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가의 뜨거운 감자는 정부조직개편이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의 골자는 검찰청 폐지,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 분리,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이다.
'검찰 개혁' 이슈가 워낙 강한 탓에 주목을 덜 받았지만 경제부처 새 그림도 제법 크다. 정부조직 개편은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단골 메뉴다. 효율과 합리화를 명분삼아 조정한다.
하지만 이는 조직개편의 본질을 감춘다. 정부 조직에는 필연적으로 권한·권력이 주어진다. 권력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생명력을 지닌 존재다. 서로 충돌하거나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독자적 힘을 행사한다.
정부 조직 설계는 결국 권력·권한의 배분 문제다. 현 정부의 조직개편 구상은 이 기조를 확실히 따른다. 바로 '분리'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 예산 기능 분리,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 이런 면에서 부처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다. 권한의 조정 또는 축소는 존재 이유를 흔들기 때문이다.
#밥그릇 싸움'이란 비판을 불쾌해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권력과 권한이 밥그릇의 원천인 까닭이다. 한창 시끄러운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경우 검찰개혁보다 조용했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금의 금융감독은 검사와 제재가 한 손에 쥐어져 있다. 감독기관이 직접 조사하고 곧바로 제재까지 내린다. 검사는 제재를 위한 절차로 변질된다.
한 금융권 인사는 "감독기관의 조사는 병원 검진이 아니라 검찰 소환 같다"고 표현했다. 금융회사는 개선을 위한 조언을 기대하기보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방어 논리에 몰두한다,
금융위원회가 '위임'한 권한인데 금융감독원은 당연한 권리로 여긴다. 감독기관의 성격이 조언보다 제재에 기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을 따른다면 검사와 제재의 분리도 당연한 수순이다. 금융회사의 경영 안정성뿐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 나아가 금융시장의 장기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
# 행정의 성격도 간과해선 안 된다. 조장(진흥) 행정과 규제행정의 모순이 대표적이다. 치열한 내부 논쟁으로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충돌이 일어나면 대체로 하나가 살고 다른 하나는 죽는다. 대부분은 조장행정이 죽고 규제행정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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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안정·금융산업 육성의 금융정책은 금융감독에 밀리기 마련이다. 건전성 규제와 소비자보호가 한 곳에서 다뤄 지다보면 소비자보호만 강조되는 것을 경험칙으로 안다.
이 원칙대로라면 에너지와 환경을 같은 부처에 두겠다는 구상은 다소 아쉽다. 에너지정책은 본질적으로 산업 육성과 공급 안정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환경정책은 규제의 성격이 강하다.
이 둘을 한 그릇에 담아놓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재명 대통령이 "기후에너지부 신설로 볼 수 있지 않나"라며 다른 의미를 부여했지만 성격상 규제가 항상 이긴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 '분리' 기조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또하나 걱정은 남는다. 바로 '조직환원주의'다. 마치 복잡한 사회·경제 문제도 정부 조직 설계도를 다시 그려 넣으면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조직을 도면이나 블록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레고 조각을 끼우듯 분해하고 결합하면 효율적 구조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조직은 유기체다. 권력은 부품이 아니라 생명력을 지닌 존재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체는 부분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역동성을 무시한 개편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특히 조직에 담긴 문화와 역사는 도면에 나타나지 않는다. 집기 옮기 듯 트럭에 실어 나를 수 없다.
18년전 국내 금융이 분리된 후 여의도와 세종로 청사에서 만들어진 문화가 세종청사로 다시 가는 과정에서 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조직 개편은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다. 정권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인테리어 공사도 아니다. 정부조직 개편이 권력의 장난감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설계도가 되기를 바란다. "집은 설계가 아니라 사람이 산다"는 말이 있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설계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낼 정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