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새로운 바람 MZ노조② 공정·실리·책임 중시 MZ세대 사회 진출…노조 활동에도 참여

"지하철 돌아다니는 시간에도 선로 유실물을 수거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어요. 위험할 수 있잖아요. 영업시간 끝나고 수거하게 해달라고 요구를 했죠. 결국 관철됐어요. 옛날같으면 그냥 하라는 대로 했을텐데 기업 문화가 바뀐 거죠. 이제 직원들도 할 말은 하면서 살게 됐어요. 전에는 회사 인트라넷 자유 게시판에 글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이제는 실명으로 자기 의견을 활발하게 냅니다."(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부의장)
"그동안 생산직이 받는 격려금을 사무직은 못받았어요. 연차미사용 수당도 생산직만 받아왔죠. 그런데 저희 노조가 설립된 이후로 사무직도 다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임금 인상률도 그동안은 통보만 받아왔거든요. 지금은 충분히 논의를 해서 인상률을 정하게 됐습니다. 회사와 직원들 사이 소통이 더 유연해진 느낌입니다."(김한엽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위원장·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위원)
노동운동에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기존 노조가 아닌 제3의 노조가 등장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합한 말) 사무직 근로자들이 주축이 된 이른바 'MZ노조'다.
MZ노조 연합체가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다. 8개 노조로 구성된 협의회는 지난 21일 서울 동자동 동자아트홀에서 발대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한국가스공사 더 코가스 노조 △코레일네트웍스 본사 일반직 노조 △부산관광공사 열린노조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노조 △LS일렉트릭 사무노조 소속 조합원 약 6000명이 소속됐다.
MZ세대의 특징인 '할 말은 다 한다'는 것은 MZ노조의 특징이기도 하다. 성과급 기준을 공개하라고 당당히 요구하자 회사는 정량·정성 평가 등을 담은 기준을 공개했다. 2021년 MZ노조로 처음 세상에 이름을 알린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가 이룬 성과다.
지하철 정치파업을 막은 사례도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지난해 12월 총파업에 돌입한 후 하루만에 임금·단체협약에 합의하고 파업을 철회했다.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의 젊은 직원들이 파업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동력이 약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존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과 가장 차별화된 점은 '실리추구'에 있다.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자제하고 노동자의 권리에만 집중한다. 양대노총이 기능직(생산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꾸려져 사무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MZ세대의 고유한 특성이 이 같은 움직임을 이끌고 왔다는 분석이다. 학교에서 직장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부당하게 대우받는 것을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등 공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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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초년생이 비교적 많을 MZ세대에서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사회생활 시작부터 미래를 생각하고 자신이 보호받을 수 있는 조직·장치·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의 권리와 이익을 적극적으로 보장받길 바라는 인식,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적극적인 노조 참여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 활동도 공정의 관점, 즉 국민의 눈높이에서 봐야하는 시대가 됐다"며 "MZ세대 입장에서는 회사 경영, 이익 배분 등의 문제를 기존 노조에만 맡기는 것보다 독자적으로 노조를 설립해 활동해야 이해관계를 관철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노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정부도 MZ노조에 호의적이다. 정부는 MZ노조와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체를 포함해 비정규직 등 취약 근로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노동단체 지원사업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MZ 노조, 근로자 협의체 등 다양한 노동단체가 사업에 참여해 취약 근로자의 권익 보호 강화와 격차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