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첨단 기술, 사회 변화, 지역 현장, 문화와 예술, 경제 이슈 등 우리 일상 곳곳의 다양한 현장을 깊이 있게 취재해 생생한 목소리와 트렌드를 전하는 뉴스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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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워서 설명이 안 들릴 겁니다." 지난 14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4도금공장. 자동차용 강판 표면에 아연을 입히는 곳이다. 취재진은 마스크와 각종 안전장비로 무장한 채 공장에 들어섰지만,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도 굉음을 내며 작동 중인 생산설비의 열기가 얼굴로 느껴졌다. 아연이 담긴 도금 포트(Pot)로 줄줄이 밀려 들어간 강판은 회색빛이 되어 나왔다. 온도계가 가리킨 도금 포트의 온도는 섭씨 460도. 액체 상태로 출렁이다 포트 밖으로 튄 아연이 생산설비 주변에 굳어 있었다. 공장 곳곳에선 경고표지판과 '여기서 다치면 가족을 다시 못 볼 수 있다'는 안전구호가 눈에 들어왔다. 도금공정에서 생성되는 불순물 '드로스'를 포트에서 걷어내는 일은 원래 작업자 4명이 하루 10차례씩 직접 뜰채를 들고 시행하던 고위험 작업이었다. 수년전 다른 제철소의 아연 도금 포트에선 작업자가 포트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날 방문한 4도금공장에선 포
스쿠터 안장에 올라 오른쪽 손잡이 레버를 당겼다. 안전을 위한 설정으로 추정되는 1초 가량의 늦은 반응 이후 스쿠터 차체가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한다는 설명을 미리 듣지 않았다면 출력이 좋은 전기스쿠터 정도라고 생각했을 만큼 조용했고 힘이 넘쳤다. 조작성이나 조작응답성도 훌륭했다. 키 187cm(체중 103kg)인 기자가 탑승하고 상당거리를 달렸지만 성능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중국산 초소형 연료전지의 출력과 성능이 일단 일정 수준에 다다랐음을 짐작할 만 했다. 지난 13일 한국 특파원들을 포함한 다국적 기자단에 중국 산둥성 지난(제남·濟南) 수소에너지산업기지 내 SPIC지난그린다이내믹(제남녹동수소과기) 수소연료전지(퓨얼셀) 생산공장이 공개됐다. 중국 최대 국영 전력기업 중 하나인 SPIC(국가전력투자공사)의 100% 자회사다. 수소연료전지는 한·미·중·일 모두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아직 시장이 태동단계다. 그 중 중국은 출발이 가장 늦다. 지난그린 공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3시간을 운전해 찾아간 충남 예산시장.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실행한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현재는 예산시장 주건물이 안전문제로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20여개 음식점들이 밖으로 나와 '예산장터광장'이란 임시 천막을 달고 손님맞이에 나선 상황이다. 이날 오후 1시쯤부터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과 젊은층 등 다양한 방문객들이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테이블이 금세 채워졌다. 주변엔 주차장 빈자리를 보고 들어오는 차량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대낮부터 불판을 빌려다 삼겹살을 굽는 자리가 적지 않았고, 5000~7000원 하는 다양한 메뉴를 사서 가져다 나눠먹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예산시장 관리 매니저들은 "지금은 리모델링 기간이고 평일 낮이라 고객이 평소보다 적은 편"이라며 "저녁부턴 자리가 없다"고 귀띔했다. 예산군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89개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된다. 주민등록 인구는 7만8
"꽁초 때문에 소방차도 왔어요." 지난 12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수송동 한 건물. 이곳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는 A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구둣방 옆에는 직장인 2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담배 연기는 창문을 타고 구둣방 안까지 들어왔다. 구둣방 옆에 놓인 박스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A씨는 "매번 기침하는 게 일"이라며 "평소 천식이 있는데 담배 연기 때문에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또 "담배 꽁초 때문에 또 불이 날까봐 주전자에 물도 담아둔다"며 "민원을 수십건 넣어도 개선이 안 된다"고 전했다. 이곳 구둣방 옆이 종로구 '담배 명소'가 된 것은 뒷건물에 있던 흡연구역이 폐쇄되면서부터다. 흡연 공간이 사라지면서 흡연자들은 공원 앞, 인도 옆, 구둣방 옆으로 모였다. ━종로구, 실외 흡연 시설 1곳... "흡연자·비흡연자 모두 불편"━ 서울시 등에 따르면 25개 자치구가 지정한 실외 흡연 시설은 총 118개다. △종로구 1개 △마포구 1개 △구로구 1개 △동작구
