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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테세우스의 배'와 금산분리
# "대기업은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본업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금산분리 완화를 '최후의 카드'로 규정했다. "수십 년, 서구에서는 100년 된 규제를 몇 개 회사의 민원" 때문에 바꿀 수 없다고도 했다. 제도의 항구성과 일관성을 강조하며 원칙의 수호자를 자임한다. '필요하다면 금융시장을 활용할 수도 있다'며 슬쩍 대안을 제시하지만 규제 완화는 불가하다는 게 그의 원칙이다. 한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본업'은 한 번 정해지면 영원히 고정되는 개념인가. 그렇지 않다. 기업의 주력 사업은 기술 변화와 시장 수요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예컨대 이번 민원의 주역으로 지목되는 그룹은 1980년대 정유회사였다. 이후 통신업을 본업으로 삼았다가 지금은 반도체가 몸체다. 2차 전지, 바이오 등도 미래 사업으로 키운다. 이런 진화를 위해 지주사는 투자회사 성격을 강화해 왔다. 게다가 AI(인공지능) 시대는 기업 전략의 판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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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정부의 착각, 시장의 기억
#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10·29 부동산 종합대책' 때 종합부동산세 신설 방침이 공식화된다. 종합부동산세법이 제정되고 시행된 것은 2005년이다. 그해 8월 31일. '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진보 정부의 '집값 트라우마' '부동산 대책 트라우마'가 본격화된 날이다. 시행된 지 얼마되지 않은 종합부동산세는 더 강화된다. 과세 대상은 세대별 합산으로 변경하고 고가주택 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췄다. "대상자는 극히 일부" "담세 능력이 없으면 집을 팔면 된다"고 정부는 공언했지만 결국 허언이 됐다. 정부는 세율 인상, 과세 기준 강화, 거래 제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쟁'에 나섰다. 규제와 공급을 동시에 썼지만 시장은 세제 강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결과는 '안정'이 아니라 '풍선효과'였다. 정부의 '세금 해법'은 시장의 '적응력' 앞에서 무력했다. # 참여정부 후반 정부는 세금 대신 대출 규제를 꺼냈다. 세금 해법이 먹히지 않을 때 찾아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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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정부조직개편을 바라보며…
# 관가의 뜨거운 감자는 정부조직개편이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의 골자는 검찰청 폐지,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 분리,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이다. '검찰 개혁' 이슈가 워낙 강한 탓에 주목을 덜 받았지만 경제부처 새 그림도 제법 크다. 정부조직 개편은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단골 메뉴다. 효율과 합리화를 명분삼아 조정한다. 하지만 이는 조직개편의 본질을 감춘다. 정부 조직에는 필연적으로 권한·권력이 주어진다. 권력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생명력을 지닌 존재다. 서로 충돌하거나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독자적 힘을 행사한다. 정부 조직 설계는 결국 권력·권한의 배분 문제다. 현 정부의 조직개편 구상은 이 기조를 확실히 따른다. 바로 '분리'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 예산 기능 분리,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 이런 면에서 부처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다. 권한의 조정 또는 축소는 존재 이유를 흔들기 때문이다. #밥그릇 싸움'이란 비판을 불쾌해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권력과 권한이 밥그릇의 원천인 까닭이다. 한창 시끄러운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경우 검찰개혁보다 조용했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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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관세협상의 교훈, 바람이 바뀌면 돛을 고쳐 단다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새 정부 출범 후 50일만에 이뤄낸 결과물치곤 괜찮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 평가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한 인물로 보이지만 사실 반대다. '뉴노멀'이 된 '관세 15%'는 대부분 예측했던 바다. 협상 과정은 치열했지만 결과는 뻔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관세'라는 제목이 붙은 '트럼프 쇼(show)'였다.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라는 비판도 쇼의 일부로 활용했다. 쇼를 마무리할 때면 'TACO' 대신 '됐고'를 외쳤다. 일본의 자금도, 한국의 FTA(자유무역협정) 논리도, EU(유럽연합)의 읍소도 단칼에 잘랐다. 추가 설명은 없었다. '15%'를 선언하며 쇼를 마쳤다. 그나마 팀 코리아는 쇼의 무대에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원자력 등 산업 포트폴리오를 과시했다. 