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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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버지보다 나은 아들들을 꼽으라면 현대차 그룹의 정의선 회장과 한화 그룹의 김동관 부회장이라는 얘기가 투자업계에선 많다. " 최근 싱가포르에 있는 외국계 투자회사의 한 임원과 대화 중 나온 얘기다. 그는 '청출어람(靑出於藍: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기업인으로 이 둘을 꼽는다고 했다. 경영의 스승인 아버지로부터 제대로 배워 그를 넘어설 수 있는 재목이라는 얘기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최근 성과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은 코로나19의 팬데믹의 어려움 속에서도 글로벌 넘버 5였던 현대기아차 그룹을 톱 3로 끌어 올렸고, 김동관 부회장은 한국 재계 서열 10위권이었던 한화그룹을 7위까지 올려놨다는 평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이 13년의 나이 차가 있긴 하지만 몸담고 있는 기업이 모두 '열역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한 내연기관과 화약에서 출발했다는 유사성과 함께 아직 부친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을 물려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또 본업의 성장성을 넘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로보틱스와 태양광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물론 더 넓은 세계를 향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민간유치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8일 글로벌서포터즈와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찾았다. 기대에 못미치는 엑스포 유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최 회장은 상인들에게 사인까지 해주면서 "엑스포 유치에 관심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엑스포 유치의 가장 큰 원동력은 국민적 관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엑스포 유치에 나서는 이유는 엑스포가 국격 함양과 경제도약의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안타깝게도 한 때 우리 선조인 '조선인'들은 박람회의 구경거리로 전락한 슬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제국주의의 전유물이었던 만국박람회(엑스포)는 1851년 영국의 런던 하이드 파크(Hyde Park) 내에 건설된 수정궁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파리 에펠탑이 건설된 때인 1889년 프랑스 파리 박람회에 조선의 이름으로 처음 참가했다.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는 '대한국'의 이름으로 참가한 역사가 있다. 지난달 실사단이 방한했던 국제박람회기구(BIE)가 1928년 생기면서 세계박람회의 시기와 장소를 조율하기 전까지는 각 열강들이 자국에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여러 박람회를 열기도 했다.
━기업에게 적자는 사활의 문제다. '국가대표' 기업 삼성전자가 2분기에 '적자' 딱지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이후 15년만이다. 이 회사의 적자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일본 도요타와 더불어 전세계 제조업 영업이익 1~2위를 다투던 기업이다. 일본 전자업체 10개사의 이익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다. 경쟁 전자 업체들이 적자를 내도 삼성전자는 안정된 포트폴리오로 흑자를 유지했었다. '삼성은 클래스가 다르다'고 평가받았던 이유다. 그런 삼성전자가 왜 적자의 나락으로 떨어질까.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반도체 시황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일시적으로 '폼(실적)은 무너졌지만 클래스(1등 DNA)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최근 만난 삼성 전직 최고경영진들은 '폼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클래스가 떨어진 것'이라며 시스템 변화를 주문했다.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부재를 대비해 만들어진 비상체제의 한계를 지적한다.
'화평하게 얘기를 나눈다(和談: 화담)'는 뜻의 아호(雅號)를 지닌 구본무 전 LG 회장을 떠나 보낸지도 2주 후면 만 5년이다. 그의 호를 딴 화담숲의 5월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그 비탈 봄볕에 땀흘리며 밀집 모자를 쓰고 정전작업을 하는 소탈한 시골 아저씨의 모습으로 금방이라도 그가 나올 듯한 그런 5월이다. 화담은 어디를 다녀도 늘 단출했다. 장자로서 집안 일이나 가업을 이끌어나갈 때는 늘 앞에 나서 있었지만 개인일정엔 격식을 싫어해 늘 혼자 다녔다. 방북 수행단으로 북한을 다녀왔을 때나 해외출장을 다녀온 후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도 수많은 임직원들이 뒤따르는 다른 기업 총수들과 달리 그는 늘 혼자 바쁜 걸음으로 대기하고 있는 차를 향해 걸었다. 기자가 생전 구 회장을 마지막으로 본 곳에서도 그랬다. 2017년 10월 21일 이수영 OCI 그룹 회장이 타계한 날이다. 구 회장은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 혼자 들른 후
'노동의 가치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효율의 문제다. ' 기자의 말이 아니라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쳤던 프로이센의 철학자이자 공산주의 사상가인 카를 마르크스의 주장이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저서 '자본론(Das Kapital)' 1권 제1편 1장 상품편에서 상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오직 추상적 인간노동이며, 노동의 가치는 노동의 양(시간)에 의해 측정된다고 말했다. 이 말을 언뜻 들어보면 한 개인이 일하는 시간이 길면 투입된 노동의 양이 많을테니 그 상품의 가치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그 개인이 받아야 할 임금이 더 높아야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장시간 노동하면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이를 부인한다. 그는 노동자가 게으르거나 숙련도가 낮을수록 상품을 생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데 그렇다고 그 상품의 가치가 더 높아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단순히 직장에 출근해서 앉아 있는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을 둘로 나누는 신냉전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전세계를 두고 각각 자신의 편에 서라며 무력을 과시한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막았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졌고, 중국은 그 보복조치로 '안전보안 점검'이라는 명목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재에 나섰다.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중국 기업과의 특허 소송에 직면한 마이크론에 대해 판매금지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 또한 특허 침해문제라기보다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대한 대응이었다. 미국이 선수를 쳤고, 중국이 맞대응하자 미국이 이번에 다시 재차 응전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그 응전의 지렛대가 한국 기업이라는 점이다. 미 행정부는 중국이 마이크론 제품의 판매금지에 나설 경우 '대체재'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제품의 중국내 공급까지 막겠다는 의지다. 이를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7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부지침에 따라 선정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시켰다. 한국 자동차 업계가 지속적으로 미국 정부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지만 허사가 됐다. 미국이 자국 기업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못했다. 테슬라와 포드, GM 등 보조금 지급대상 16종의 미국 전기차·하이브리드 차에는 1대당 70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미국 시장에서 미국 전기차가 판매 우위의 경쟁력을 갖게 됐다. 앞서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조건에 영업기밀에 준하는 내용을 제공하라든지, 초과이익을 공유하라는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한국의 대표수출 품목인 전차(전자와 자동차) 군단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번 전기자동차의 보조금 대상을 선정할 때나 반도체 보조금 지급 세부규칙을 정할 때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선한 의지'(선의: good will)에 큰 기대를 걸었을지도 모른다.
