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우크라 전쟁 1년이 남긴 것

지난 16일 오후 3시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청소년문화센터 강의실에선 8살부터 17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 18명이 한국어 수업을 들었다. 이들 중 6명은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한 피란 청소년이다.
고려인마을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광주에 연고를 둔 고려인 후손 중 우크라이나를 떠나려는 피란민에게 항공권을 지원했다. 이달 5일까지 875명의 우크라이나 고려인이 고려인 마을의 도움을 받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청소년문화센터 한국어 강의실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엘레나도 고려인마을의 도움으로 한국으로 건너온 이들 중 하나다. 엘레나는 둘째 오빠와 둘이 한국에 왔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고국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냈을 나이. 가장 힘든 게 뭐냐는 질문에 엘레나는 휴대폰 번역 애플리케이션(앱)을 켜 러시아어로 "언어장벽"이라고 답했다.
엘레나처럼 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건너온 우크라이나 피란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직면하는 어려움은 언어다. 엘레나도 한국 학생이라면 고등학교에 다닐 나이지만 아직은 한국어로 된 초등학생용 동화책도 읽기 어려워한다.

지난해 5월 입국한 우크라이나 출신 포로센코 티모르(12) 역시 광주 월곡동의 하남중앙초등학교를 다니다 이곳을 찾았다. 한국 학교에서 수업 받은 7~8개월 동안 수학과 영어 수업은 그나마 따라갈 수 있었지만 사회나 과학처럼 한국어 설명이 대부분인 수업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한국어 수업을 맡은 교사 박토리아씨는 "학생마다 다르지만 한국어를 이해하는 것과 교과 내용을 이해하는 것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지현 고려인마을 바람개비꿈터공립 지역아동센터장은 "다음주에 초등학교 1학년 학생 7명이 새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상황 때문에 졸업 증명서가 없어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5월 고려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온 미아(15)는 인근 숭의과학기술고에 입학하려 했지만 중학교 졸업을 증명해줄 서류가 없어 올 3월에는 입학이 어렵다는 통지를 받았다. 미아는 "약사가 되고 싶지만 한국에서 대학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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