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관계 살인 반복에도…고위험 피해자 보호체계 '구멍'

친밀관계 살인 반복에도…고위험 피해자 보호체계 '구멍'

황예림 기자
2026.10.1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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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스토킹 등 발생 시 경찰서-가정폭력상담소 공동대응체계/그래픽=김지영
가정폭력·스토킹 등 발생 시 경찰서-가정폭력상담소 공동대응체계/그래픽=김지영

최근 경기 광주시와 서울 송파구에서 잇따라 친밀관계 살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피해자들은 모두 성평등가족부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이 고위험군을, 성평등부는 저위험군을 관리하도록 돼 있어서다. 해외에서는 고위험 피해자를 경찰과 상담기관이 함께 모니터링하는 만큼 국내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성평등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송파구에서 발생한 '장모 살인 사건' 피해자는 성평등부가 지원하는 가정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에 사례관리 이력이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일 광주에서 발생한 '공무원 아내 살인 사건' 피해자도 상담소의 모니터링 대상이 아니었다.

두 피해자가 상담소 관리 체계에서 빠진 건 경찰의 위험도 평가에서 '고위험군'(A등급)으로 분류돼서다. 경찰은 가정폭력·스토킹 사건이 접수되면 피해자의 위험도를 평가하는데 고위험군은 전국 261개 경찰서가, '저위험군'(B등급)은 전국 189개 가정폭력상담소가 집중 관리한다. 다만 저위험군도 피해자가 동의해야만 상담소와 연계가 이뤄진다.

고위험군을 상담소와 자동 연계하지 않는 방식은 해외 사례와 대비된다. 영국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험도 평가(DASH)로 분류한 뒤 살해 또는 중대한 위해 가능성이 있는 '명백한 고위험'(Visible High Risk) 사례로 판단되면 '다전문기관 가정폭력 위험대응 협의회'(MARAC)에 회부한다. 협의회의 가장 큰 특징은 경찰과 상담기관이 피해자 정보를 공유하고 보호 계획을 공동으로 마련한다는 점이다. 협의회에는 의료·주거·복지기관 등도 참여한다.

한민경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경찰과 상담소가 공동 대응할 때 고위험군을 우선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도 상담소의 사례관리 범위를 고위험군까지 확대하면 재피해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위험군 관리에 상담소의 참여가 요구되는 이유는 상담소가 사례관리 전문성을 바탕으로 피해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연계할 수 있어서다. 실제 경찰은 접근금지와 임시조치, 스마트워치 지급 등 긴급한 신변 보호와 법적 조치에 집중하지만 상담소는 피해자가 가해자와 관계를 이어가려고 하지 않는지 등 심리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보호시설 입소를 설득하는 등 현장 중심의 사례관리를 한다.

한 상담소 관계자는 "피해자가 거주지 노출에 대해 불안감을 호소할 때 주민등록 열람 제한을 신청하도록 돕고 보호시설 입소도 적극 권유한다"며 "가해자와 분리된 상태라면 대부분 보호시설 입소를 거부하지만 안전 확보를 위해 최대한 설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담소가 고위험군 모니터링에 참여하도록 하려면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경찰이 보유한 피해자 관련 정보를 상담소와 적법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한 교수는 "상담소는 민간기관이어서 경찰이 피해자의 민감정보를 제공하기 쉽지 않다"며 "고위험군에 대한 경찰과 상담소의 실질적인 공동 대응을 위해서는 관련 법령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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