'형제간과 종족 사이에는 서로 좋아할 뿐 따지지 마라' LG 창업자인 고 구인회 회장의 경남 지수 생가의 모춘당이라는 정자 기둥에 새겨진 글귀다. 구 창업주의 조부인 만회 구연호공(구한말 홍문관 대재학)이 후손들에게 남긴 10계 덕목 중 한 대목이다. 인화의 LG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구다. 75년간 이어져왔던 인화의 문구에 금이 가는 소장이 접수된 게 지난 2월 28일이다. LG 4대 그룹 총수인 구광모 회장에게 고 구본무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들이 상속재산효력회복소송을 제기한 시기로부터 딱 한달이 지났다. 그 한달 동안 집안 어른들의 중재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이번 소송에 큰 변화는 없는 듯하다. 그러는 사이 지난 27일 LG 창립 75주년도 조용히 지나갔다. 크게 떠들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상속재산효력회복 소송은 언뜻 보면 유교적 기업의 가풍과 그 집안 여성들의 권리 회복 투쟁처럼 보인다. 2005년 대법원의 문중재산 분할 판결
삼성 반도체 적자의 진짜 이유는 뭘까. 시장에선 메모리 반도체 수요감소로 인한 재고 증가를 이유로 든다. 재고증가로 D램 가격이 떨어져 1분기에만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가량 영업적자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이 안좋아 적자가 난다'는 말은 적어도 1등 기업 삼성에게는 통하지 않는 변명이다. 2, 3위인 SK하이닉스나 미국 마이크론의 적자와 삼성전자의 적자는 그 의미가 다르다. 2016년쯤으로 기억한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이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그 회사의 최고 책임자와의 저녁을 했다. 그 자리에서 '휴대폰 사업 위기의 원인'을 물었더니 "환율도 좋지 않고,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아서. "라는 답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위기의 원인을 내부부터 찾지 않고, 외부로 돌리는 모습에 "더 어려워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삼성전자 CFO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었다. 그의 답은 "글로벌 경기가 나빠지는 것은 갑자기 나타난 변수가 아니라 기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맞닥뜨리는 상수다.
"일본엔 왕(King)이 없어요!" 지난해 9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Queen Elizabeth II) 서거 때 호주 시드니의 한 주민센터 강좌에 참가할 때 일이다. 80대의 영국계 호주 강사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를 안타까워하며 한국과 일본에는 왕(King)이 있는지를 물었다. 먼저 질문을 받은 기자가 "한국에서 왕은 1910년 일제 강점기 이후 사라졌고, 일본엔 여전히 상징적 왕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그 때 수업을 같이 듣던 20대 후반의 일본 여성이 일본엔 'King'이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는 왕보다 더 높은 지위의 사람이 있다며 휴대폰으로 다른 단어를 열심히 찾았다. 그리고 만면에 미소와 함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Emperor(황제)"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히토 일왕의 제국주의 식민 지배의 문제점을 교육 받아온 기자 입장에서 적잖이 놀랐다. 전쟁의 역사를 모르는 20대 젊은 일본인의 입에서 타국을 지배하는 '제국의 황제'를 뜻하는 말을 자랑스럽게 얘기해서다.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 경제학 공부를 해왔으나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 " 2011년 '초과이익공유제' 논의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를 주도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을 향해 던진 말이다. 이 발언은 당시 '공산주의' 이념논쟁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익공유 논란이 다시 미국에서 불붙었다. 이번에는 고(故) 이건희 회장과 1942년생 동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로부터다. 미 상무부가 지난 1일 자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미국 내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이 예상을 넘어서는 초과이익을 낼 경우 보조금의 75%까지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자국 내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외국 기업에게 혜택을 줬다 뺏는 셈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이 회장이 살아있었다면 이번 발표를 듣고 10여년전에 했던 말을 똑같이 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세번째 찾아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재판이었지만 공방의 흐름은 큰 차이가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이롭도록 무리한 합병을 한 것이라는 검찰 측 주장에 기업의 경영적 판단이라는 변호인간의 공방은 여전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검찰과 검찰 측 증인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는 정도다. 검찰 측 요청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전 삼성물산 사외이사(모 대학 경제학과 전 명예교수)는 검찰의 여러 질문에 일일이 반박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 검찰 측을 당혹게했다. 이 전 사외이사의 일관된 증언의 요지는 기업경영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이해하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검찰이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찬성) 거수기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냐"며 찬성 의견을 내기까지의 치열한 토론 과정을 설명했다. 보통 이사회 1주일 전이나 3~4일 전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2~3시간 이상 이사회 안건에 대해 얘기를 듣고 의문이 있거나 문제가 될 부분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고 이해될 때까지 숙의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