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드'가 온다
우리 주변에는 새로 얻은 10년, 가열차게 다시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은퇴하고 나서도 피가 끓는다면, 그 뜨거운 심장을 더 뛰게 해야 할 것 아닌가. 그것이 대한민국의 살 길이다. 머니투데이는 이들을 '뉴올드(NewOld)'라 부르고자 한다. 고령화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뉴올드를 찾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주변에는 새로 얻은 10년, 가열차게 다시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은퇴하고 나서도 피가 끓는다면, 그 뜨거운 심장을 더 뛰게 해야 할 것 아닌가. 그것이 대한민국의 살 길이다. 머니투데이는 이들을 '뉴올드(NewOld)'라 부르고자 한다. 고령화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뉴올드를 찾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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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이 내리꽂던 지난 20일 충북 청원군 내수읍 은곡리 김성구씨(73) 농장에는 여름 꽃인 연꽃과 수련이 절정이었다. 노랑 분홍 하양의 연꽃, 진분홍 연분홍의 수련이 400여 평 땅에 만개했다. 50여평 짜리 하우스 3개동 안에는 가시 없는 푸릴과 매창 등 다육식물이 천국을 이루고 있었다. 10여년 전 중학교 교장으로 은퇴하고 나서 그냥 꽃이 좋아 시작한 일이었다. 150만원 들여 하우스 하나로 시작했을 뿐이다. 그러던 게 연 매출 2억원의 농장이 돼버렸다. 일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부인과 둘이서 다한다. 그래서 일까. 김씨의 얼굴도, 연꽃을 쓰다듬는 부인 송보영씨(66) 얼굴도 어느새 연꽃과 수련을 닮아있었다. 김씨는 원래부터 꽃을 워낙 좋아했다. 청주 형석중학교 교장으로 있을 때도 학교 안의 꽃은 죄다 김씨가 보살폈다. 1999년 퇴임할 때도 가장 섭섭했던 건 교정의 꽃과 나무를 떠나는 것이었다. "바깥양반이나 저나 신혼 때부터 꽃 키워 이웃 나눠주는 게 취미였어요. 대국이
김성구씨는 "바람과 햇빛만 있으면 다육식물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원래 물이 부족한 고온지역에서 자라는 다육식물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물을 주면 알아서 자란다. 조직 번식이 가능해 잎만 꽂아 놔도 1년이면 판매 가능한 성체가 된다. 그러나 이 정도 경지에 이르려면 세 가지는 꼭 있어야 한다. 작물을 고르는 눈, 재배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 그리고 꽃에 대한 애정이다. 은퇴 후 취미 삼아 화초도 키우고, 수익도 올리는 방법을 소개한다. 송정섭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팀장은 "은퇴 후 당장 작물을 골라 재배를 시작한다는 마음보다는 어떤 것을 재배할지 선택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퇴 3~4년 전부터 농장 등을 다니며 생태를 미리 체험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송 팀장은 아파트 베란다 등 작은 재배면적에서도 키울 수 있는 환금성 높은 작물로 포인세티아, 선인장, 호접란 등의 관상용 분화류(화분에 담을 수 있는 식물)를 추천했다. 호접란은 묘를 받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에서 바닷가를 따라 북서쪽으로 20여분 차를 타고 달리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만장굴 등 제주의 동굴 생태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4.3 유적지 등 제주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조천읍 선흘2리의 거문오름. 이 곳 기슭을 따라 돌다 보면 커다란 현대식 건물을 하나 볼 수 있다. 입구에 '다희연'이라고 적혀있다. 녹차밭 차문화관 전통도요지 동굴카페 등을 갖춘 녹차 테마파크이다. 건물 1층에 들어서면 여느 녹차 가게처럼 판매대에 녹차 티백과 녹차 비누, 다기 등이 진열돼 있다. 하지만 건물 뒤로 돌아서면 딴 세상이다. 20만㎡(6만여평)의 드넓은 녹차밭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녹차밭 옆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니 작은 동굴 하나. 동굴 속으로 10여미터 걸어 들어가면 신비로운 분위기의 카페가 나타난다. 지난달 29일 임선민(62) 전 한미약품 사장을 이곳, 동굴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해말 한미약품 대표에서 물러