삼성, 현대차, 한화 등은 포트폴리오를 뒷받침할 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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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도깨비 방망이' 정책 감사
#관가에선 흔히 말한다. "국회만 없으면 관료할 만 하다"고 . 그만큼 국회의 견제와 감시가 힘들다는 얘기다. 가끔 언론도 귀찮은 존재로 꼽히곤 한다. 하지만 진짜 두려움의 대상은 따로 있다. 감사원이다. '감사 포비아(감사원 감사에 대한 공포)'라고 부를 정도다. 죄 지은 게 아닌 마당에, 감사원 자체가 무섭진 않다. 공포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은 '정책 감사'다. 정책 감사는 감사 대상과 범위에 제한이 없다. 그래서 '도깨비 방망이'로 불린다. 결과가 잘못됐다고 문제되는 게 아니다. '좋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도마 위에 오른다. 정책 추진 자체가 감사 대상이다. 기획한 사람, 결재한 사람, 모두 줄줄이 불려간다.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어떤 경위로 판단했는지, 하나하나 따지고 캐묻는다. 영혼까지 털린다. 마치 범죄를 공모한 것처럼 '죄수의 딜레마'에 떠밀린다. "그 때 녹음이라도 해놓을 걸"이란 말이 농담처럼 오간다. 신뢰는 무너진다. 위에서 아래를, 아래는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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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정치는 구호로 시작되지만 지갑으로 끝난다
#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1992년 미국 대선. 빌 클린턴 캠프의 전략가 제임스 카빌이 던진 이 말 한마디는 선거의 흐름을 바꿨다. 전쟁의 영웅이었던 조지 H. W. 부시를 무너뜨린 건, 전장이 아닌 장바구니 속 불안이었다. 승전보보다 민생의 절규가 더 깊고 넓게 메아리쳤다. 경제는 언제나, 삶의 가장 낮고 뜨거운 자리에서 진실을 말한다. 외교보다 식탁이, 명분보다 생존이, 언제나 앞섰다 2024년 미국 대선. 바이든 정부는 경제가 좋다며 각종 지표를 내밀었다. 경제 전문가들도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을 인정했다. 경기가 과열되지도 침체하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태인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가 올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미국 시민들은 고개를 저었다. 고물가는 미국인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었다. 슬금슬금 오른 금리는 중산층의 목을 조였다. 회복의 수치는 있었지만 회복된 삶은 없었다. 사람들은 경제를 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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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 불확실→확실성으로?…리더십 공백 韓, 이제는 '경제의 시간'
1막이 끝났다. 12.3 계엄 선포에서 시작된 혼돈과 혼란은 일단락됐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엇갈린 판결은 없었다. 압도적 정리로 갈등의 씨앗조차 없앴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선고 판결문의 결론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1조1항으로 시작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와 의미를 판결문에 담았다. 어떤 권한의 행사도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헌법의 정신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과 헌법, 상식의 승리다. 다만 환호하기엔 대한민국의 현실이 위중하다. 불확실성이 사라졌다지만 착시다. 현실을 진단하면 불확실한 것이 확실해졌다. '불확실성의 확실성'이다. 뿌연 안개가 걷혔을 뿐이다. 우리 눈앞엔 위기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갑자기 찾아온 위기는 아니다. 위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헤매는 시간 동안 위기는 오히려 심화됐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위기는 무섭다. 가혹하다. 경제는 무너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자비한 관세 폭탄은 충격,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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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22일의 1막, 60일의 2막…불확실한 것이 확실해졌다
1막이 끝났다. 12.3 계엄 선포에서 시작된 혼돈과 혼란은 일단락됐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엇갈린 판결은 없었다. 압도적 정리로 갈등의 씨앗조차 없앴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선고 판결문의 결론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1조1항으로 시작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와 의미를 판결문에 담았다. 어떤 권한의 행사도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헌법의 정신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과 헌법, 상식의 승리다. 다만 환호하기엔 대한민국의 현실이 위중하다. 불확실성이 사라졌다지만 착시다. 현실을 진단하면 불확실한 것이 확실해졌다. '불확실성의 확실성'이다. 뿌연 안개가 걷혔을 뿐이다. 우리 눈앞엔 위기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갑자기 찾아온 위기는 아니다. 위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헤매는 시간 동안 위기는 오히려 심화됐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위기는 무섭다. 가혹하다. 경제는 무너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자비한 관세 폭탄은 충격,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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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상법 개정, 총주주에게 공평했을까
