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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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하게 얘기를 나눈다(和談: 화담)'는 뜻의 아호(雅號)를 지닌 구본무 전 LG 회장을 떠나 보낸지도 2주 후면 만 5년이다. 그의 호를 딴 화담숲의 5월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그 비탈 봄볕에 땀흘리며 밀집 모자를 쓰고 정전작업을 하는 소탈한 시골 아저씨의 모습으로 금방이라도 그가 나올 듯한 그런 5월이다. 화담은 어디를 다녀도 늘 단출했다. 장자로서 집안 일이나 가업을 이끌어나갈 때는 늘 앞에 나서 있었지만 개인일정엔 격식을 싫어해 늘 혼자 다녔다. 방북 수행단으로 북한을 다녀왔을 때나 해외출장을 다녀온 후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도 수많은 임직원들이 뒤따르는 다른 기업 총수들과 달리 그는 늘 혼자 바쁜 걸음으로 대기하고 있는 차를 향해 걸었다. 기자가 생전 구 회장을 마지막으로 본 곳에서도 그랬다. 2017년 10월 21일 이수영 OCI 그룹 회장이 타계한 날이다. 구 회장은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 혼자 들른 후
'노동의 가치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효율의 문제다.' 기자의 말이 아니라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쳤던 프로이센의 철학자이자 공산주의 사상가인 카를 마르크스의 주장이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저서 '자본론(Das Kapital)' 1권 제1편 1장 상품편에서 상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오직 추상적 인간노동이며, 노동의 가치는 노동의 양(시간)에 의해 측정된다고 말했다. 이 말을 언뜻 들어보면 한 개인이 일하는 시간이 길면 투입된 노동의 양이 많을테니 그 상품의 가치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그 개인이 받아야 할 임금이 더 높아야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장시간 노동하면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이를 부인한다. 그는 노동자가 게으르거나 숙련도가 낮을수록 상품을 생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데 그렇다고 그 상품의 가치가 더 높아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단순히 직장에 출근해서 앉아 있는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치지는 않는다
━글로벌 시장을 둘로 나누는 신냉전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전세계를 두고 각각 자신의 편에 서라며 무력을 과시한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막았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졌고, 중국은 그 보복조치로 '안전보안 점검'이라는 명목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재에 나섰다.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중국 기업과의 특허 소송에 직면한 마이크론에 대해 판매금지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 또한 특허 침해문제라기보다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대한 대응이었다. 미국이 선수를 쳤고, 중국이 맞대응하자 미국이 이번에 다시 재차 응전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그 응전의 지렛대가 한국 기업이라는 점이다. 미 행정부는 중국이 마이크론 제품의 판매금지에 나설 경우 '대체재'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제품의 중국내 공급까지 막겠다는 의지다. 이를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고래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7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부지침에 따라 선정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시켰다. 한국 자동차 업계가 지속적으로 미국 정부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지만 허사가 됐다. 미국이 자국 기업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못했다. 테슬라와 포드, GM 등 보조금 지급대상 16종의 미국 전기차·하이브리드 차에는 1대당 70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미국 시장에서 미국 전기차가 판매 우위의 경쟁력을 갖게 됐다. 앞서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조건에 영업기밀에 준하는 내용을 제공하라든지, 초과이익을 공유하라는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한국의 대표수출 품목인 전차(전자와 자동차) 군단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번 전기자동차의 보조금 대상을 선정할 때나 반도체 보조금 지급 세부규칙을 정할 때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선한 의지'(선의: good will)에 큰
'형제간과 종족 사이에는 서로 좋아할 뿐 따지지 마라' LG 창업자인 고 구인회 회장의 경남 지수 생가의 모춘당이라는 정자 기둥에 새겨진 글귀다. 구 창업주의 조부인 만회 구연호공(구한말 홍문관 대재학)이 후손들에게 남긴 10계 덕목 중 한 대목이다. 인화의 LG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구다. 75년간 이어져왔던 인화의 문구에 금이 가는 소장이 접수된 게 지난 2월 28일이다. LG 4대 그룹 총수인 구광모 회장에게 고 구본무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들이 상속재산효력회복소송을 제기한 시기로부터 딱 한달이 지났다. 그 한달 동안 집안 어른들의 중재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이번 소송에 큰 변화는 없는 듯하다. 그러는 사이 지난 27일 LG 창립 75주년도 조용히 지나갔다. 크게 떠들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상속재산효력회복 소송은 언뜻 보면 유교적 기업의 가풍과 그 집안 여성들의 권리 회복 투쟁처럼 보인다. 2005년 대법원의 문중재산 분할 판결
삼성 반도체 적자의 진짜 이유는 뭘까. 시장에선 메모리 반도체 수요감소로 인한 재고 증가를 이유로 든다. 재고증가로 D램 가격이 떨어져 1분기에만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가량 영업적자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이 안좋아 적자가 난다'는 말은 적어도 1등 기업 삼성에게는 통하지 않는 변명이다. 2, 3위인 SK하이닉스나 미국 마이크론의 적자와 삼성전자의 적자는 그 의미가 다르다. 2016년쯤으로 기억한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이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그 회사의 최고 책임자와의 저녁을 했다. 그 자리에서 '휴대폰 사업 위기의 원인'을 물었더니 "환율도 좋지 않고,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아서..."라는 답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위기의 원인을 내부부터 찾지 않고, 외부로 돌리는 모습에 "더 어려워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삼성전자 CFO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었다. 그의 답은 "글로벌 경기가 나빠지는 것은 갑자기 나타난 변수가 아니라 기업을 하
