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첨단 기술, 사회 변화, 지역 현장, 문화와 예술, 경제 이슈 등 우리 일상 곳곳의 다양한 현장을 깊이 있게 취재해 생생한 목소리와 트렌드를 전하는 뉴스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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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1시쯤 서울 시내의 한 식당. 외부에 따로 마련된 화장실에 들어가보니 남녀 공용 화장실이 나왔다. 화장실 두 칸 중 한 곳은 여자 화장실이었고 다른 한 곳은 남자 소변 전용 화장실이었다. 남녀 화장실은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칸막이 아래는 5㎝ 남짓의 빈틈이 있어서 서로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구조였다. 30대 직장인 여성 최모씨는 "이곳에 오면 친구한테 꼭 망을 봐달라고 한다"며 "화장실 옆 칸에 모르는 이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무섭다"고 말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8주기'를 맞은 이날 서울 시내 화장실 다수가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식당·카페 외부에 설치된 화장실은 인적도 드물고 비상벨도 없어 응급 상황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렵다. ━강남역 살인사건 8주기… 공중화장실은 여전히 위험하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지난 2016년 5월17일 20대 여성이 서울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가해자는 몰래 숨어 있다가 화장실에 들어온 일면
"새로운 세상 보는 것 같네." 지난 16일 오후 2시쯤 서울 명륜동에 있는 문묘 앞마당. 하얀색 안전모에 노란 조끼를 입은 여성이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대성전 지붕을 보며 감탄했다. 그는 "600년 조선의 역사가 여기 다 담겨 있다"며 "우리 조상들이 참 대단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과 서울 종로구청은 이날 '서울 문묘·성균관' 지붕 보수 공사 현장을 일반 시민들에게 깜짝 공개했다. 스무명이 넘는 시민들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문화재를 구석 구석 살펴보며 사진 촬영도 하고 메모를 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17일 국가유산청으로 명칭을 바꿔 새롭게 출범하는 것을 계기로 5월 한 달 동안 전국 31개소 국가유산 수리현장을 특별 공개했다.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이 지난해 국가유산기본법 등으로 제·개정되면서 문화재청 이름도 17일부터 국가유산청으로 바뀌게 됐다. ━대성전 지붕, 왜 보수 작업 나서게 됐나 ━ 서울 문묘와 성균관은 조선시대에 공자를 비롯한 선현의 제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생각엔터테인먼트 사옥. 사옥 앞 좁은 골목길에 방송용 카메라 4~5대와 취재진 10여명이 차례로 도착했다. 생각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김호중(33)과 관계자 등이 뺑소니(사고 후 미조치), 증거인멸 등 의혹을 받으면서 취재진이 몰렸다. 이날 낮 12시 30분쯤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한 남성이 정장을 입고 생각엔터테인먼트 사옥으로 들어섰다. 그는 "압수수색 때문에 왔냐"는 취재진 질문에 "압수수색 나온다는 것 같다"고 답했다. 남성은 "회사측 변호인이냐" "언제쯤 압수수색이 나온다고 들었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사옥으로 들어갔다. 경찰이 김씨 자택과 소속사를 압수수색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경찰은 부인했다. 이 남성은 이날 오후 3시 15분쯤 사옥을 나왔다. 취재진이 대로변까지 40여m 이상 쫓아갔지만 그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생각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들은 굳은 표정으로 '압수수색 진행에
미국 영화 속 범죄조직이 쌓은 은괴 같기도, 은박지에 쌓인 초콜릿 같기도 한 게 경기도 모처 인선모터스 공장 한켠의 김치냉장고 만한 자루에 담겨 있었다. 프린터 잉크처럼 비릿한 냄새가 났고 겉보기에 가치 없는 폐기물 같았지만 박정호 인선모터스 대표는 "희귀 광물을 함유한 전기차 폐배터리의 셀(cell)"이라고 설명했다. 셀은 전체 배터리를 구성하는 소형 배터리를 일컫는 말로, 파쇄하면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 이차전지나 ESS(에너지저장장치)를 다시 생산할 희귀 광물을 얻을 수 있다. ━1세대 폐배터리 기업...환경부 매뉴얼도 대신 만들어━인선모터스는 국내 폐기물 처리 1위 기업 인선이엔티의 '폐차' 계열사다. 2017년부터 사업 범위를 전기차로 확장하면서 전세계에서도 드문 전기차 해체 기업이 됐다. 2019년 환경부의 위탁을 받아 첫 '전기차 분리작업 안전 기준'을 만들고 관련 법의 시행규칙 마련에도 동참했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활용법이 재사용과 재활용 두 가지다. 성능이 70%를
