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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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첨단 기술의 미래를 보여주는 자리이면서, 그 미래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함께 전하는 자리다. 이번 CES는 첨단 기술을 보여주는 것과 관련해선 '서로 발톱을 감췄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핵심기술들은 드러내는데 소극적인 전시회라는 평이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경고 측면에서는 지난 50년보다 더 큰 의미를 전달해준 해로 기억될 듯하다. CES 2018 개막 이틀째인 10일 국제가전전시회 51년 역사상 처음이자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행사장의 대규모 정전 사태가 2시간 가량 벌어졌다. 디지털 세상에서 전기신호가 멈췄을 경우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를 CES 전시회 행사장이 직접 보여준 하루였다. 내로라하는 전세계 최첨단 기술 경연장에서 모든 시스템을 다운시킨 원인이 빗물 누수로 인한 변압기의 누전 때문이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번 일은 우리에게 두 가지 주의 메시지를 보냈다. 첫째는, 큰 사고는 디지털이 모르
라스베이거스는 에스파냐어로 '초원'이라는 뜻이지만, 푸른 초원이 넓게 펼쳐질 만큼 비가 풍부하게 내리는 곳은 아니다. 북위 36도 정도로 우리나라로 치면 충청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도의 도시다. 네바다주의 남쪽 끝인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라스베이거스는 3000m 이상의 고지대 산으로 둘러싸여 비가 드물다. 모하비 사막은 험지라 현대차 등 자동차 업체들이 극한 테스트를 하는 장소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비를 몰고 올 수 있는 구름도 넘기 힘든 척박한 곳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 1300~1400mm보다 10분의 1도 안되는 105mm 내외가 이곳의 연평균 강수량이다. 9일(미국 현지시간) 국제가전전시회(CES)가 개막한 이곳에 비가 쏟아졌다. 하루 전인 8일부터 추적추적 계속 내리더니 9일에는 많다고 할 정도다. CES 행사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운전하는 운전수는 연신 '크레이지 데이'라며 빗길 운전의 불만을 얘기한다. 사실 비는 풍요의 상징이다. 비가 와야 곡식을 가꾸고,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지난 28일(미국 현지시간)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 우버테크놀로지스에 100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했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비전펀드는 이 회사 지분 20%를 확보, 최대주주가 되면서 또 한번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기자는 손 회장의 우버 인수 소식을 접하면서, 손 회장이 지난해 7월 35조원을 들여 영국의 모바일 반도체 핵심 기술기업인 ARM을 인수한 직후 그를 만났던 기억이 생생했다. ARM을 인수한 직후인 그해 9월 어느 날, 서울에서의 만남은 말 그대로 우연이었다. 2016년 9월 29일 점심 직후 출입처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을 지날 때였다. 서초동 삼성타운의 C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정문 쪽에 못 보던 고급 벤츠 한대가 서 있었다. 중요한 고객 차가 아니라면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 앞 정문 쪽에는 좀처럼 차를 세우지 못하도록 해놨다. 원래는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사장단 회의 직후 회사 정문과 주위를 빙 둘러 수십
'이재용은 유죄(Guilty)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하나만 증명하면 된다.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행사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5분간의 만남(1차 독대) 동안 부정한 청탁이 있었느냐다. 나머지는 그 연장선상의 스토리 전개다. 53차례에 걸친 1심 공판 결과, 개별 사안의 청탁은 없었다면서도 '포괄적·묵시적 청탁'으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국정농단 과정에 기업은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를 침해당한 피해자임을 선언한 것과는 대조되는 선고였다. 2심 막바지에는 청탁의 시발점이 1심보다 사흘 앞선 2014년 9월 12일(소위 0차 독대)로 바꾸는 공소장 변경이 이뤄졌다. 논리상 공개된 첫 독대 5분으로는 아무리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라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새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검은 지난 27일 항소심 구형 논고에서 3400여개의 증거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 5명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 재판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뇌물과 부정 청탁이 오가서 유죄다’라는 명제를 증명하는 과정이다. 수학적 표현으로 이 명제가 참이면 유죄, 거짓이면 무죄다. 이 재판은 형사범죄인 뇌물죄를 다룬다. 민사소송법이 ‘그랬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만으로 책임을 묻는 것과 달리 형사소송법은 ‘그랬을 개연성’ 정도만으로 죄를 묻는 것을 엄격히 제한한다. 우리 형사법은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정도의 증거 제시’를 요구한다. 한명숙 전 총리 때처럼 뚜렷한 증거 없이 “의자가 뇌물을 받았다”는 식의 재판은 안 된다는 얘기다. 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 ①항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또 ②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법부가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정치재판에 휘둘리면서 형사소송법의 정신을 잊
이 이야기는 2012년 2월 6일에서 2015년 1월경까지 벌어진 이야기다. 최근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시발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합병이나 상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최종 의사결정자는 누구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어서 5년 전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기자는 2012년 2월 6일 저녁 5시 30분경(퇴근 무렵) 삼성 서초 사옥 로비에서 이재용 부회장(당시 사장)을 만났다. 이 부회장을 그 자리에서 만난 경위는 복잡해 다음에 설명하기로 하고, 그 자리에있었던 얘기를 중심으로 설명할까 한다. 그 자리에서 이 부회장과 나눴던 얘기는 당시 이슈가 되고 있었던 장외시장에서의 삼성SDS와 에버랜드의 상장 가능성과 그 시기에 대한 것이었다. ☞관련기사 [단독]이재용 사장 "삼성SDS·에버랜드 상장계획 없다" 그 당시 이 부회장은 자신이 주요 주주로 있는 삼성SDS와 에버랜드의 상장 루머가 장외시장에 퍼지고 주가가 급등락해 소액주주들이 혹 상
