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사람들
경찰청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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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선 낙뢰가 가장 위험하다. 폭우 속 낙뢰가 떨어지면 200만 볼트의 전류가 바위 전체로 흘러들어간다. 2007년 북한산 용혈봉을 오르던 등산객 8명 중 4명이 사망한 것도 낙뢰 때문이었다. 신속히 구조되지 않으면 쇼크와 저체온증으로 숨질 수 있다. 2011년 10월, 이날도 인수봉 정상에서 50대 남성 두 명이 낙뢰를 맞아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일분일초가 다급한 상황. 구조에 나선 김창곤(46) 대장은 이날따라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비바람이 불고 낙뢰가 계속 치고 있어 잘못하면 같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저도 가족이 있으니 그런 상황일수록 심경이 복잡해지는 것은 사실이죠. 그렇지만 이럴 때일수록 복잡하게 생각하면 안 돼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위에 있는 사람이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야죠." 김 대장은 이날 재난구조대원과 함께 두 명을 무사히 구조했다. 보통 산악 인명구조 시 2차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들것을 쓰지만 이날은 직접 업고 내려오는 묘책을 썼다. 시간을 줄
"인질범과의 협상에선 '공감'이 가장 중요해요. 설령 정신이상자라고 해도 말이죠." 최근 이른바 '압구정 인질극' 현장에서 인질협상 전문가로 활약한 이종화 경찰대 교수(경감·사진)의 말이다. 이 교수는 지난 1일 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한 제과점에서 벌어진 인질극 현장에서 인질범과의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남성이 한 여성 손님을 인질로 잡고 제과점 부엌에서 들고 나온 빵칼을 스스로의 목에 들이대며 자해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협상을 지휘하는 이 교수의 모습은 흡사 영화 속 미 FBI(연방수사국)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이 교수는 당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 인질범이 "누군가 나를 죽이려한다"며 극도의 공포를 호소할 때 "많이 힘들었겠다"며 최대한 공감을 표하고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전략을 폈다. 사건발생 2시간50여분 만에 인명피해 없이 상황은 종료됐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 '인질협상' 영역을 최초로 도입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실제 현장에 적용한 주인공이다. 그
2012년 6월13일 낮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사거리. 직진중인 택시 앞으로 가던 자전거가 보행로 쪽에서 갑자기 도로 쪽으로 끼어들며 택시에 부딪쳤다. 자전거를 타던 송모씨(당시 58·여)는 도로 한복판에 쓰러졌지만 조모씨(66)가 몰던 택시는 잠시 멈칫하다 그대로 가던 길을 갔다. 경찰은 조씨의 행동을 뺑소니로 보고 도주차량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이 장면은 사고 택시를 바로 뒤에서 따라가던 승용차량의 블랙박스 화면에 그대로 담겼다. 지난달 28일 직접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과에서 몇 차례 해당 사고 동영상을 돌려봤다. 보면 볼수록 헷갈리기만 했다. 처음엔 뺑소니 같았지만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었다. 조씨는 경찰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은 자전거와 부딪친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 더욱이 조씨의 차량에 타고 있던 승객 2명도 접촉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사건이 미궁에 빠져들자 결국 조씨는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과 거짓말 탐지실을 찾았다
'본드(접착제)가 녹아 신던 신발 틈도 벌어지던 날씨.' 2012년 6월 처음 찾은 중동의 날씨는 상상 이상이었다. 평균 50도가 넘는 날씨에 태양은 뜨거웠고, 현지 경찰을 훈련시키던 이춘성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훈련교관(38·경사)의 몸에도 뜨거운 땀방울이 맺혔다. 이 교관이 2012년 6월 중동 오만을 시작으로 치안 인프라 전수를 위해 해외에 파견 간 횟수는 4차례. 한쪽 팔에 태극 마크를 달고, 한국 경찰의 훈련법을 알리는 전문 교관이다. 오만에 3차례, 베트남에 1차례 한국 경찰의 위상을 알렸다. "해군 해난구조대(SSU)에서 군 생활 했을 때부터 경찰이 꿈이었어요." 1999년 경찰에 입문한 이 교관은 경찰생활의 3분의 2를 기동대에서 근무했다. 딱 벌어진 어깨와 넓은 등판에 '나 특수부대 출신 경찰 교관이오'라는 말이 써있는 듯했다. "기동대 훈련교관은 신임 경찰관에게 강인한 체력과 끈기를 갖도록 훈련시킵니다." 이 교관의 전문 교육 분야는 체포술과 대형전술. "내가 할
스타일리시 했다. 무슨 경찰이 이런가 싶을 정도로 '잘 생겼다'. 얼굴 덕을 좀 봤다. 2007년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로 발령받은 최진영 경사(36)는 홍대와 강남 클러버로 위장수사를 꽤 나갔다. 마약 형사 8년차. 이제는 클럽 근처에만 가도 매니저들이 "최 형사님!"하고 알아볼 정도가 됐다. 피로회복제·정력보강제·다이어트제·최음제...'마약 청정국'이었던 한국도 어느새 트렌드를 타고 마약이 확산되는 추세다. 최 경사는 특히 '데이트 강간 마약'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지난해 인터넷에는 '데이트 할 때 술에 타 먹이면 여자들이 기억을 잃는다'는 마약이 기승을 부렸다. 열에 아홉은 가짜. 수사에 들어가도 진짜 마약 판매책을 잡을 가능성은 낮았다. 온라인 마약 광고 대부분이 돈을 받고 잠적하거나 소금물을 보내는 '사기범죄'였기 때문. 이번엔 달랐다. 최 경사의 촉대로 '진짜'가 있었다. "시간이 지체되면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범