"7년 전 부처님 오신 날은 태국에서 보냈어요. 올해는 한국의 가장 유명한 절을 찾아왔어요." 부처님 오신 날인 15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만난 네덜란드 국적 아리아나(31)는 연등을 배경으로 연신 '셀카'를 찍고 있었다. 연휴를 맞아 서울 여행을 왔다는 아리아나는 "2017년 태국에서 묵언수행을 해본 이후로 불교 명상을 자주 한다"며 "불자는 아니지만 불교가 '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아리아나와 함께 조계사를 찾은 이탈리아 출신 일레니아(30)도 "한글을 몰라서 스님 말씀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사랑과 마음의 평화, 평안함, 감사하는 마음이 주변에 있기를 바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봉축법요식이 진행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인파가 몰렸다. 공식 참석 인원은 1만여명. 아리아나와 일레니아 같은 외국인 관광객도 다수였다. 석가모니의 탄신을 기리는 설법 사이로 외국어 감탄사가 곳곳에서 들렸다. 젊은 커플부터 노년의 부부까지 나이대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일본 도쿄의 5월은 '스타트업 축제'의 달이다. 지역 곳곳에서 관련한 다양한 행사가 열려서다. 특히 이주엔 '일본판 CES'(세계IT·가전전시회)라고 불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 스타트업 전시·콘퍼런스 '스시테크 도쿄 2024', 일본 주요 대기업과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등 소위 말하는 '큰손'들이 총출동하는 '클라이머스 스타트업 재팬 엑스포 2024' 등이 동시에 개최된다. 15일 '스시테크 도쿄 2024'와 '클라이머스 스타트업 재팬 엑스포 2024'가 열리는 도쿄 오다이바의 국제 전시장 빅사이트. 인근 호텔은 이미 각국에서 몰려든 스타트업 관계자들로 대부분 만실이었다. 호텔 연회장들도 동이 나긴 마찬가지였다. 일본 이동통신사업자 KDDI를 비롯해 세일즈포스, 미쓰비시, NTT, NEC, 소프트뱅크 등 주요 기업들이 일본의 DX(디지털전환) 화두를 함께 풀어
'굴뚝 없는 공장'은 첨단 제조업의 상징과 같다. 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산업 분야는 공장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도 한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자생메디바이오센터의 외관도 연간 800톤(t)의 한약재를 가공·공급하는 조제 시설로는 보이지 않는다. 미술관을 떠올리게 하는 깔끔한 외관에 실내도 소음이 거의 없이 조용하다. 자생메디바이오센터는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 총 7000평(2만2792.57㎡) 규모의 국내 최대 한방의약품 조제 시설이다. 국내 최초로 식약처 hGMP(한약재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실사를 거쳐 인증을 획득했고, 5년 연속 hGMP 우수업체로 선정되며 한약의 표준화·과학화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지하 1층 조제용수 관리 시설에서 △1층 한약 품질 검사 시설 △2층 약침과 한약 조제 시설 △3층 한약재 생산과 품질검사 시설 △4층 제이에스 뮤지엄까지 누구든, 원하는 사람은 예약을 통해 방문 견학할 수 있게 오픈돼 있다.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
"90일 정도 지나 벌집이 이 정도 크기가 되면 시설 하우스로 보냅니다." 박기영 농업연구사는 가로 40㎝, 세로 30㎝, 깊이 20㎝ 정도로 보이는 플라스틱 상자를 내오며 이같이 말했다. 상자 안엔 검지손가락 한 마디만 한 여왕벌 1마리 주변을 50~80마리의 일벌이 둘러싸고 있었다. 이들은 시설과일·채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화분매개벌'로 길러졌다. 관계자는 "수백 개 상자가 스마트사육시설 내 여러 곳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된다"며 "이미 박스마다 주인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전북 전주역에서 차로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후위기로 꿀벌들이 멸종위기에 빠지자 2021년 7월 이곳에 양봉(養蜂·벌을 기르는 축산업)생태과가 꾸려졌고 각종 '꿀벌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농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에서 사라진 꿀벌은 약 78억마리다. 이는 전체 꿀벌의 약 18%에 해당한다. 기후변화로 꿀벌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밀원식물의 개화기간이 단축