모간스탠리와 같은 세계적인 증권사의 방대한 데이터를 통한 정밀한 분석과, 거의 논리적 근거 없이 약 4반세기(24년) 동안 반도체 업계를 지켜봐 온 기자의 감(感) 중에 어느 것이 더 정확할까.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모간스탠리의 지난달 26일 보고서에 대한 얘기다. '만화로 보는 반도체 이야기'라는 시시한(?) 책을 저술한 정도의 기자의 업력과 감만으로는 모간스탠리의 우수함을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예측 또한 불가능하다. 간혹 삼성 고위 관계자들에게 미래를 묻는 우문을 할 때가 있다. 그때 들은 얘기로는 '미래를 잘 내다봤다'로 정평이 나 있던 이건희 회장이 자사의 전략기획실장(미래전략실의 전신) 등과 미래에 대해 논의하면서 "미래 참 모르겠다"라고 했던 대답이 떠오른다. ◇모간스탠리가 모르는 3가지=모간스탠리가 정교한 분석을 통해 반도체의 미래 시장을 전망했다는 것에 대해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미래가 쉽게 예측
이 이야기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이어진 매출 30조원 규모의 새로운 회사가 생기는 과정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2012년 7월 전후의 일로 기억한다.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전무(현 삼성전자 부회장)가 등기이사로 있었던 S-LCD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합병은 세간의 큰 관심사였다. 삼성전자에 이은 두번째로 큰 매출 30조원 짜리 회사가 탄생하는 것이었다. 이런 합병과정에는 개별 기업의 자산 가치를 평가하고, 미래 성장성을 분석하는 한편,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등 다양한 절차나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형 IB나 컨설팅 회사, 로펌(법률회사)이 합병에 관여하고, 주관사를 맡는다. 30조원 짜리 회사를 합병하는 작업에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대 글로벌 기업이 컨설팅을 맡았고, 그 작업의 진행 과정에서 컨설팅 비용과 관련된 내부 논란이 있었다. 컨설팅 비용이 수십억원을 훌쩍 넘기는 큰 딜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합병 작업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커지면서 컨설팅
그들은 운명의 범람을 통제할 수 있을까. 이탈리아 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프랑스 등 유럽 열강들 사이에서 갖은 고난을 겪던 이탈리아의 얄궂은 운명을 극복하기 위한 조언을 담은 ‘군주론’에서 포르투나(운명)의 여신은 험난한 강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자신의 군주론 전체에 걸쳐 이 포르투나(운명: fortuna)와 비르투(역량: virtu)의 방향성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젊은 시절 반독재 투쟁에 앞장서 고초를 겪다가, 철이 들어선 생계와 사업보국의 소명을 안고 밤낮을 잊고 기업활동을 하다가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영어(囹圄)의 몸이 된 삼성의 최고위 임원들에게 포르투나와 비르투는 무엇일까.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던’ 그 시절 10대 후반의 삼척과 밀양 ‘촌놈’은 상경해 ‘서울대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군사독재에 반대하며 학생 운동에 투신하다가 강제징집돼 군대에 끌려가거나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됐다.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
#1. 2014년 1월 11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해외 출국길에 올랐다. 자랑스러운 삼성인의 날 시상식이 끝난 직후다. 그리고 4월 10일 전까지 3개월 가량 이 회장은 건강을 추스를 겸 미국과 일본에서 체류했다. 이 회장이 일본으로 출국한 1~2월 최지성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사장),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과 함께 일본에서 이 회장에게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상장, 삼성테크윈과 삼성석유화학 등 화학계열사의 지분 매각 등에 대해 보고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보다 2년 전인 2012년 2월 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삼성SDS와 에버랜드는 상당히 오랜 기간 상장계획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의 예견은 약 2년만에 번복됐다. 이 부회장의 생각과 달리 이 회장의 결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 실장은 1월 이 회장에게 삼성의 사업재편과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고 하고, 이를 실행하기 직전인 4월 일본에서 귀국한 이건희 회장에게 다시 한번 보고했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묵시적 청탁에 따른 뇌물죄'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부의 징역 5년 선고의 이유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유독 특검이 집착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혐의사실 중 핵심인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청탁이라는 이 가정(假定)은 이것이 실제인지에 대한 검증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삼성이 어떤 행위를 하든 그것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다. 전세계 글로벌기업과 경쟁하는 삼성이 권력과 유착해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게 된 것은 오래다. 전세계에 삼성에 대해 질시와 감시의 눈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진행했던 각종 지배구조 재편은 그 당시 야당과 진보 진영에서 꾸준히 제기해왔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실행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 지배구조 개편의 우선적인 목적이 "정부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죄와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2년형을 구형하는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의 구형이 곧 혐의가 사실임을 입증하는 것도, 형의 확정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구형의 각인효과는 크다. 특히 여론재판에서는 사실임이 입증되지 않고 검찰의 주장만 있더라도 이미 그만큼의 죄를 지었다고 예단하고 공표하는 효과가 있다. 여론의 관심이 많은 재판에서 법관은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저명한 변호사 캔들 코피의 저서 '여론과 법, 정의의 다툼(역 권오창)'에서 뉴욕 최고의 변호사 밥 모빌로는 "언론의 불빛이 법정 안으로 비추면 '사람들은 얼어버린다'"고 말한다. 판사나 검사가 유명인사들에게 감형을 얘기하면 비난의 봇물이 쏟아질 것을 우려하지만, 더없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 오히려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해 경직된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여론의 지탄을 받는 피의자가 수백년의 실형을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