임선민 다희연 대표는 제약업계에서 '레전드(전설)'로 통한다. 말단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제약업계 2위인 한미약품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임 대표는 1974년 동광약품 병원영업부 창설 멤버로 입사해 의원급 시장을 매달 수백 개씩 새로 개척했다. 서울 세검정에서 동대문까지 하루종일 걸어 다니기 일쑤였다. "한번은 약국인줄 착각하고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한의원이더군요. 그래도 그냥 나올 수가 없어서 약품 세일즈를 했죠. 결국 한의원 직원들에게 무좀약을 팔고 나왔습니다." 이후 영업 능력을 인정 받아 1979년 당시 업계 매출 2위였던 영진약품에 경력직으로 스카우트됐다. 당시 영진약품은 임 대표를 위해 '주임대리'라는 새로운 직위까지 만들었다. 이 곳에서 13년 영업맨으로 일한 뒤 그는 1992년 한미약품으로 다시 스카우트됐다. 임 대표는 신입사원 시절 제약사 영업을 한다는 사실이 지인들이 알려질까 선글라스를 끼고 다닐 만큼 내성적이었다. 남들 앞에서 말도
나이 73세(1939년생), 키 177cm, 전직은 중소기업 부사장, 현직은 광고모델 겸 패션모델 겸 연극배우. 대표작은 지난해 포털사이트 다음의 로드뷰 광고 '소녀의 선물' 편에서 침대에 누워 있던 할아버지. 곽용근씨의 프로필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모델의 길을 걷고 있는 곽씨를 지난달 29일 신문사로 초대했다. 훤칠한 키와 군살 없는 몸매 말고는 여느 70대 할아버지와 다를 바가 없는 듯했다. 그러나 신문에 게재할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준비해온 옷으로 갈아입는 순간 곽씨는 달라졌다. 하늘색 티셔츠와 찢어진 청바지, 흰색 운동화를 신은 곽씨는 더 이상 70대의 점잖은 노인이 아니었다. 장난기 가득한 개구쟁이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이런저런 제스처와 자세가 자동으로 나왔다. 티셔츠를 벗으니 야성미까지 느껴졌다. 모델답게 사진 촬영을 즐기는듯했다. 웃는 표정을 수십 가지 연출할 수 있다는 곽씨이지만 그의 과거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1967년 한일시멘트에 입사한
뮤지컬 배우답게 일흔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상기씨의 목소리는 맑고 청아했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구석구석을 3시간여 누비며 인터뷰를 했는데도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뮤지컬 배우답게 체력도 탁월했다. 정씨는 "30여년의 서울시 공무원, 뒤이어 8년여 중소건설회사 회장 때도 지금만큼 행복했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름을 타고 둥실둥실 떠다니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그렇다고 정씨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명 배우도 아니다. '어르신연극교실' 출신의 경력 6년차 아마추어일 뿐이다. 출연작도 다섯 개에 불과하다. "그래도 누가 평생 살면서 '이수일과 심순애'의 김중배 역할을 한번 해보겠습니까. 세상 멋있게 살면서 다이아 갖다 주며 여자 꼬시는 역할을 말입니다." 정씨는 2006년 은퇴하고 나서 실은 골프에 심취했었다. 서울 성동구청 재무국장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 뒤 작은 건설회사 회장으로 있으면서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이 들어 골프를 시작했기 때문에 허
40~50대 시절 컴퓨터가 놓인 책상 앞 그의 손에서는 수십억, 수백억원의 향방이 결정됐다. 걷는 것보다는 자동차가 익숙했고 상대하던 이들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사장들이 대부분이었다. 60대의 그가 자주 언급하는 돈 단위는 수천원이나 수십만원이 태반이다. 서울 구석구석을 전철로, 버스로 돌아다니다 보니 운동화를 신는 일도 많다. 전직 은행 부행장이었다 이제는 창업과 컨설팅 도우미가 된 한석규씨 얘기다. "장사가 안 되는데 가격을 더 올리라니요?" 지난 7월 서울 구로구의 해물 전문 식당을 찾은 한석규(64) 희망도레미 대표는 의아해하는 식당 주인에게 "음식값을 더 올리라"고 재차 주문했다. ‘매출이 늘지 않는다’며 컨설팅 의뢰가 들어와 방문한 곳이었다. 주인에겐 빚이 많았다. 식당 영업도 몇 달째 적자를 보고 있었다. 한 대표가 미리 분석한 자료를 내밀었다. 식당 근처에 몇 평대의 아파트가 있는지,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득 수준은 어떻게 되는지를 정리한 상권자료였다. 주인을 설득했다
