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첨단 기술, 사회 변화, 지역 현장, 문화와 예술, 경제 이슈 등 우리 일상 곳곳의 다양한 현장을 깊이 있게 취재해 생생한 목소리와 트렌드를 전하는 뉴스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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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녀 때 극장을 오고 처음 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쯤 인천시 동구 송현동에 위치한 미림극장. 70대 노인 김모씨가 어린 아이처럼 활짝 웃으며 상영관 내부를 둘러봤다. 김씨 기억 속에 영화관 나들이는 결혼하기 전 방문했던 게 마지막이다. 이날 상영한 영화는 이정섭 감독의 '인연을 긋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두 며느리 이야기를 담았다. 상영관 의자에는 흰머리가 지긋한 노인들이 하나 둘 들어섰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두명씩 밖으로 빠져나갔다. 자신이 영화관에 왔다는 사실을 잊고 갑갑함을 느낀 사람들이었다. 직원들은 익숙하다는 듯 "어디가느냐" "저랑 앉아서 이야기하자"며 따라나갔다. 한창 밖에서 머물던 노인들은 팝콘을 집어 들고 영화관 의자에 다시 앉았다. 미림극장은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국내 유일 치매 친화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올해로 4년째 운영되고 있는 '가치함께 시네마'의 누적 방문객은 3782명에 달한다.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1050명
1일 오후 2시 경북 구미역 앞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 비 오는 궂은 날씨에도 축제 초입에 있는 '라면 공작소' 부스에는 약 50명의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선 라면 봉지를 직접 꾸민 뒤 사리면과 원하는 스프, 토핑 재료를 골라 담아 '나만의 라면'을 만드는 행사가 한창이었다. 방문객들은 봉지에 적힌 '내가 만든 □□ 라면'에 '매콤콤', '왕매운', 본인의 SNS 닉네임 등 단어를 넣어 라면의 이름을 완성했다. 창원에서 온 최가현씨(31)는 "축제가 역 바로 앞에서 열려서 타지 사람들도 방문하기에 어려움이 없었다"며 "체험할 것이 많아 아이들이랑 와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3회를 맞은 구미라면축제는 구미시가 주최하고 농심이 협찬하는 행사로 3일까지 열린다. 콘셉트는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레스토랑'으로 구미역 일원에 475m 길이의 '라면로드'를 조성했다. 라면 공작소, 농심 팝업스토어, 거리공연, 전국에서 선발한 이색 라면, 구미 대표 맛집의 라면 등
1일 오전 더현대 5층 사운즈 포레스트. 유럽 동화 속에 등장할 법한 웅장한 서커스 마을이 눈길을 끌었다. 따뜻한 색감으로 꾸며진 이곳은 주인공인 해리가 최고의 쇼를 펼치는 움직이는 대극장을 찾기 위해 열기구에 몸을 싣고 하늘 높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티켓 부스를 거쳐 입구에 들어서면 마술극장, 묘기극장, 음악극장을 차례대로 경험할 수 있다. 마술극장과 묘기극장, 음악극장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음악에 맞춰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동선 마지막에는 이번 테마의 하이라이트인 대극장이 등장, 360도 회전하는 8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현대백화점 15개점을 상징하는 15개의 캐릭터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건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띄워진 높이 7m, 너비 5m 정도의 열기구 모형 에어벌룬 6개다. 헬륨 가스를 주입해 떠오른 에어벌룬들과 다채로운 색상의 대형 서커스 텐트가 어우러졌다. 여기에 입구에 마련된 티켓 부스와 화려한
"일찍 나온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더 빨리 출근했어요. 안 그러면 시간 안에 청소 못 끝내." 핼러윈 축제 분위기가 가시지 않은 1일 오전 6시10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 술집 앞. 청소노동자 60대 김모씨는 연신 빗자루로 바닥을 쓸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어제는 평일인데도 핼러윈데이라 쓰레기가 많이 쌓였다. 담배꽁초부터 각종 쓰레기, 토사물까지 치우다 보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핼러윈 축제는 안전사고 없이 막을 내렸지만 전날 인파가 많이 몰린 서울 거리 곳곳은 쓰레기와 오물로 홍역을 치렀다. 이날 오전 이태원동에서는 동이 트고 나서도 들뜬 분위기에 취한 축제 참여객들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코스튬을 한 채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추거나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일부는 술에 취한 채 거리에 누워 있는 상태였다.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부터 이태원 세계 음식문화 거리 70m가 넘는 구간 동안 바닥에는 담배꽁초
