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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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9시 38분경 서울 강남구 삼성생명 서초사옥 1층 로비에서 기자들과 마주한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의 표정은 단호해 보였다.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재가입 여부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든 결정이 난 듯했다. 그런데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 또는 미가입 여부가 결정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위원장은 "저희가 확정적으로 가입·미가입을 권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가입 가부에 대한 답을 기다렸던 기자들 입장에서 당혹했다. 그동안 준감위의 스탠스나 수차례의 검토를 감안하면 이번 회의를 통해 '재가입하는 것이 좋겠다'거나 '재가입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정도의 권고라도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 위원장이 지난 16일 임시회의를 위해 출근하는 길에나, 이날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도 '결정'이나 '결론'이라는 단어를 여러번 사용했고, 이는 곧 전경련 가입여부에 대한 결정과 결론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준감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경유착 근절과 전경련 인적 구성이나 운영에 정치권 인사의 개입을 반대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계와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해 그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존재이유를 입증해야 한다. 그러면 4대 그룹의 재가입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일이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단체명을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로 바꾸고 새출발하기 위해 지난 7일 류진 풍산 그룹 회장을 한경협 회장으로 추대했다. 재계는 한경협 신임 회장 추대로 전경련의 새출발에 기대가 높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산재해 있다. 최근 만난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재가입을 재촉하는데 어찌해야할 지 고민"이라고 한결 같은 목소리를 냈다. 대외적으로는 전경련에 변화가 있으면 다시 가입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이지만 그 속내를 보면 재가입에 머뭇거림이 많다. 4대 그룹의 눈치게임도 만만찮다. 삼성이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나머지 기업들의 분위기에 삼성의 압박감도 적지 않다. 외부인사로 구성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도 이런 요구를 반영해 조만간 이 사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준감위는 앞서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해산안이 삼성에 전달됐을 때도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디바이스경험(DX: 스마트폰, TV, 가전, 네트워크 등) 부문 내에 미래기술사무국을 최근 신설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사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6400억원)와 2분기(6700억원)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보면 형식은 흑자였지만, 내용은 적자다.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하만의 연결 영업이익(1분기 합계 9100억원, 2분기 합계 1조 900억원)을 제외하면 지난 1분기 -2700억원, 2분기는 -4200억원 적자다. 적자신호는 삼성전자 본체(특히 DS부문)에 위기가 왔음을 보여준다. 수조원대의 분기 이익을 내던 과거의 성공방정식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위기가 올 때 경영자들은 원가절감과 구조조정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협력업체 단가 인하와 회사 내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의 효과는 단기간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미봉책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에 나서야 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드는 것'이 혁신의 길이다.
"잘 지내시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피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1일 11시 55분경 오전 재판이 끝난 후 점심을 위해 법정을 떠나면서 기자에게 한 말이다. 오랫 만에 만나 형식적 인사에 지나지 않는 이 회장의 인사에 기자는 '잘 지낸다'고 답했지만 그에게 같은 질문을 되묻기는 애매했다. "잘 지내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 뻔해보였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현재 형편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약 2년의 수감생활에 이어 '피고인'석에만 3년째 앉아있는 그를 봐도 답은 뻔했다. 그 장소가 "잘 지낸다"고 답하기에도 어색한 장소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날도 외부로부터의 위해 가능성(과거 달걀 투척사건도 있었다) 때문에 법원에 신변보호신청을 해놓은 상태라 일반방청객이나 다른 피고인들보다는 늦게 법정을 나섰다. 일반방청객을 먼저 내보내고 마지막으로 이 회장이 나가는 순서였다. 법원 경위들에게 떠밀리는 과정에서 안부를 묻는 대화는 짧게 끝났지만, 재판 내내 '잘 지내기는 쉽지 않은' 삼성 총수의 현실을 봤다.
