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규제완화 등 실적채우기 법안 대거 늘어…부작용 우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실 앞에는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의원 법안을 들고 와서 입법 동의 서명 부탁을 하는 일이 부쩍 잦아진 탓이다. 한 보좌관은 "예전에도 없던 일은 아니지만 요즘엔 아예 드러내놓고 한단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서명을 받으러 다니는 법안에는 국토위원장과 여당 간사가 대표발의한 법안도 포함돼 있었다.
국회의원들을 통한 정부 청부 입법이 크게 늘어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원입법은 정부 법안이 거쳐야할 절차가 생략되는데다 법안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실적채우기 법안이 대거 의원 입법 형태로 쏟아지고 있어 제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국회 의원정보시스템 등을 분석한 결과 19대 국회에 들어 전체 발의 법안 1만1314건 중 정부입법 건수는 729건으로 6.1%를 차지했다. 18대 국회 전체 법안 1만2220건 중 1693건으로 정부법안이 12.2%을 차지한 것에 비해 절반 정도로 비율이 줄었다.
최근에는 이런 추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19대 국회가 개원한 2012년 6월 부터 첫 1년간 정부 발의 법안 비율이 17%를 차지했으나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은 9.4%로 떨어졌고 올해 6월 이후 전날까지 정부 법안 비율은 3.9%에 그쳤다.
정부 발의 법안 비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론 의원 입법이 활성화된 탓이지만 정부 청부 입법이 크게 늘어난 영향도 적지 않다. 국회사무처의 관계자는 "의원 발의 법안도 늘어났지만 정부가 의원에게 청탁해 발의하는 법안도 많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서 의원회관에 도장을 받으러 오는 정부 공무원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정부 입법을 하는 경우 정부부처간 사전 조율작업, 규제평가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반면 청부 입법의 경우 공동 발의를 통해 우군을 확보할 수 있어 민감한 정책일수록 의원 입법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원 입법은 대표발의자를 포함해 의원 10명의 동의를 받으면 발의가 가능하다.

부동산 활성화법, 재개발 지역 규제 완화 등 정책적인 법안 수요나 민감 법안이 많은 국토위의 경우 계류 법안 659건 중 정부 법안은 2.7%(18건)에 불과하다. 지난 9월 국토부가 정부 규제 개혁 과제의 일환으로 발표한 '도시 및 건축규제 혁신방안 과제'와 방향을 같이 하는 법안들도 대거 의원 입법으로 발의가 돼 있다. △입지최소구역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국토의 계획·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노근 새누리당 의원)△건설업자 신고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건축·토지 심의 규제 완화 내용의 토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 특별법(강석호 새누리당 의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청부 입법이 늘어나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진다. 지난달 14일 열린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한 의원은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안의 내용에 대해 정부 관계자에게 묻다 주변에 있던 의원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사실상 정부 법안이다 보니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인데도 통과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쪽도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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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위 소속의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토지 인허가 간소화법은 국토위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해 좀 더 심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정부가 규제개혁 과제 실적을 위해 의원을 통해 입법을 한 후 과도하게 법안을 추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