"멈추지 마세요. 이동하세요." 핼러윈 데이를 맞은 31일 밤 10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세계음식문화거리에는 여기저기서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퍼졌다. 갑작스럽게 인파가 늘어나면서 경찰과 소방, 구청 직원이 인파집중관리에 나섰다. 이날 이태원 거리는 밤 9시부터 순간적으로 인파가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한 술집 앞에 8명 정도 줄을 서자 통로가 좁아졌고 뒷 사람은 앞 사람과 보폭을 맞춰 걸어야 할 정도로 적체현상이 일어났다. 경찰 무전기에서는 "위급 상황시 바로 보고해달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구청 직원들은 빨간색 중앙분리대를 사이로 우측 통행을 해달라고 외쳤다. 외국인을 향해서는 "You! You!" 등을 말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시민들은 안내에 따라 제자리에 멈추지 않고 앞으로 이동했다. 옆에 비어있는 골목길 사이로 빠져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핼러윈 데이 참사 이후 2년이 지난 이태원은 해가 진 뒤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과거 모습을 회복하는 분위기였다. 거리 곳곳에는
꽉 막힌 도로 위를 시원하게 날아가는 '에어택시' 시대는 언제쯤 열릴까. 한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선 아직은 미래 얘기처럼 들리지만 적어도 중국에선 대략 시점이 저울질된다. 중국 기업 이항의 주력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제품인 'EH216-S'가 주인공이다. 25일 광저우 본사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난 허톈싱 이항 부사장은 "올 연말 상업운행을 시작한다"며 "인류에 엄청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도 어려운 UAM을 '에어택시'라고 통칭하기 어려운 이유는, 모빌리티 선진 기업들이 각기 다른 구상과 다양한 에너지원을 바탕으로 저마다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일단 배터리와 프로펠러 구성의 초기 구상은 비슷하지만 수소연료전지(퓨얼셀)를 달아 비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구상을 하는 기업도 있다. 파일럿이 직접 조정해 운항하느냐, 미리 세팅된 구간을 자동으로 운항하느냐의 차이도 있다. 상용화 측면에서 가장 앞선다는 이항 EH216-S 실모델은 빠른 상용화에 초점을 맞춘, 말 그대
"가격이 저렴하고 반찬 가짓수도 많아서 가성비가 좋아요."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기사식당, 무한리필 식당 등 '가성비 식당'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과거 택시 기사나 공사 현장 노동자들이 가성비 식당의 주고객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가성비 식당을 찾는 이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반찬과 채소를 양껏 먹는 게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8일 낮 12시 서울 서대문구 A 기사식당은 20석이 모두 만석이었다. 택시 기사와 인근 공사 현장 노동자들은 물론 직장인과 대학생이 자리를 채웠다. 식당 밖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도 대여섯명 있었다. 한 중년 남성은 "줄 서야 해? 인기 많네"라며 대기줄에 섰다. 또다른 손님 김모씨(39)는 "메뉴가 다양해 골라서 먹을 수 있고 반찬도 다양해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든든하고 좋다"고 말했다. 같은 구에 있는 B 기사식당은 다양한 반찬과 함께 한끼 식사를 8000~9000원에 판매 중이었다. 가장 비싼 메뉴는 1만1000원짜리
"애 혼자 못 두겠어요." 30일 낮 12시30분 경기 안산시 단원구 A 초등학교 앞. 하교 시간이 다가오자 학부모들이 학교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음이 급한 한 학부모는 학교 안으로 뛰어들어가 아이 손을 잡았다. 8살 딸을 데리러 온 40대 B씨는 "원래는 아이 혼자 집에 왔다"며 "조두순이 이사 온 것을 안 이후로는 너무 불안해서 꼭 데리러 온다"고 말했다. B씨는 "그런 사람은 산꼭대기에 혼자 살아야 한다"며 "적어도 아이들 주변에는 못 살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또 다른 40대 여성 C씨도 "딸 아이가 길을 다 알지만 학교뿐 아니라 학원도 전부 데려다준다"며 "아이 엄마들 커뮤니티에선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학원 차량 운전기사와 담당 선생님들 사이에도 긴장감이 돌았다. 차량 운전기사 D씨는 "우리 학원도 조두순 때문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71)이 거주지를 옮기면서 별안간 '조두순 이웃'이 된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
