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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선거는 구도 싸움'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훌륭한 인물이 좋은 정책을 들고 나와도 성공하기 힘든 현실을 빗댈 때 이 말이 인용된다. 실제 기존 정치권은 이념, 지역, 세력 등 구도를 짜고 선거를 주도한다. 무소속이나 소수정당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절감하는 벽도 바로 구도다. 이번 대선에서도 구도의 위력이 확인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선거 막판 지지율 급상승을 이끌어내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우파와 좌파,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 반문(반문재인)과 문재인 등 다양한 구도를 만들면서 자신에게 모일 수 있는 표를 최대한 짜내고 있다. 반면 나름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 했던 후보들은 구도의 덫에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문턱을 넘지 못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그랬다. "보수의 나라도, 진보의 나라도 아니다"고 포효하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주전 지지율의 절반을 까먹었다. '가짜 보수'와 함께 '기호 2번'까지 버린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한국이 THAAD(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을 내는 게 적절하다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 그건 10억달러(1조1400억원) 짜리다." (4월27일 로이터통신) "사드는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왜 우리가 그 돈을 왜 내야 하는가?" (4월28일 워싱턴타임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우리나라에 사드 비용 부담을 요구했다. 시점이 묘하다. 미군이 경북 성주 골프장에 사드 장비를 배치한 직후다. 애당초 공짜로 주겠다더니 물건을 넘기자 마자 돈 내라고 큰 소리 치는 셈이다. 당초 미군은 우리가 부지와 기반시설만 제공하면 사드의 운영·유지 비용은 자신들이 부담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약속을 뒤집은 셈이다. 금융상품으로 치면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 불완전판매는 고객이 부담할 비용이나 위험 등에 대해 충분히 알리지 않고 상품을 파는 것을 말한다. 굳이 따지면 '사기'나 다름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중소기업들을 도산 위기로 몰아넣은 키코(KIKO·녹
대선후보 TV토론이 회를 거듭할수록 냉정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수준 미달" "네거티브 매몰"…. 틀린 말은 아니다. 23일 밤 방송된 중앙선거관리위 주최 합동토론회에선 '저걸 TV 토론에서 꼭 말해야 하나' 싶은 민망한 주제도 정색하고 말하는 후보, 여기에 반쯤 화내듯 대꾸하는 상대 후보, 이들을 싸잡아 "초등학생같다"고 비난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그렇다고 TV토론이 백해무익일까. 혹평에도 불구하고 대선 TV 토론 횟수는 줄지 않는다. 도리어 조기대선 짧은 일정 중 이틀에 하루꼴로 TV토론을 치를 정도다. 이 정도면 TV 토론의 존재이유가 분명히 있다. TV토론의 첫 효용은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다. 토론 한 번 잘 한다고 지지층이 갑자기 넓어지진 않지만 지지층의 불안을 달래거나 진정시켜 이탈을 막는 효과가 있다. 토론회의 존재이유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대선후보 토론회 시청률은 지난 13일 11.6%에서 21일 26.4%, 23일은 38.5%로 껑충 뛰었다. 그만큼
만약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에서 북한의 체제 급변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 보고서가 공개된 적이 있다. 작성자는 공화당 싱크탱크 AEI(미국기업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이었다. 그는 2004년 보고서에서 북한의 최고지도자 사망 등 급변 사태시 펼쳐질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최고지도자 사망시 북한은 군부 내 파벌 간 대립으로 내전에 돌입한다. 전략무기를 손에 넣기 위한 군벌 간의 전투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군 지휘체계가 붕괴되면서 조선인민군 대다수는 빨치산이 돼 흩어진다. 주민들이 빨치산을 피해 피난길에 오르면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한다. 상당수 난민들이 압록강·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유입된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난민 유입 억제를 위한 내전군 무장해제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압록강·두만강을 건너 남하를 시작한다. 한미 연합군도 중국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즉각 북진을 개시한다. 양측은
국민의당이 지난 16일 한 여론조사기관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관이 설정한 대선후보 가상대결 질문이 자칫 국민의당에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아 다르고 어 다르게' 질문한들 결과는 같지 않을까. 국민의당은 “그렇지 않다”는 쪽이다. 경험적, 제도적으로도 여론조사에서 '질문'의 힘은 막강한 걸로 드러난다. 흔히 여론조사 결과표에는 '지지도 조사'라는 항목뿐 아니라 실제로 뭐라고 질문했는지 문장을 담는다. "귀하는 ○○○ 후보와 □□□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 아주 '드라이'한 질문이다. 수식어를 붙이면 "귀하는 청렴한 ○○○ 후보와 부패한 □□□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쯤 된다. 이런 질문은 결과에 영향 주는 건 둘째 쳐도 응답자들에게 후보나 정당의 이미지에 대한 잔상을 남긴다. 이게 너무 극단적 설정이라면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의 단일화 여론조사를 보자. 양측 사활을 건 힘겨루기의 쟁점은 여론조사 질문