"삐리리리 삐리리리." 지난 8일 오후 2시20분쯤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에서는 커다란 알림 소리가 들렸다. 무전기에서 "한 남성이 마포대교 난간에 앉아있어 투신이 우려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검은색 근무복을 입은 한강경찰대 대원 3명이 즉시 신형 고속정으로 달려갔다. 박철환 팀장(54)이 가장 먼저 도착해 고속정의 운전대를 잡았다. 김봉석 대원(44)은 박 팀장 바로 옆에서 실시간으로 무전 내용을 들으며 구조대상자 위치를 파악했다. 윤희조 대원(40)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즉시 물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선미에서 대기했다. 새파란 하늘 아래 뜨거운 햇빛이 쏟아졌다. 강물에는 비늘 같은 윤슬이 반짝였다. 그림 같은 날씨에도 마포대교와 잠실대교에서 투신 의심 신고가 연속으로 접수됐다. 순찰차와 119구급대 차량이 대교 위에 먼저 도착해 구조대상자를 설득하고 있었다. 다행히 2곳 모두 실제 투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강경찰대 대원들은 이날 오후 7시4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가 컨설팅 해 준 전북 남원 '춘향제' 먹거리의 가격이 착해졌다. 지난 10일 개막한 '춘향제'를 방문해보니 확 바뀐 먹거리 장터의 인기가 심상치 않았다. 저녁 7시였던 춘향제 개막식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이미 인기 메뉴를 파는 부스엔 긴 대기줄이 만들어졌다. 춘향제 먹거리 장터에서 가장 긴 줄을 만든 건 '닭바베큐'였다. 이 곳에서 가장 비싼 가격인 1만5000원을 받는 닭바베큐는 2만원을 넘어 3만원대로 가고 있는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에 비교하면 그야말로 '반값'이었다. 양도 닭한마리를 그대로 구운 직화구이여서 적지 않았다. 대형 참나무 장작구이 기계도 볼 수 있도록 설치해 통으로 굽는 광경을 축제 관람객들이 확인할 수 있어 믿고 먹을 수 있었다. 흔히 '바베큐'는 지역 축제 장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지만 다른 곳에선 '바가지 음식'의 대명사였다. 최근 바가지 음식으로 논란이 된 지역 축제들은 대부분 '돼지바베큐'를 파는 곳이다. 대형 바베큐 기
# 세 아들의 아빠인 필리핀 노동자 줄리어스 메띵은 매일 새벽 5시, 아침 기도로 일과를 시작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줄리어스는 필리핀에 있는 가족의 건강과 하루의 안전을 기원하고 조선소로 출근한다. 오른쪽 가슴에 필리핀 국기와 '줄리어스'라는 한글 명찰이 달린 작업복을 입고 도장(페인팅) 작업을 시작한다. 페인트가 곳곳에 묻은 작업화와 작업복 차림을 하고 만난 줄리어스는 "한국에 가족을 데리고 와 함께 사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조선소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조선업 경기가 최근 되살아나면서 부족해진 일손을 외국인 노동자가 메운다. 도장같은 비교적 단순한 업무부터 사전 교육과 전문 지식이 필요한 용접, 전기 배선까지 다양한 공정에서 외국 일손이 활동 중이다. 사뭇 '다른' 동료를 맞이한 조선업 현장도 변하고 있다. 기본적인 언어와 직무 교육은 물론 식단과 조직문화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동료로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진다. 조선
"삐리리리 삐리리리." 지난 8일 오후 2시20분쯤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에서는 알림 소리가 귀를 찔렀다. 무전기에서 "한 남성이 마포대교 난간에 앉아있어 투신이 우려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검은색 근무복을 입은 한강경찰대 대원 3명이 즉시 신형 고속정으로 달려갔다. 박철환 팀장(54)이 고속정의 운전대를 잡았다. 김봉석 대원(44)은 박 팀장 바로 옆에서 실시간으로 무전 내용을 들으며 구조대상자 위치를 파악했다. 윤희조 대원(40)은 급히 잠수복으로 갈아입은 채 선미에서 대기했다. 고속정은 한강 물살을 빠르게 갈랐다. 새파란 하늘 아래 뜨거운 햇빛이 쏟아졌다. 강물에는 비늘 같은 윤슬이 반짝였다. 대원들은 출발한 지 약 4분만에 구조대상자가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순찰차와 119구급대 차량이 대교 위에 먼저 와 구조대상자를 설득하고 있었다. 이촌치안센터 대원들도 물 위에서 대기 중이었다. 한강경찰대 대원들은 이날 오후 7시40분쯤 투신하려던 10대 여학생과 이를 막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