28일(현지시간) 오후 4시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 기아 NMC(National Marketing Company) 대리점 '제다-킹 압둘 아지즈 로드 쇼룸'은 압도적인 공간을 자랑했다. 1680㎡(약 508평) 규모의 전시장에는 현재 사우디에서 판매하고 있는 차량과 향후 판매할 전기차 EV5 등 기아의 17대 차량실물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를 위한 공간과 고객을 위한 공간은 따로 분리가 돼 있어 방문 당시 10여명의 사우디 현지사람이 직원들과 상담을 하고 있었음에도 붐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전시장 위층에는 고객이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제다 국제공항에서 홍해 해변을 따라 알 안달루스 지역까지 연결하는 왕복 14차선 대로 옆에 자리한 이 쇼룸은 제다 최고의 대리점 중 하나로 꼽힌다. 하루 평균 40~50명의 고객이 방문해 기아 차를 찾는다고 한다. 압둘라 알람 (Abdullah Allam) NMC 시니어 프러덕트 매니저는 "현재 사우디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현대차의 수많은 국내외 공장 중 가장 보안 등급이 높은 공장 중 한 곳은 중국에 있다. 현대차의 첫 해외 수소연료전지 생산기지로 지난해 6월 문 연 HTWO(현대차수소) 광저우 수소연료전지(퓨얼셀) 공장이다. 23일 첫 언론 공개 때도 삼엄함이 느껴졌다. 공장이지만 깔끔한 랩(연구소)의 느낌이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가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물이 되며 전기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수소가 셀(EGA)을 통과하면서 전기가 나오는데, 얇은 셀 한 장이 이미 7개 레이어로 구성돼 있다. 이걸 220개 정도 쌓은 뭉치가 연료전지 스택이고, 이 스택을 다시 두 개 묶으면 비로소 수소차 넥쏘 한 대 분량(90kW) 연료전지가 된다. 셀을 쌓아 스택을 만드는 과정은 '쌓는다'는 방식, 그리고 극단적으로 청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공정에 비견된다. 스택 생산라인은 두 겹 유리상자로 차폐돼 있었다. 스택이 케이스에 들어간 후에는 자동 이동이 시작된다. 첫 수소를 주입해 연료전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지난 28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이곳에서 20년째 작은 가게를 운영 중인 오모씨(63)는 점심 시간이 되자 도시락 가방에서 반찬통을 꺼내들었다. 맞은 편에서 수입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민모씨(63)는 고구마를 삶아서 도시락통에 담아왔다. 그는 "요즘은 쟁반 배달 시켜 먹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며 "경기도 안 좋은데 간단히 먹는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상인도 "장사가 안되니까 8000원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남대문시장의 활력을 상징하던 '쟁반 배달'이 사라진다. 남대문시장에서 '쟁반 배달의 달인'으로 불리는 신모씨(63)는 "예전에는 쟁반으로 배달하는 식당이 수십 개는 됐는데 지금은 열 개도 안 남았다"고 했다. 신씨는 "가게 접고 떠난 사람들도 많고 단골도 많이 사라졌다"며 "쟁반 배달 문화도 곧 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고물가와 불경기의 결과라는 게 이곳 상인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남대문시장 갈치조림 골목에 있는 식당 대부분은 지난달부터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옛날에는 시켜서 먹었지. 요즘은 이렇게 싸와서 먹어." - 20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오모씨(63) "쟁반 배달 문화도 곧 유물이 되겠죠." - 30년여간 쟁반 배달 장사를 한 신모씨(63) 지난 28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이곳에서 20년째 작은 가게를 운영 중인 오모씨(63)는 점심 시간이 되자 도시락 가방에서 반찬통을 꺼내들었다. 이날 오씨의 점심 메뉴는 흰쌀밥과 고추장아찌, 미역 줄기 볶음, 삶은 계란 한 알이었다. 맞은 편에서 수입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민모씨(63)는 고구마를 삶아서 도시락통에 담아왔다. 그는 "요즘은 쟁반 배달 시켜 먹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며 "경기도 안 좋은데 간단히 먹는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상인도 "장사가 안되니까 8000원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남대문시장의 활력을 상징하던 '쟁반 배달'이 사라진다. 과거 머리에 쟁반을 겹겹이 이고 배달을 가는 쟁반 배달이 많았지만 최근 도시락을 싸 들고 오는 상인들이 늘어났다. 고물가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