32년 동안 미국과 일본을 누비며 은행 해외영업을 해왔던 김윤석씨(64)의 현재 직업은 서당 훈장님. 회초리 대신 마커를 들고 있을 뿐, 그는 매주 토요일이면 20대 대학생들을 불러모아 책을 낭독하고 자신이 갈고 닦은 인생경험과 기업실무를 전수한다. 그가 몸담은 곳 이름도 '아름다운 서당'. 대학생들을 성품과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50~60대 인사들이 강연을 통해 재능을 기부하는 단체이다. "제가 있는 곳이 서당이니 훈장님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만, 실은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있죠. 20대 친구들과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하다 보면 마치 제가 20대가 된 듯하니깐요." 김씨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과목은 주로 경제와 경영. 관련서적을 함께 강독하고 특정기업을 선정해 케이스 스터디도 한다. 학생들에게 발표를 시킨 후 자신의 은행 재직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과 생각을 나누는 식이다. 얘기를 풀어가다 보면 자신이 현업에서 일하면서 익혔던 모든 것이 다 교재가 된다. 주제가 경
이동희씨는 68세라는 나이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젊어보였다. 20여년전 딸에게 신장을 하나 떼내 주었지만 그는 “신장 2개 가진 사람보다 더 건강하다”고 말했다. “나중에 90살이 됐을 때 ‘나는 20년 전 젊었을 때 뭐했나’ ‘왜 70대 젊은 나이에 일하지 않고 놀았나’라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움직일 수 있을 때 열심히 살아야죠.” 비결은 바로 ‘나중에 비하면 지금은 항상 젊은 나이’라고 생각하며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이씨가 지금 꿈에 부풀어 있는 도전 목표는 유기농 카페 창업. 커피와 함께 고구마, 콩 등 자신이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해 만든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씨가 유기농 카페를 본격적으로 준비한 건 2년전부터이다. 이씨는 이를 위해 자신이 사는 일산에서 가까운 파주 심학산 근처에 200여평의 땅을 구입했다. 팥, 자색 고구마, 당근 고무마, 흑땅콩, 고추 등 씨앗을 사다가 직접 유기농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일단 직접 지어서 먹어보며 메뉴를 준비하고 있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 3층 ‘신안해저 문화재관’. 1984년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신안선’에서 나온 유물 주위로 수십 명의 초등학생이 모여들었다. “이 배에는 고려인, 중국인, 일본인이 다 타고 있었어요. 장기간 배를 타고 가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장기도 두고 주사위놀이도 했지요. 옛날 사람들도 여러분과 똑같아요.” 조장호 도슨트(전시해설가·72)가 신안선에서 나온 고려시대 주사위와 장기알에 대해 설명하자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경청했다. 조씨의 설명은 마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처럼 재미있고 생생했다. 조씨의 설명은 마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고 생생했다. 그는 “오늘은 경남 창원에서 학생이 많이 왔다”며 “교과서에 나오는 유물을 직접 보기 위해 먼 곳에서 온 학생들이 내 해설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씨는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관 전시해설가이다. 1주일에 1번 목요일마다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