"일본엔 왕(King)이 없어요!" 지난해 9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Queen Elizabeth II) 서거 때 호주 시드니의 한 주민센터 강좌에 참가할 때 일이다. 80대의 영국계 호주 강사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를 안타까워하며 한국과 일본에는 왕(King)이 있는지를 물었다. 먼저 질문을 받은 기자가 "한국에서 왕은 1910년 일제 강점기 이후 사라졌고, 일본엔 여전히 상징적 왕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그 때 수업을 같이 듣던 20대 후반의 일본 여성이 일본엔 'King'이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는 왕보다 더 높은 지위의 사람이 있다며 휴대폰으로 다른 단어를 열심히 찾았다. 그리고 만면에 미소와 함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Emperor(황제)"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히토 일왕의 제국주의 식민 지배의 문제점을 교육 받아온 기자 입장에서 적잖이 놀랐다. 전쟁의 역사를 모르는 20대 젊은 일본인의 입에서 타국을 지배하는 '제국의 황제'를 뜻하는 말을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 경제학 공부를 해왔으나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 2011년 '초과이익공유제' 논의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를 주도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을 향해 던진 말이다. 이 발언은 당시 '공산주의' 이념논쟁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익공유 논란이 다시 미국에서 불붙었다. 이번에는 고(故) 이건희 회장과 1942년생 동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로부터다. 미 상무부가 지난 1일 자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미국 내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이 예상을 넘어서는 초과이익을 낼 경우 보조금의 75%까지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자국 내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외국 기업에게 혜택을 줬다 뺏는 셈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이 회장이 살아있었다면 이번 발표를 듣고 10여년전에 했던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세번째 찾아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재판이었지만 공방의 흐름은 큰 차이가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이롭도록 무리한 합병을 한 것이라는 검찰 측 주장에 기업의 경영적 판단이라는 변호인간의 공방은 여전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검찰과 검찰 측 증인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는 정도다. 검찰 측 요청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전 삼성물산 사외이사(모 대학 경제학과 전 명예교수)는 검찰의 여러 질문에 일일이 반박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 검찰 측을 당혹게했다. 이 전 사외이사의 일관된 증언의 요지는 기업경영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이해하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검찰이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찬성) 거수기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냐"며 찬성 의견을 내기까지의 치열한 토론 과정을 설명했다. 보통 이사회 1주일 전이나 3~4일 전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2~3시간 이상 이사회 안건에 대
"팻 겔싱어 일어나 보세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밤(미 동부기준) 워싱턴 의회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취임 후 가진 첫 국정연설 때의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2층 우측 자리에 특별초청된 인물들 중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를 소개한 후 팻 겔싱어 인텔 CEO를 호명했다. 미국 제조업 재건을 강조한 연설 직후다. 인텔은 반도체 집적회로(IC)를 발명한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1968년 미국 실리콘 밸리에 설립한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왕좌를 내준 회사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텔의 미국 내 200억달러(한화 약 24조원) 투자를 칭찬하며 겔싱어 CEO의 이름을 호명했고, 그는 앉은 자리에서 몇 차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바이든은 그에게 일어서달라고 요청했다. 그를 향한 상·하원 의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기업인의 노고에 대한 정치인들의 감사와 존경의 뜻이다. 뒤이어 같은 자리에 초대
우크라이나의 비극이 시작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공격을 명령하면서다. 8년전부터 국경지대에서 국지전으로 시작해 1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전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전쟁의 기원을 찾는 많은 학자들은 모든 전쟁의 원인을 '부족한 자원을 둘러싼 경쟁'에서 찾는다. 아이슬란드대학의 저명한 정치학 교수 브래들리 세이어는 저서 '다윈과 국제관계: 전쟁과 종족 분쟁의 진화적 기원에 관하여'에서 종(種)은 부족한 자원을 얻기 위한 유리한 위치로서 권력을 갖기를 원한다고 했다. 권력을 가지면 자원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쟁 같은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도 안보강화를 위한 것도 있지만 막대하고 확실한 이익을 차지하기 위한 것도 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세계 패권(헤게모니)을 쥐기 위한 전쟁의 일환이다. 미소 냉전시대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가 과거의 영광 재현을 위해 패권국 미국에 내미는 도전장이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유리 정문을 깨고 들어가 불법점거한 지도 21일로 열흘이 훌쩍 넘었다. 지난 10일 갑작스러운 건물 점거로 도로의 일부가 막히면서 평소 그 앞으로 다니는 손님들의 땟거리를 맡았던 작은 분식집은 그 이전보다 많이 불편해졌다. 가계 앞에 모여 담배 피고 아무 곳에나 버리는 노조원들과 시도 때도 없이 울려퍼지는 확성기 소리와 투쟁가 소리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는 서너평 남짓한 CJ대한통운 앞 OOO 분식집. 택배노조가 자신들의 밥줄을 위해 다른 누군가의 밥줄을 끊어놓는 게 아닌지 궁금하기도 했다. 테이블 너댓개를 두고 장사를 하는 그 자영업자 사장님에게 노조 불법점거와 파업 때문에 불편은 없는지를 물었다. 그는 "불편이 있지 왜 없겠느냐"면서도 파업으로 길이 막혀 줄어드는 매출의 일부는 주변 경찰들이, 일부는 파업 노조원들이 와서 '라면 한그릇, 김밥 한줄' 팔아주면서 메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가 없는지를 물으니 남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