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앞에 길 잃은 세월호 특별법...타깃은 '청와대'

'수사권' 앞에 길 잃은 세월호 특별법...타깃은 '청와대'

이하늘,황보람,구경민,이미영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4.07.17 09:50

(종합)[the300 런치리포트-세월호특별법 쟁점]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었던 '세월호 특별법'이 여야 간 합의점을 찾지못해 표류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모두 일부 사안에 대해 한치의 양보도 않고 있어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는 24일까지도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야는 보상 부분에서는 기술적인 일부 부분을 제외하면 합의를 이뤘다. 문제는 진상규명 그 중에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할지 여부다.

◇野 "수사권 없으면 소 없는 찐빵"vs 與 "수사권 부여, 법리에 맞지 않아"

새정치민주연합은 위원회 산하에 수사권을 가진 검사, 혹은 특별사법경찰을 배치해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거 진상을 규명하는 위원회 활동에서 수사권이 없어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전례를 들며 수사권이 있어야 철저한 진상규명이 가능하다는 것. 자료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이나 조사를 위한 구인 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수사권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유족들이 수사권 부여를 요구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조사권만으로도 진상규명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위원회 조사와 병행해 상설특검을 가동하거나 검찰총장으로부터 독립된 지위의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가 필요하면 이들에게 맡기면 된다는 논리다. 특히 진상규명위원회에 수사권을 넘기는 것은 전례가 없고, 국내 사법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수사권과 관련해 야당은 자료제출명령권을 부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자료제출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경우를 사전에 막겠다는 취지다. 또한 위원회 출석요구를 받은 인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불응하면 동행명령을 발부하고, 위반시 과태료 처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야당은 위원회가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청문회는 국회의 국정참여를 위해 헌법이 보장한 제도인 만큼 이를 위원회에 넘길 근거가 없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 비공개 조사방식 역시 청문회를 통해 공개로 변경되는 문제가 있으며 피조사자에 대한 반복조사, 인권침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공방 속내는 '朴 대통령'…공격 벼르는 野, 방어 나서는 與

여야가 각각 사법체계 적합성과 철저한 진상규명 및 유족의 목소리 수용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각각 속내는 다른 부분에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 부여의 법적 정당성은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사안이지만 세월호 특별법은 정치적인 이슈로 정치권 합의만 있으면 가능하다"며 "검찰조직이 실질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을 다른 곳에 내 주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사 출신 국회의원 가운데 상당수는 위원회에 수사권을 넘겨주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조직의 독점적인 권한을 넘겨줄 수 없다는 현직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수사권 논란의 핵심은 청와대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 여부다. 여당 측 관계자는 "야당이 유가족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여론을 주도하지만 이번 세월호 진상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겠다는 것"이라며 "수사권을 확보하면 단순한 자료 요청이 아닌 청와대에 대한 세세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 측 관계자 역시 "위원회가 조사를 하고 혐의가 있으면 검찰 등에 수사를 넘겨 법적절차를 따르면 된다는 여당의 주장은 사실상 청와대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이 최고권력에 대해 성역없는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간 여야는 청와대 책임 여부에 대한 공방을 펼쳐왔다. 세월호 국조특위에서는 청와대가 재난 콘트롤타워인지 여부로 공방을 이었다. 앞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증인채택과 관련해 진통을 빚었다.

이번 세월호 특별법 TF에 참여중인 한 의원은 "수사권 등 일부 합의를 찾기 어려운 사안은 TF 활동 의원들이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여야 지도부 차원의 대승적 합의 없이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수사권이 뭐길래…검·경 갈등부터 국정원 논란까지

법조계와 검찰 경찰 등에서 끝없는 논란의 대상이 돼 온 수사권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의 표류에도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했다.

16일 김무성·김한길 여야 대표가 담판회동에 나설 정도로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이유도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할지 여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사권이란 범죄와 범인을 밝히기 위해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찾고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체포·구속 등을 통해 국민들의 신체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 아울러 재산권 및 사생활 자유(압수·수색) 역시 좌우할 수 있다. 이 권한을 온전히 소유할 수록 그 힘은 더욱 커진다. 세월호 특별법 역시 여야가 수사권이라는 '절대반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양상이다.

그간 수사권 논란은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현행법 상 검찰은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다. 실질적인 범죄수사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경찰 역시 형사소송법 상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검·경 수사권 분쟁 조정은 을 위한 논의는 노무현정부 시절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지난 대선에서 '검·경간 협의를 통한 합리적 수사권 분점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후 논의 과정에서 이렇다 할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검찰로서는 오랜기간 독점한 권력이 한정·배분되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히 현행 형사소송법이 찰의 수사권을 보장하는 만큼 법리에 따라 권한을 지키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찰은 실질적인 수사의 90% 이상을 도맡고 있음에도 검찰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지난 2012년에는 경찰이 한 부장검사의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하던 도중에 특임검사를 임명해 이를 넘겨버리는 사례가 있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이뤄져야 검찰의 '수사 가로채기'를 근절할 수 있고, 검찰 조직 인사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제 식구 감싸기'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여부가 논란이 되면서 수사권은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국내 법규는 정부기관에 수사권을 부여치 않고 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후 법으로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에 일임했다.

