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바람 MZ노조
MZ세대가 노동운동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공정성을 기치로 내건 이들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기성 노조의 행보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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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에 입사한 유준환씨(32)는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던 학생이었다. 학교 다닐 때 학생회 활동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는 "학교든 공동체든 무슨 행동을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말했다. 입사를 할 때는 노동조합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몰랐다고 한다. 그런 유씨는 현재 LG전자 직원들로 구성된 '사람중심 노조'를 이끌고 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합한 말) 노조들의 연합체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이하 협의회)의 의장이기도 하다. 사내의 불합리한 일처리를 보고 노조 설립을 결심했다. 그는 "입사 초기 동기가 상사에게 폭행을 당하고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없는 등 깜깜이 인사에 직원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회사가 1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도 공개된 적 없는 '연초 목표치'보다 낮다는 이유로 TV부서 사무직에 성과급을 안 줘서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한 일도 있었다"고
"지하철 돌아다니는 시간에도 선로 유실물을 수거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어요. 위험할 수 있잖아요. 영업시간 끝나고 수거하게 해달라고 요구를 했죠. 결국 관철됐어요. 옛날같으면 그냥 하라는 대로 했을텐데 기업 문화가 바뀐 거죠. 이제 직원들도 할 말은 하면서 살게 됐어요. 전에는 회사 인트라넷 자유 게시판에 글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이제는 실명으로 자기 의견을 활발하게 냅니다."(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부의장) "그동안 생산직이 받는 격려금을 사무직은 못받았어요. 연차미사용 수당도 생산직만 받아왔죠. 그런데 저희 노조가 설립된 이후로 사무직도 다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임금 인상률도 그동안은 통보만 받아왔거든요. 지금은 충분히 논의를 해서 인상률을 정하게 됐습니다. 회사와 직원들 사이 소통이 더 유연해진 느낌입니다."(김한엽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위원장·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위원) 노동운동에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그간 노동운동을 주도해 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MZ세대 노조에 대해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MZ노조가 정규직·대기업·공기업 중심으로 이뤄진 점을 지적하며 견제를 아끼지 않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회계 문제와 투쟁 방식을 놓고서는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MZ노조 등장에 대해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머니투데이와 한 통화에서 "회사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활동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이지현 한국노총 미디어본부장은 "젊은 층을 비롯해 더 많은 사람들이 노조 활동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양대 노총이 완벽할 수는 없기에 부족한 부분을 MZ노조가 채워주길 바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또 "필요에 따라 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연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하지만 양대노총은 MZ노조가 회계 문제와 관련한 정부
정치 투쟁과 무차별 파업 대신 대화와 타협을 기치로 내건 MZ세대 노조가 노동운동의 새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노동 전문가들은 MZ세대 노조가 과거 잠시 등장했다 사라진 '제3노조'의 길을 걷지 않고 새로운 주류가 될 수 있으려면 기성 노조와 차별된 '투명성'과 '민주성', '공정성' 등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MZ세대 노조의 역할에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아직은 많은 게 사실이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3노조의 흐름이 있었던 만큼 아직까지는 MZ노조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것.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보수 정부가 등장하면 (제3노조의) 모습은 항상 등장했다"며 "(MZ세대 노조도) 그런 것의 유사 형태로 등장한 것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노동법 전문 김남석 변호사도 "아직 주류 노조가 될 것이라는 판단은 이르다"며 "오래 지켜 보면서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성 노조들의 불법, 폭력 시위 등에 대한 누적된 비판
"한국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쓰는것 중 하나가 노동조합이다. 현대차노조가 한국의 협동로봇 시장이 커질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만난 한 외국계 협동로봇 기업 대표의 말이다. 협동로봇을 사 주는 고객인 기업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로봇 시장의 성패를 결정할거라는 말은 우리 기업계에서 노조가 갖는 위상과, 그에 따라 기업이 안고 있는 리스크를 동시에 보여준다. 공장자동화율은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비용, 시간당 생산성 등에 따라 경영의 측면에서 결정돼야 할 일이다. 여기에 노동조합이 개입한다.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공장자동화를 거부하고 생산효율을 억지로 낮춘다. 더 많은 시간 공장을 돌려 더 적은 제품을 생산한다면 당연히 제품가격이 오른다. 이 부담은 기업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돌아간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가 주도하는 대안노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출범에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건 이 때문이다. 기업도 정부도 소비자도 어쩌지
첫발을 뗀 MZ세대 노동조합 모임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곳 노조 대부분 교섭권이 없어 동력을 잃기가 쉽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 사무직 노조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기 위해선 교섭권 확보가 가장 중요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새로고침 협의회는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한국가스공사 더 코가스 노조,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LS일렉트릭 사무노조 등으로 구성됐다. 주로 국내 대기업, 공기업에 근무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모였다. 한국·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주도하는 생산·현장직 노조에 반발해 등장한 사무직 노조 연합체다. 사무직 노조는 2년전 현대차와 LG전자에서 만들어지면서 산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MZ세대가 위원장을 맡으면서 대립적인 노사 관계 풍토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