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규제, 기업 총수의 족쇄
쿠팡 사례와 공정위 고발 건은 동일인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는 지정을 피하려고 하고, 누군가는 의무를 피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제도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쿠팡 사례와 공정위 고발 건은 동일인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는 지정을 피하려고 하고, 누군가는 의무를 피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제도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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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최대 이슈는 쿠팡의 동일인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동일인을 기존 쿠팡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했다. 쿠팡은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동일인 지정에 따른 부담 탓이다. #. 공정위는 올해 김준기 DB그룹 회장과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기업집단이 매년 공정위에 제출하는 지정자료 중 계열사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혐의다. 3명의 공통점은 기업집단의 동일인이라는 점이다. 쿠팡 사례와 공정위 고발 건은 동일인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는 지정을 피하려고 하고, 누군가는 의무를 피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제도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쿠팡이 그렇게 피하고 싶은 '동일인'이 뭐길래━동일인 제도가 도입된 건 1987년이다.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듬해 대기업집단 규제와 함께 동일인 제도가 시행됐다. 동일인은 대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사람) 혹은 법인을 의미한다.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 즉 총수를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는 만들어진지 40년이 됐다. 경제계는 강산이 4번 바뀌는 동안 우리나라 경제환경도 완전히 달라진 만큼 이제는 없어져야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동일인 지정으로 논란이 재점화됐지만 이와 별개로 진작에 없어져야할 낡은 규제였다는 입장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동일인 지정제도 자체가 오늘날 경제현실과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 해당 법은 1986년 국회에서 통과됐다. 당시 우리나라 명목 GDP(국내총생산)는 102조9858억원이었고 현재(2025년 잠정치)는 2663조원이다. 재계 관계자는 "1980년대처럼 국가 경제의 국제적 개방도가 높지 않고 기업규모도 크지 않은 경우에는 유효하게 작동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경제 규모가 26배 성장했고 국제교역이 활발한 개방경제로 변화했다"며 "특히 IT(정보기술) 기반의 새로운 사업형태를 갖고 있는 기업집단이 출현하면서 동일인 지정에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흔히 대기업집단의 총수로 불리는 동일인을 두고서 개편 논의가 이뤄진 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일인 지정을 두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 전문가들은 동일인 제도의 근본적인 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일인 제도는 자연인 총수 한 명이 기업 전체에 대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제도"라며 "그 사이 국내·외적으로 경제여건이나 기업 현실이 엄청나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가족 관념이 달라져서 친인척 중 외국인인 경우도 많이 생기고, 자료 제출 의무가 생기는데 협조가 안되는 경우도 많다"며 "동일인 규제를 푼다기 보다는 드러난 범위 안에서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법인 중심의 동일인 제도를 제안한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102개 기업집단 중에서 법인이 동일인인 곳은 12개다. 나머지는 자연인(사람)이 동일인이다. 쿠팡의 경우에도 지난해까지는 법인이 동일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