지난달 24일 전남 신안군 한 대형염전. 두꺼운 안경을 쓴 시각장애인 김모씨(40)는 서제공 서울 구로경찰서 실종수사팀장(58·경위)이 내민 경찰 신분증을 코앞에 대고 확인했다. 그때서야 경계의 눈빛이 풀린 김씨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동시에 묻어났다. 입에서는 "살았구나"하는 작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김씨는 지난 1년 반 동안 '염전 노예' 생활을 하다 구로서 실종수사팀에 의해 구출됐다. 지난 8일 서울 구로경찰서에서 만난 서제공 팀장은 '염전 노예' 사건이 이슈가 된 이후 닷새동안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했다. 눈에는 벌겋게 핏발이 서 있었지만 실종가족 수사에 대해 말할 때의 눈빛은 번쩍였다. 2009년부터 시작된 실종수사팀 생활도 벌써 5년여. 그 사이 단순 가출자부터 생존여부조차 알지 못하던 실종인들까지 서 팀장과 팀원 5명의 노력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이들은 연평균 800여명에 달한다. 서 팀장은 "일반 사건과 달리 실종 수사는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이라고 말했다
"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려면 변화된 모습을 중국동포들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해요. 아무리 옛날 같지 않다, 변했다, 말썽도 안 부리고 싸움도 덜 한다고 홍보해도 국민들이 보고 들은 것이랑 다르면 믿지 않을 겁니다. 안전하다고 안심할 정도가 돼야죠." 국내 유일무이한 '중국동포 전담 경찰관' 진봉범(53) 경위는 누구보다 중국동포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으면서도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잃지 않았다. 많은 내국인들이 어려워하고 또 두려워하는 중국동포들의 삶 속에 들어가 살을 맞대고 근무한 지 2년. 그의 임무는 이들에게 한국의 법과 질서를 홍보·계도해 범죄를 줄이는 것이다. 이것만이 중국동포에 대한 인식 쇄신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경찰이자 친구인 '중국동포 전담관' 경찰청은 2012년 2월 서울 이태원·대림·가리봉동과 안산 원곡동 등 외국인 밀집지역에 '치안 안정화 종합대책'을 시행했다. 2011년 외국인범죄가 전년 대비 19.3% 증가한 데 따른 비상 대책
"조폭, 마약사건을 다뤄본 베테랑들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성폭력 사건들을 계속 다루다 보면 스트레스가 엄청납니다. 주변사람이 다 의심스러워 보이는 거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한다는 보람으로 버티는 거지요." 지난해 2월 출범한 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를 이끄는 윤휘영 경정(사진)은 성범죄의 잔혹함에 혀를 내둘렀다. 이웃은 물론 친족까지 연루된 인면수심의 성폭력 사건을 계속해서 접하는 경찰들은 '트라우마'를 호소할 지경이다. 여성과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 범죄를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수사대의 기반을 닦는 일과 함께 일선 경찰들을 챙기는 것도 윤 경정의 몫이다. 성범죄는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중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다. 여성들의 적극적인 신고로 가려진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수사대의 첩보활동으로 신고건수가 늘어난 영향도 반영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강간, 강제추행 사건은 2
지난 9일 서초경찰서에서 만난 강종구 경위의 30년 경찰 생활엔 대한민국 조직폭력배(조폭)의 역사가 그대로 녹아 있었다. 그는 1985년 처음 강남경찰서에서 강력계 형사로 첫 경찰관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강남은 국내에서 조폭들이 가장 활개 치던 곳이었다. 지역 기반 세력이 조폭으로 자리를 잡은 강북과 달리 '주인' 없는 강남엔 전국 곳곳에서 올라온 조폭들이 세력다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잇따라 사회문제를 일으키자 1990년 노태우 정부는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게 된다. 경찰도 이때부터 조폭 일망타진에 나선다. 그렇다고 조폭들이 뿌리 뽑힌 것은 아니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1995년 뉴월드 호텔 살인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후 조폭들은 줄어들고 세력이 크게 위축됐다고 경찰들은 입을 모은다. 조폭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일어난 칼부림 살해가 다시 보복 살해로 이어진 사건이었다. 나중에 이 사건 핵심인물들은 최종적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원심에선 사형 선고가
#지난해 4월 어느 일요일 오전 10시40분. 임진우(40) 경위는 '추리닝'을 입고 인천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벤치에 태연하게 앉아있었다. 흡사 조기축구동호회의 일원 같은 모습. 하지만 임 경위의 머릿속은 온통 '그 남자'로 가득했다. 운동장에 동호회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그중 한 남성이 운동장에 걸어 들어오자 임 경위의 눈빛은 본능적으로 반짝였다. "000씨!" 남성은 움찔했다. "조용히 가시죠." '커피점을 인수하겠다'며 커피전문점 소상공인들에게 접근해 인테리어비 등 초기자본을 빌미로 3800만원을 뜯어낸 사기범 조모씨(43)는 그렇게 검거됐다. 구속영장과 체포영장이 발부된 수배자이자 전과 17범인 조씨는 임 경위에게 "동호회원들에겐 비밀로 해달다"고 부탁했다. 임 경위는 조씨를 차에 태운 후 수갑을 채웠다. 임 경위는 서울 강서경찰서 악성사기범 검거전담팀장이다. 1998년 2월 경찰에 입문해 강력팀과 경제팀 등 수사 분야에 8년간 경력을 쌓아온 그는 2012년부터 2년째 '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