1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1층 입구에 선 김모씨(43)의 목소리는 떨렸다. 김씨는 전화기 너머 가족에게 "의사들이 파업해서 접수 자체가 안 된다"며 "다시 내려가야 된다"고 했다. 10여분간 이어진 통화 내내 김씨는 한숨과 분한 마음을 참지 못했다. 김씨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경남 창원 집에서 출발해 서울대병원에 도착했다. 김씨의 상태를 본 정형외과 의사는 신경외과 협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병원 내부망에선 신경외과 외래 접수가 차단돼 의료진마저 김씨 진료를 신청할 수 없었다. 안과 진료도 보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김씨는 "집 근처 병원에서 방법이 없으니 서울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왔는데 서울대병원에서 신규 환자 진료를 접수해줄 수가 없다고 해서 다시 창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고 말했다. ━당일 진료 취소 통보…항의하니 '취소 철회' 사례까지━ 예약 당일 진료 취소를 통보받은 환자도 나타났다. 진료가 예정됐던 박모씨는 지난 주말
네덜란드 남서쪽, 벨기에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보르셀'(Borssele)은 이 나라 유일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인 지역이다. 해상풍력을 대표하는 나라답게 수십기의 크고 작은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다. 태양광 발전을 밭 모양으로 모아놓은 '태양광팜'을 지나면 녹색 수풀이 우거진 장소에 흰색 돔 형태의 485㎿(메가와트)급 원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원전과 풍력, 태양광 등 무탄소에너지가 보르셀 해안가에서 어우러져 생산된다. 지난달 찾은 보르셀은 신규 원전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22년 합계 3000㎿ 용량의 원전 2기를 새로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사업자 선정, 2035년 완공을 목표로 한 신규원전은 기존 보르셀 원전 부지 인근에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보르셀 원전이 1973년 10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50년만에 신규 원전 건설에 착수한 것이다. '팀코리아'의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초 보르셀 원전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에 착수, 수
'팝업 성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 골목에 마련된 '요리하다 오스테리아' 팝업스토어. 지난 12일 오후 2시쯤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피자 굽는 냄새가 퍼졌다. 이탈리아 소도시내 작은 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목제 인테리어부터 통통 튀는 빨간 색감의 식탁보로 이국적인 느낌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장 눈에 띈 건 음식 메뉴판이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식당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낯선 가격대가 적혀있었다. 피자 5990원, 라비올리 3990원. 파스타 3990원, 샐러드 3990원. 모든 메인메뉴는 6000원 이하로 밀키트 제품가격과 동일하게 판매됐다. 와인도 마트에서 판매하는 가격 그대로 판매되고, 잔술은 3000원으로 메인 메뉴에 부담 없이 곁들일 수 있게 가격이 책정됐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26일까지 한 달여간, 뚝섬역 인근에 '요리하다 오스테리아'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요리하다 오스테리아'에서는 '요리하다 마르게리따 피자', '요리하다 바질페스토 파스타'