대공수사권은 국정원의 간첩 및 좌익사범 색출 및 조사를 수월케 한다. 하지만 국정원이 이 권한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의혹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국정원 개혁에 맞춰 대공수사권 폐지가 논의됐지만 국정원은 오히려 국제정세 혼란 및 북한 도발 등을 이유로 대공수사권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대선개입 의혹부터 간첩조작 의혹까지 잇단 악재로 수세에 몰린 국정원이 야권 및 시민단체의 매서운 공격에도 수사권을 지키려는 이유는 대공수사의 편의성 때문이다. 간첩죄의 특성 상 조사만으로 범죄혐의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것. 아울러 50년 이상 확보했던 권력이 사라질 경우 조직의 위상 및 운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검·경 갈등과 국정원 외에도 수사권 부여에 대한 논란은 다양한 부문에서 지속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원자력 관련 범죄조사 및 단속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감사원·공정거래위원회 등 역시 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규제 및 단속기관에 수사권을 부여하면 해당 범죄 근절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자칫 삼권분립 원칙 훼손 논란이 우려되고 현행 법체계와도 어긋날 수 있다"며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 역시 수사권을 통해 강력한 자료요청 및 구인 등을 통해 더욱 명쾌한 조사가 가능하지만 삼권분립 등 검토해야 할 부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세월호특별법 유가족협의회 '기소권'요구 왜?

세월호특별법이 여야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16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여야 특별법 TF는 여러차례 비공개 협의를 가졌지만 '수사권'과 '조사권' 사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여야도 한가지는 뜻이 통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요구한 세월호 조사위원회에 '기소권'을 주는 방안에는 반대한다는 것.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는 세월호 참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왜 '기소권'을 요구할까?

세월호특별법을 움직이는 유일한 룰은 '불신'이다.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믿을 수 있다면 유가족측이 기소권까지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진짜 권한'을 달라고 요구한다. '기소권'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사례로 볼 때, 수사권이나 기소권이 없이는 실효성 있는 진상조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측은 애당초 '기소권'을 고수할 방침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본질은 '실효성 있는 진상조사'이기 때문이다.

박종운 가족대책위 변호사는 "제대로 된 조사를 하려면 정확한 목적을 갖고 충분히 조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꼭 기소권이나 수사권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과거 위원회 사례를 볼 때 수사권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간'에 기소권을 주는 것은 전례가 없었던 만큼 쉽지 않다. 당장 위헌 소지부터 대두된다. 한국의 형사소송법에서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해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기소독점주의'다.

이주원 고려대 법대 교수는 "헌법에서는 인신구속영장 청구를 검사만이 하도록 돼 있고 즉결심판과 즉심청구는 경찰서장도 기소를 할 수 있는 예외가 있다"며 "추상적으로 보면 검사가 아닌 자가 기소를 한다고 해서 헌법 위반의 문제가 생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3권 분립의 원칙에는 문제가 생긴다"며 "기소권은 행정권의 일부로 특검을 임명하는 것은 대통령이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 측이 추천한 조사위 특임위원이 기소권을 가질 경우 행정부 권한을 침해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는 뜻이다.

◇또다른 대안, "유가족 측이 특검 추천, 법무부장관이 임명"

전문가들은 법률 전문가라고 할 지라도 민간 위원회가 기소권을 갖는 것에는 회의적이었다. 다만 정부 불신으로 유가족측이 특검을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세월호 특별법에서 특검제도에 예외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준비위원장은 "세월호 사고의 직접적인 문제는 모두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기소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간접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사위가 수사에 집중하다 보면 기소 대상은 아니지만 세월호 사고의 근본적 문제인 '관행'이나 '무책임' 등에 대한 조사는 미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수사는 특검에 맡기되 유가족협의회가 신뢰할 수 있도록 스스로 특검을 추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 임명의 경우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아 법무부장관 등이 대신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 위원장은 "특검 추천 권한을 조사위에 주고 특검 임명을 법무부장관이 하는 등 세월호특별법에서 특검 임명 절차를 예외로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조사위가 특검을 추천하는 방안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임명권은 3권 분립과 연결되기 때문에 임명권자가 대통령이 아닐 경우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특별법…대표 회동도 TF 밤샘협상도 '불발'

여야 지도부에 이어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관한 조속 입법 TF(태스크포스)'가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놓고 재협상에 돌입했지만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세월호특별법 TF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홍일표,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은 16일 밤 9시부터 국회 회의실에서 재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앞서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만나 협상했지만 합의를 도출에 실패했다.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다시 회동해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국회 '세월호 TF' 새누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 브리핑에서 "양당 대표들은 그동안 논의를 바탕으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타결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 "또 최종 타결을 위해서 조속히 다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전해철 의원도 "충분히 논의했지만 오늘 발표하기 위한 합의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면서 "간사끼리 만나 최대한 협의를 계속 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부터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하거나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특별법만 별도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원고 생존 학생들, 이틀간 40km 걸어 '국회도착'

16일 오후 3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이틀에 걸친 도보 행진이 끝났다. 학생들이 걸어온 거리는 약 40km에 이른다.

학생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에서 표류하자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국회까지 도보 행진을 결심하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과 김광진 의원이은 국회 앞에 나와 단원고 생존학생들을 맞았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혀달라며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인 유족들도 박수로 이들을 환영했다.

몇몇 학생은 눈물을 터뜨렸고 몇몇은 푹 숙인 고개를 쉽게들지 못했다. 생존 학생들이 유족들과 만난 것은 지난달 25일 71일 만의 등굣길 이후 처음이다.

유족 대표가 학생들에게 "여기까지 오느라 너무 고생했어. 열심히 살아가자. 우리 친구들을 위해서"라며 격려 인사를 건네자 학생들은 "사랑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직접 작성한 편지도 유족들에게 전달했다. 일부 유족들은 학생들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터뜨렸다.

학생들은 대책위 학부모들의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다시 단원고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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