"상당히 많은 분량의 녹취록이 있다. 이 내용이 가족들간의 대화라서 전체 녹취록을 제출하기 어렵다. "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부지방법원 410호 법정. 고 구본무 LG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가 두딸과 함께 아들인 구광모 LG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에서 나온 원고 측 변호인의 말이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LG 가족들끼리 집안에서 한 대화가 몰래 녹음됐다는 것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1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원고 변호인 측이 그 분량이 많아서 전체를 제공하는 게 어렵다고 한데서 알 수 있다. 사건과 관련 없는 사적 대화도 다수 녹음돼 있다고 한다. 가족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간에선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도 나온다. 기자는 생전에 구본무 LG 회장을 여러번 만났고, 그가 가족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도 잘 안다. 그가 지금 하늘나라에서 이를 본다면 뭐라고 할지 뻔하다. "고마 됐다. 고마해라(그만 하라)!"는 불호령이 떨어졌을 듯하다. 이날 녹취록 발언은 그나마 양측의 화해에 한가닥 희망을 가졌던 사람들에게는 '가족의 붕괴'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2분기에도 이어진 삼성전자 실적악화 속에서 지금 삼성 내부를 지배하는 키워드는 △자신감 상실 △소통실종 △미래전략 부재 등 세가지다. 삼성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과거 삼성 신입사원이 '자부심(pride)'으로 달고 다니던 '삼성 배지(badge)'는 일부 금융계열사를 빼면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시대의 변화도 있지만 로열티와 자부심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특히 사업보국이라는 사명감에 신바람 나게 일하던 그 기억도 사라진 지 오래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2분기 연속 수조원의 적자를 낸 때문이 아니다. 그룹 전체 분위기가 위축돼 있다. 삼성은 현재 그 어느 그룹도 달성하지 못한 국내 4대 프로스포츠 '꼴찌 그랜드슬램'(4관왕)을 하고 있다. 야구(10위), 축구(12위), 농구(10위), 배구(7위) 등 전 분야에서 꼴찌다. 회사 브랜드를 가슴에 달고 하는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다. 직원들의 아침출근길 비타민이고, 상사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저녁의 해우소(解憂所)다. 삼성 직원들 중엔 차라리 스포츠단을 매각해 응원 대상을 없애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 같다는 얘기까지 한다.
"내놓고 (일본과) 친한 척 할 수가 없어서 숨어서 친하게 지낸 적이 있다. " 진옥동 신한은행 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일 산업협력포럼' 연사로 나와 한 말이다. 그는 과거 한일관계의 경색으로 숨죽여 지낼 때도 있었지만 그 때조차도 할 일을 하는 게 기업가의 운명이라는 듯 이같이 말했다. 진 회장은 "그동안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다. 2020년 한일관계가 좋지 않았을 때 일본 미즈호 은행과 1차적으로 500억엔의 통화스왑을 하기로 하고 7월에 비밀리에 사인을 한 후 언론에 비공개로 하자고 합의했었다"며 숨어서 친하게 지낸 사례를 얘기했다.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은행간 통화스왑은 그동안 없던 일이다. 지난해에는 이를 더 발전시켜 한일 각각 몇개씩의 은행이 통화 스왑 규모를 정부간 스왑수준까지 함께 넓히는 협력을 추진했다. 그동안 한일 관계는 '정경분리 원칙'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컸으나 반일감정에 밀려 기업활동을 드러내지 못하고 숨어서 친하게 지낸 시간이 적지 않았다.
"직원을 구하기 힘든데, 직원 관리는 더 어렵지 않으세요? 최저임금은 계속 오르는데 4대 보험, 주휴수당까지. 인건비가 너무 부담돼요?" 어느 인력 관리 사무소의 광고가 아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AI(인공지능) 서빙로봇 광고의 카피 중 일부다. KT는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서빙로봇을 광고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대안으로 이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이 서빙로봇 1대를 임대할 경우 월 65만원(36개월 약정)이면 된다. 1대를 일시불로 구매시 2000만원에 월 서비스이용료 5만원을 낸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9620원) 기준으로 월 201만 580원(209시간 기준, 주당 유급주휴 8시간 포함)을 받는 근로자의 10개월치 임금이면 이 로봇 한대를 살 수 있다. 서빙로봇(209시간, 월 65만원 기준)의 시급은 사람의 1/3도 안되는 3110원이다. 요즘 웬만한 규모의 식당에 가면 이 서빙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음식을 나른다. 음식이 무겁다고 불평하거나 4대 보험을 요구하지도, 최저임금을 올려달라고도 하지 않는다.