# 상법 개정 이슈가 불거졌던 9개월전, 칼럼을 하나 썼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제로 삼았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이사의 의무는 △성실·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duty of care)와 △충성의무(duty of loyalty) 등 2가지다. 전자는 최선을 다할 의무다. 태만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다. 후자는 배신하지 않을 의무, 이해충돌 회피 의무다. 위임해 준 이의 이익만 생각하고 '충성'하면 된다. 이사 자신의 이익을 취하거나 위임해 준 이가 아닌 다른 이의 이익을 우선하면 충성 의무 위반이다. 이해상충을 막기 위한 장치다.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규정한 상법 제382조3 조항이다. '충실=성실+충성' 의미를 담았겠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충실=성실'로 이해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법이 고쳐졌다. 충실 대상에 주주를 추가했다. 2항을 새로 만들며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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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3+α 위기'의 본질
# 암울한 진단으로 시작한다. 대한민국은 희망적이지 않다. 정치적 문제 때문은 아니다. 비상 계엄·탄핵 등 일련의 사태에 감춰졌을 뿐 위기는 심각하게 존재해왔다. 모르는 이는 없다. 다 아는 3대 위기다. 우선 구조화된 저성장이다. 연 2% 성장조차 어렵다. 소비는 최악을 갱신한다. 3년 연속 소비가 줄었다. 성장이 멈췄고 그나마 돈은 부동산에 묶여 있다 보니 쓸 돈이 없다. 자영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반도체(삼성·SK), 자동차(현대·기아차), 방산(한화) 등이 돌아가며 수출 숫자를 간신히 만들 뿐이다. 재정은 자기 몸을 건전하게 챙기느라 성장에 관심이 없다.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도 있으면 작은 희망을 품어보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두 번째 위기다. 인터넷 시대엔 흐름에 올라탔고, 스마트폰 시대엔 한발 늦었어도 곧 따라붙었던 대한민국이다. 산업혁명을 뛰어넘는, AI 혁명의 시대에서 철저히 소외된다. 트럼프 시대는 2개의 위기를 증폭시킨다. 4년이 아닌 그 이상, 세계 질서를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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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해체해 본 나라 딱 3곳…추격자 한국, '492조 시장'서 성공하려면
━유럽에서 본 사용후핵연료…100년의 계획 필요━④프랑스 등 유럽 사례로 본 사용후핵연료 인류는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택했고 원자력은 에너지 그 이상의 선물을 줬다. 그 선물은 공짜가 아니다. 원자력은 발전과 동시에 중대한 숙제를 남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몸을 태운 원자력의 유해이자 관리해야 할 유산이다. 인류는 이땅에서 수백~수천년을 그 유산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마냥 넋 놓고 기다린다고, 세월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연구와 기술 개발, 안전한 시설, 사회적 합의 등 긴호흡 속 철저한 준비가 절실하다. 아직 첫발조차 떼지 못한 우리나라에게 원전 선진국의 행보는 참고할 만하다. 프랑스와 스위스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의 선도적 국가이자 각국만의 접근법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가고 있다. #프랑스의 초록 들판을 달려 휑한 곳에 다다른다. 프랑스 파리 동쪽 230㎞에 위치한 작은 마을 뷔르(Bure). 단층 건물들이 띄엄띄엄 서 있다. 조용한 시골 구석에 위치한 곤충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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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간 벌 수 있는 돈 수백조원"…눈총 받던 원전, '금맥' 됐다
━원전 서사는 전환됐다…미래 먹거리 원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①원전 전(全)주기에 대한 고민이 대한민국의 미래 # 원자력 발전(원전). 기구한 팔자다. '탈(脫)원전' '복(復)원전' 등을 거치며 세상 풍파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대립과 갈등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그 자체가 과거다. 이분법은 편하지만 재미없다. 현상을 설명하지도, 해법을 제시하지도 못한다. 시대가 달라졌다. 기후 변화, 에너지 자원 고갈 등만 갖고 논쟁하던 때가 아니다. 기술의 진보는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논쟁에서 원전을 끄집어냈다. AI(인공지능) 기술 진보와 우주 개발로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가 필요해졌다.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제조업을 뒷받침할 전력은 비할 바가 안 된다. 빅테크는 에너지를 빨아먹고 산다. 그 양은 상상 이상이다. 급증하는 글로벌 전력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에너지원은 현재 원전뿐이다. 비화석 연료로 탄소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환경 때문에 터부시됐던 원전이, 환경을 위한 에너지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