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재합의안' 공식 거부...박영선 '내상' 견뎌낼까

세월호 유족 '재합의안' 공식 거부...박영선 '내상' 견뎌낼까

이미영 기자
2014.08.20 22:05

[the300] 20일만에 리더십 '흔들'...향후 행보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안산시 경기도미술관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만나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안산시 경기도미술관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만나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며칠만에 더 수척해진 얼굴이다. 위풍당당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세월호특별법 '내홍'을 겪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간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 얘기다.

박영선 위원장은 20일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 인근 경기도 미술관에서 세월호 유가족으로 만나 지난 19일 여야가 협상한 세월호특별법 내용에 대해 설득했지만 결국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다.

이날 저녁 세월호 유가족들은 총회를 열고 여야 협상안 수용 여부를 투표에 붙였다. 투표결과 176가구 중 132가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원안을 고수하자는 안'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박영선 대표는 안팎으로 '면'이 서지 않게됐다. 대외적으론 협상 파트너인 새누리당에 협상 결과를 2번이나 이행하지 못했다. 대내적으로는 협상에 '실패'한 원내대표가 됐다. 원내대표 취임 약 100일, 위원장 취임 20일만에 온 위기다.

지난 11일 첫 세월호특별법 여야 협상안을 뒤짚은 이후 박영선 위원장은 특별법 합의에 전력을 다해왔다. 19일 새정치연합 의총을 앞두고 여야 재합의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특히 소통에 주력했다.

오전부터 4선 이상 중진의원을 만나 의견을 수렴했고, 그 뒤엔 3선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점심은 초·재선 의원들과 함께 도시락을 시켜먹으며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 7일 협상결과가 내부 의원들에게 사전공지가 없어 결국 동의를 못얻었다는 비판에 따른 박 위원장의 조치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검 추천권 중 여당 몫인 2인을 유가족과 야당이 추천한 후보를 여당이 동의하는 것에 합의점을 찾았다.

그러나 이 협상결과는 야당 의원들도, 유가족들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맨처음 반발은 유가족으로부터 나왔다. 유가족대책위원회 측은 "야당이 유가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강한 반발과 함께 협상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당 강경파 의원들도 유가족이 반대하고 있는 만큼 협상내용 추인을 '유보'하겠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영선 대표의 협상 전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애초에 협상전략이 잘못됐다"며 "처음에 얻지 못했을 때 이미 야당이 얻을 수 있는 몫은 정해진 것이다"고 평가했다. 다른 중진 의원실 관계자도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빨리 결론 내리려고 했던 것에 패착이 있다"며 "처음에 의원들과 소통하지 않고 결정을 내린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협상을 '강경노선'으로 나간 박영선 대표가 '하나'도 얻지 못하고 패전장수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전에 원내대표들은 협상결과를 두고 내부에서 욕을 많이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양보를 이끌어 냈다"며 "협상 당사자들끼리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주고받고를 해야 하는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다 결국 양보 받아낼 수 있는 부분도 받아내지 못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내부 '계파' 문제가 커서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극복할 수 없는 문제란 지적도 있다. 한 야당 중진 의원은 "새정치연합은 몸통은 하난데 머리가 서너개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하나의 의견으로 수렴하기 어렵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한 중진 의원도 "486세대가 꼭 전체 새정치민주연합 목소리는 아닌데 강경한 목소리가 새정치연합의 전부인양 나갈 때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원내대표가 내부 의원들을 믿고 협상을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욕심이 부른 '화'라는 얘기도 나온다. 박영선 위원장이 '자리욕심' 때문에 한 사람이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1인 2역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 관계자는 "세월호특별법 같은 중대한 협상은 대표와 원내대표간의 견제와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며 "이러한 역할을 혼자 수행하다 보니 결국 헛점이 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야당 핵심 의원 관계자는 "그 당시 많은 중진의원들이 두 자리를 한 사람이 맡는 것에 반대를 많이 했지만 본인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안다"며 "당 내 세력 확장을 염두에 둔 박영선 위원장이 무리수를 뒀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박영선 위원장 리더십에 깊은 상처를 입혔지만 당분간 이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다.

야당 관계자는 "박영선 위원장이 물러나면 사실상 새정치연합 존폐의 위기다"며 "조직이 와해될 위험을 의원들이 알고 있기에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까지는 이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당 관계자도 "야당이 지금 이 모야인데 선택의 여지가 있겠나"며 "오히려 위원장직을 사퇴할까봐 걱정된다"며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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