오는 30일 국회 부의를 앞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와 3조 개정안)'이 논란이다. 노란봉투법은 쌍용자동차 파업 후 회사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노동자를 위해 2013년 한 시민이 노란봉투에 손해배상금을 십시일반으로 넣어서 도왔던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선한 프레임의 이름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의미의 '노란봉투'만 있는 게 아니다. 재계에선 논란을 가득 담은 '논란봉투'도 있다고 항변한다. 사용자(교섭대상) 범위확대와 노동쟁의 행위 대상(경영행위 포함) 범위 확대 등이 개정안 봉투에 담긴 '논란'의 대상이다. 직접 고용계약을 맺지 않아도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의 사용자라면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사용자 범위 확대 문제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협력업체가 수백~수천개인 기업은 이들 모두와 단체교섭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또 법이 개정되면 생산라인의 조정이나 조직개편 등 경영활동에 대한 것도 파업 등 노동쟁의의 대상이 된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10시간 가까이 진행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의혹 재판은 마치 양자역학에서 '슈뢰딩거 고양이'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을 연상케했다. 그만큼 복잡난해하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그 내막을 잘 알면 또 그만큼 명징한 것이 없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양자물리학을 이해하는데 활용한 대표적인 사고(思考: 머리 속으로만 하는)실험이다. 밀폐된 상자 속 방사성 물질에서 방사선이 방출돼 센서에 감지되면 센서와 연결된 망치가 독이 든 유리병을 깨게 되고, 그로 인해 상자 속 고양이는 죽게 된다. 방사선 붕괴가 일어나는 양자 세계의 일이 현실의 고양이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다. 1시간 안에 방사선이 방출될 확률이 50%일 때 1시간 후 고양이는 살아있을까 죽어있을까? 양자물리학의 결론은 이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 고양이는 '살아있으면서 죽어 있는' 중첩상태로, 상자의 뚜껑을 열었을 때 비로소 어느 하나의 상태(생사 50% 확률)로 확정된다는 것이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임직원들과 함께 삼성을 글로벌 회사로 성장시킨 시발점인 '신경영'을 선언한지 오늘(7일)로 30주년이다. 당시 삼성은 보잘 것 없는 아시아의 3류 전자제품 회사였다. 1993년 6월 7일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신경영) 선언 이후 30년간 삼성은 글로벌 톱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삼성그룹은 그 사이 매출은 10배(1993년 대비 2022년 418조 8000억원, 공정위 기준), 총자산은 22배(894조원), 이익은 139배(37조 3053억원)가 됐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애플, MS, 아마존, 구글에 이어 세계 5위까지 올랐다. 이같은 성장에는 선대부터 이어져온 인재제일 경영철학이 있었다. 이건희 선대 회장이 쓰러진 2014년 5월로부터는 9년, 그를 영원히 떠나 보낸 뒤로는 2년 8개월이 지났다. 뒤를 이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7년 2월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구속된 후 2021년 8월 가석방될 때까지 5년간 수감과 석방
━ '고객이 왕'이라는 말은 기업에서는 금과옥조(金科玉條)다. 모든 서비스 및 제품 판매기업들은 '고객'을 사업가치의 중심에 둔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만큼은 고객은 왕이 아니어야 할 때가 많다. 안전을 위해 고객에게 엄격하게 대해야 할 때가 있다. 최근 아시아나 항공의 비상문 열림 사고에서도 알 수 있다. 어떤 고객이 승객들의 안전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을 때'에 고객은 왕이 아니어야 한다. 이 사건과 관련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은 '왜 항공기 탑승 과정에서 피의자가 비상구 좌석에서 앉지 못하도록 걸러지지 않았느냐'다. 항공사 직원들이 신이 아닌 이상 탑승객의 행동이나 말투로 위험 인물을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왕으로 대접받으려는 고객의 항의에 몸사리며 안전을 희생해서는 안된다. 그 좌석에 앉는 고객은 탑승 전 간단한 질의응답을 통해 불안해보이거나 위기상황에 대응할 능력이 없어 보이면 발빠르게 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겉모습만 보는 형식적 인터뷰가 되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