"유리병을 돌로 채우려면 먼저 큰 돌과 자갈을 넣고 나머지는 모래로 채우잖아요. 대부업이 딱 그 '모래'에요. 은행과 2금융권이 챙기지 못하는 나머지 금융 소외자를 위한 곳이죠." 대부업체 대표의 말이다. 서민과 취약 계층의 마지막 제도권 '돈줄'이 사라질 위기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업이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여의도에 위치한 한 대부업체 대표인 A씨는 자산 규모 1000억원 이상의 대형사임에도 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의 한파를 피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A씨 회사 사무실은 '대부업체'라는 선입견과 거리가 멀었다. 파티션으로 나뉜 사무 공간에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보통 회사와 다르지 않았다. 한쪽 벽에 놓인 각종 상패와 표창장은 오히려 '좋은 회사'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무실 안쪽의 대출 심사 부서에선 분주하게 대출 상담이 이뤄지고 있었다. 13명 직원이 각각 하루에 20건 이내의 대출을 심사한다고 A씨는 설명했다. 부산스러운 대출 심사 쪽과 달리 채권
"간장게장 집인데 간장 아껴가며 (게장을) 만들 수도 없고…" 11일 오전 11시20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간장게장 골목의 한 게장 전문점. 이 골목에서 30년 넘게 일했다는 60대 A씨는 간장 가격을 언급하자 한숨부터 쉬었다. A씨는 "요즘 들어 사장님이 간장이 비싸다고 맨날 말한다"며 "또 오르는 것으로 안다. 그 전에 20통 정도 미리 산다고 했다"고 밝혔다. A씨는 "간장게장 한 통에 간장 10kg씩은 쓴다"며 "간장을 안 쓰는 음식점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간장을 아끼면서 간장게장을 만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도 "그렇다고 게장 가격을 올리자니 장사가 더 안될 게 뻔 하다.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골목은 처음 1980년대에는 아귀찜 골목으로 불렸으나 일부 식당에서 간장게장이 맛있다고 소문이 났고 간장게장 집들이 들어서면서 간장게장 골목이 됐다. 1990년부터 간장게장을 찾는 시민들 발걸음이 이어졌다. 간장게장 골목을 20년 넘게 지켰다는 50대 B씨
"아유, 시원하다. 시원해. "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청춘이발관. 커트를 마친 80대 김모씨가 거울 앞에 다가가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김씨의 집은 충남 태안. 그는 서울 상암동에 있는 아들 집에 놀러왔다가 머리를 깎기 위해 청춘이발관을 찾았다. 상암동에서 청춘이발관까지는 대중교통으로 약 40분. 김씨가 아픈 허리를 이끌고 지하철을 두 번 환승해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이곳 커트 비용은 6000원, 일반 염색도 6000원. 요즘 남자 커트 비용이 1만2000원 정도 하는 것과 비교하면 반값이다. 김씨는 "가격도 가격인데 예전에 광화문 우체국에서 30년 넘게 근무를 했다"며 "추억이 있는 곳에 와서 머리도 깎고 영화도 보고 장기도 두면 일석사조"라고 말했다. ━어르신들 '핫플레이스' 이발관… 전국 방방곳곳 모여든다━ 청춘이발관은 10년 넘게 이발소를 운영한 아버지를 뒤이어 딸이 운영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지상낙원'이라는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인천공항이 이렇게 가깝다니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오른 지 20분이 지났을 무렵, 창문 밖으로 인천국제공항이 보였다. 잠실헬기장에서 탑승하고 인천공항 헬기장에 착륙 후 땅을 밟기까지 24분이 걸렸다. 멀기만 했던 출국 길이 성큼 가까워진 걸 체감하는 자리였다. 지난 10일 오전 한국 최초 도심항공교통 서비스 플랫폼 본에어 서비스를 공개한 모비에이션이 언론 대상 시승 행사를 개최했다. 서울 잠실헬기장에서 인천공항 헬기장까지 20분 내외로 오갈 수 있는 'VON루틴' 셔틀서비스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 등장한 헬기는 현대차 그룹에서 자가용으로 활용했던 미국 시코르스키(Sikolsky)사의 'S-76 C++' 중형 헬리콥터 기종이다. 최대 수용 인원은 12명이다. 화물은 기내용 수화물 4~5개, 골프백은 3~4개까지 함께 실을 수 있
후판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거대한 압연기 위로 후끈한 열기를 뿜어내는 정사각형의 주황빛 쇳덩이가 보였다. 섭씨 1200도로 달궈진 후판용 슬라브(반제품)였다. 설비를 수차례 드나들며 얇고 긴 형태로 변한 슬라브는 점차 은빛 후판의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지난달 29일 현대제철 당진공장 후판 생산라인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해양구조물, 교량, 파이프라인 등을 만들 때 활용한다. 연간 260만톤의 후판을 생산하는 이곳은 국내 산업 인프라의 버팀목이자 현대제철의 유일한 후판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다. 당진 후판 생산기지는 자원이 부족한 한국 철강산업이 세계시장에서 고군분투해 온 현장이기도 하다. 후판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 모두 호주와 브라질, 러시아 등 해외에서 요동치는 원자재가 시세를 뚫고 들여온다. 그렇게 현대제철 연료부두에 도착한 원료는 100km 길이의 주황색 파이프라인을 타고, 돔 경기장처럼 생긴 원료 보관실로 이동한다. 이후 철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