 또 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는 공포는 전 세계 군비 경쟁에 불을 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꿔 놓은 국제정세와 전망, 기업들과 한국이 직면한 과제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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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24일, 세계 평화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했고, 안보 불안은 냉전 이후 최고조로 치달았다.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각국은 너도나도 국방비 증액을 선언하고 나섰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 군비 확장과는 거리를 둬왔던 독일과 일본도 군사력 확장에 힘을 쏟는다. 핵 안보도 흔들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금기시됐던 핵 위협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한국과 대만 등에서는 자체 핵무장론까지 흘러나온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군비 확장이 또 다른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상황. '안보 딜레마'에 빠진 세계, 출구는 있을까. ━"우크라 보니 불안하네…" 군사력에 '투자' 나섰다━미국, 독일 등 전 세계 주요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국방 예산부터 크게 늘리고 있다. 위기감이 국방력 강화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이미 방위
2022년 2월 24일 새벽, 러시아가 20만명의 병력과 미사일·탱크 등을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 2위 막강 군사력을 갖춘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하면 72시간 내에 국방순위 25위의 우크라이나가 함락될 것이라는 군사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간 지 오래다. 전쟁 초기 국제사회의 중재로 이뤄졌던 평화협상이 중단된 지도 한참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기 전에 마주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세계 경제는 에너지와 식량 위기로 신음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 난민이 발생했고, '언제든 핵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러시아의 위협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출구 없는 출혈 전쟁'이 언제 끝날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전장으로 미국 등 서방 민주주의 진영과 러시아·중국·북한·이란 등 진영이 양분돼 세계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폐허로 변한 우크라…러시아도 웃지 못했다━
중국으로부터 날아든 풍선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려 있던 미·중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미국이 풍선을 '군사적 목적'의 장비로 규정하면서 칼 같은 말들이 오간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중 시작된 무역 전쟁이 대만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갈등으로 확산하고, 다시 정찰 풍선에 이르러 갈등의 진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급기야 미국 군 수뇌부에서는 두 나라 사이 2025년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미·중 갈등의 끝은 어디일까. ━"2025년 미·중 전쟁"…서둘러 진화━한낱 풍선 기구가 국경을 넘고 격추되면서 양국 강경론자들을 자극했다. 두 나라 군부가 맞서는 와중에 대만에 관한 갈등이 본격화될 경우 국지전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이달 5일 인도·태평양사령부 참모장 출신 마이클 미니한 미 공군기동사령부 사령관이 "미국과 중국이 2025년 전쟁을 할 것"이라는 메모를 부하들에게 전달한 게 세상에 알려졌다. 백악관과 국방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러시아 시장에서 삼성전자·LG전자가 철수한 자리에 중국 기업이 들어가 있습니다." 17일 한 전자업계 인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앞두고 국내 전자·반도체업체에 끼친 영향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전쟁 장기화로 물류 차질과 원자재 값이 오른 데 이어 현지 공장·법인까지 '올스톱' 되면서 국내 기업의 매출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내 전자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지키던 국내 기업들은 0% 대 점유율에 허덕이는 반면 중국 기업들은 틈새를 노려 점유율을 늘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 스마트폰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0% 수준이다. 4월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6%로 모든 기업 중 1위였다. LG전자도 러시아 지역의 매출이 급감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G전자의 러시아를 포함한 지역 매출은 1조 75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 3885억원)에 비해 3000억원 이상 줄었다. 2021년 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선전하던 현대차 그룹은 큰 타격을 입었다. 현지 공장은 1년 가까이 가동이 중단됐고, 이제는 정리해고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대부분 철수한 사이 이 자리는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꿰차고 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시장에서 과거의 위상을 찾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서부지역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현대차 생산법인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각)부터 이달 27일까지 현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실시하고 있다. 연 생산량 20만대 규모의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2010년 완공 이후 체코 공장과 함께 동유럽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현대차·기아는 러시아 시장에서 전쟁 발발 전인 2021년 약 37만8000대를 판매했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전체 판매량의 5.8%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내 밥상물가를 뒤흔들었다. 식품기업들은 곡물 등 원자재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제품 가격을 많게는 두세차례 인상했고 그대로 소비자의 부담이 됐다. 소비자의 불만을 감수하고 단행한 가격인상이었지만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되지는 않았다. 가격인상 만큼의 매출만 키웠을 뿐이다. 기업들은 원가절감이 경쟁력이라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런 경험은 또 한번 기업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원재료 부담을 낮추는 것이 '물가 인상의 주범'이란 비난을 피하는 길이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전 증가세, 전쟁 후 폭발한 식품가격━18일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탄 곡물가격은 지난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양국 의존도 높은 밀가루와 옥수수를 시작으로 폭발적인 오름세가 이어졌다. 2020년 98.1이었던 세계 식량가격 지수는 2021년 125.7로 올라섰고 지난해 143.7까지 뛰었다. 올해 1월 기준 131.2로 상승
준비한 자가 기회를 얻은 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1년여 간 계속되면서 꾸준히 설비개선과 기술개발을 이어온 우리 정유업계와 방산업계의 경쟁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경쟁국 정유설비 증설이 멈춘 가운데 수요가 살아나며 우리 정유업계 호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과 중동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K-방산은 말 그대로 전성기의 초입에 들어섰다. ━영업익 7조원 잭팟..정유업계 사상 최대 수출, 달러박스 됐다 ━ 정유업계는 통상 배럴당 5달러 정제마진을 정유사 손익기준선으로 본다. 2021년 기준 연 평균 배럴당 3.4달러였던 정제마진은 2022년 10.8달러로 급등했다. 배경엔 지난해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있다. 세계 2위 수출국인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에 서방 국가들이 '보이콧'했고, 이는 유례없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부족으로 이어졌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석유제품 가격도 폭등했다. 싱가포르 거래소의 국제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월 평균 배럴당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경제를 혼돈의 도가니로 내몰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쟁으로 공급망 혼란이 심화하고 곡물과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다. 세계는 수십년 동안 본 적 없던 인플레이션에 직면했고 각국은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대응했다. 이제 세계 경제는 경기침체의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물가 폭등은 전 세계가 체감한 충격이다. 전쟁으로 '유럽의 빵 바구니'라 불렸던 우크라이나 국토는 쑥대밭이 됐고 옥수수·보리·해바라기유 등 곡물·식품 가격이 치솟았다. 에너지 가격도 즉각 반응했다. 전쟁 직후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가 30% 뛰고 서방 제재로 러시아가 유럽에 에너지 수출을 막는 보복에 나서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 전쟁이 미·중 패권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터졌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수많은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을 떠나며 인플레이션이 위기를 키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1년 동안 한국의 수출 지형에 변화가 생겼다. 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수출은 급감한 대신 아세안·미국·유럽연합(EU) 등의 수출 증가로 역대 최고실적을 기록했다. 수출은 선방했지만 러·우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난에 에너지 수입액이 최고치를 찍으면서 무역적자가 심각해졌다. 올해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무역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정부의 타개책이 주목된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를 포함한 CIS 지역의 수출액은 112억8000만 달러로 17.7% 급감했다. 이 중 러시아 수출액이 약 63억3000만 달러로 1년 새 36.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수출 줄어도 EU 수출은 늘었다…"대러제재 덕분"━ CIS 지역은 러시아 현지 자동차 공장 가동 중단 여파로 자동차 수출이 전년 대비 14.4% 급감한 29억9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차부품도 33.3% 줄어든 16억2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대러 수출통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달으면서 러시아 진출 기업들의 수출액이 급감하는 등 타격도 커졌다. 정부는 수출 거래선 다변화 지원, 긴급 금융지원 프로그램 등을 가동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전담수출통제 상담 창구인 '러시아 데스크'를 가동하고 현지 진출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는 지난 1년간 수출입 기업과 현지기업을 대상으로 유동성 확대, 수출 거래선 다변화 등을 지원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은 피해 기업 대상 총 2조원 규모 긴급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무보는 지난해 공급망 위기 지원에 2조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피해기업 특별지원에 676억원을 투입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현지 물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긴급 물류 지원방안을 안내하고 현지 항만 통제 현황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코트라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주 전에 한국에 온 할리나씨(26)에게는 전쟁 발발 이후 틈만 나면 인터넷 뉴스를 '새로고침'하는 습관이 생겼다. 우크라이나 현지에 있는 어머니와 친구들에게 매일 전화해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도 일상이 됐다. 할리나씨의 어머니는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중남부에서 군인들을 돕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친구들 중에선 입대해 전장에 나간 이들도 있다. 할리나씨는 "할 수 있는 게 이런 일이라 하고 있지만 솔직히 지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오는 24일이면 꼭 1년. 한국에 사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 번아웃(신체적·정신적 탈진)'을 호소한다. 이들은 매일 아침 텔레그램과 페이스북, 외신을 확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이 지난밤을 안전하게 보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경기 화성에 정착한 지 15년째인 크리스티나 마이단츠크씨(36)의 지난 1년 일상도 그렇다. 마이단츠크씨는 지난 16일
지난 16일 오후 3시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청소년문화센터 강의실에선 8살부터 17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 18명이 한국어 수업을 들었다. 이들 중 6명은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한 피란 청소년이다. 고려인마을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광주에 연고를 둔 고려인 후손 중 우크라이나를 떠나려는 피란민에게 항공권을 지원했다. 이달 5일까지 875명의 우크라이나 고려인이 고려인 마을의 도움을 받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청소년문화센터 한국어 강의실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엘레나도 고려인마을의 도움으로 한국으로 건너온 이들 중 하나다. 엘레나는 둘째 오빠와 둘이 한국에 왔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고국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냈을 나이. 가장 힘든 게 뭐냐는 질문에 엘레나는 휴대폰 번역 애플리케이션(앱)을 켜 러시아어로 "언어장벽"이라고 답했다. 엘레나처럼 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건너온 우크라이나 피란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직면하는 어려움은 언어다. 엘레나도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