"'박근혜씨' 덕분에 정치 얘기 좀 더 하게 됐죠." 모 대선후보 일정을 쫓아다니던 중 서울 소재 한 대학교에 들렀을 때 만난 대학생들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젊은층의 여론을 듣고자 대학생 몇몇에게 다음 대통령은 어떤 기준으로 뽑을 건지 물었을 때다. 대부분 "'이 사람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배제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얘기를 종합하면 출발점은 한마디로 '박근혜 트라우마'다. 왜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를 제대로 검증하고 걸러내지 못했냐는 데 대한 '자괴감'인 셈이다. '박근혜 트라우마'는 20대 청년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19대 '장미 대선'을 접하는 국민들 모두 갖고 있다. 뉴스를 더 찾아보고 TV토론에 더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선택에 대한 반성인 듯 하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상대편을 향해 "제2의 박근혜" 등의 꼬리표를 붙이느라 정신없는 것도 '박근혜 트라우마'의 다른 모습이다. 꼬리표 붙이는 과정은 '검증 전쟁'으로 포장된다. 자극적인 개인
2007년 8월, 청와대 대통령 관저 접견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병준 정책특별보좌관(특보)과 마주 앉았다. 그해말 대선을 앞두고 막 출범한 대통합민주신당이 화제에 올랐다. 노 대통령은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대통합신당 합당을 용인할 생각이었다. 김 특보가 직언했다. "신당을 인정하지 말고 열린우리당을 지키셔야 합니다. 그래야 퇴임 후 제대로 숨을 쉬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단칼에 잘랐다. "대세라 어쩔 수 없어요. 또 신당에 가서도 이쪽 사람들이 잘 할 겁니다. 대선후보가 될 수도 있어요."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등 이른바 '친노계'가 대통합신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김 특보는 물러서지 않았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못 이깁니다.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다 합쳐봐야 3이 아니라 1.3 밖에 안 됩니다. 정동영은 1.5입니다. 상대가 안 됩니다." 노 대통령이 발끈했다. "이해찬 한명숙이 왜 안 돼요? 또 내가 뭘 잘못했다고 퇴임 후 걱정을
#2012년 12월 4일 열린 첫 대통령 선거 후보 TV토론. 이날 주인공은 박근혜도, 문재인도 아니었다. 이정희의 독무대였다. 이정희는 박근혜에 독설을 퍼부었다. 이정희 지지자 뿐 아니라 문재인 지지자들도 환호했다. 대리만족이었다.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입니다.”는 말을 남기고 이정희는 사라졌지만 18대 대선은 이 장면으로 기억된다. 그나마 박근혜는 동정을 얻었다. ‘국민행복’과 ‘경제민주화’로 선거를 이끌었다. 패자 문재인의 선거는 딱히 기억에 없다. #2017년 대선 레이스 전반전. ‘문재인 대세론’이 강했던 것으로 비쳐졌다. 당내 경선, 전체 지지율이 모두 그랬다.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탄생한 ‘대세론’이었다. 문재인이 만든 대세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전반전 기억에 남는 것은 ‘대연정’과 ‘선의’다. 대세의 문재인은 선거를 주도하지 못했다. 오히려 주인공은 안희정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내내 이슈는 ‘대연정’이 주였다. ‘안희정
"왜 이런 조사가 되는지 짐작은 가지만 참 어이가 없습니다. 집권 후까지 내다본 사업구상은 이해할 만하지만 공정한 여론조사가 됐으면 합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지난 7일 페이스북 글이다. 나흘 앞서(3일) 쿠키뉴스와 조원씨앤아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자신의 5자 구도 지지율이 16.1%인데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7%에 그쳤다고 했다. 언뜻 보면 홍 후보 지적도 일리 있다. 지지율이 2~3일만에 반토막이 났으니 억울할 법도 하다. 하지만 조사가 잘못됐다는 뚜렷한 근거는 없었다. 대신 여론조사기관이 1등 후보에 줄선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날을 세웠다. 대선기간 여론조사를 대하는 다른 후보들의 태도도 비슷하다. 겉으로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조사에는 "조사 시점이 잘못됐다" "구도 설정이 오류다"며 신뢰도에 문제를 삼는다. 핵심은 "특정 후보를 띄우기 위한 여론조사 아니냐"는 거다. 해당 여론조사가 특정인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몰아세우며 신뢰도 자
우리나라 대통령에 대한 두가지 속설이 있다. 첫째, 안경을 쓰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둘째, 서울대를 나오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사실일까? 적어도 지금까지 국민 직선제로 선출된 대통령 중엔 안경 쓴 사람이 없었다. 윤보선·최규하 전 대통령이 안경을 썼지만 각각 국회와 통일주체국민회의의 간접선거로 뽑혔다. 직선제 대통령 중에도 이명박,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재임 중 안경을 쓰곤 했지만, 선거기간 중엔 안경 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서울대 출신은 어떨까?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48년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해 졸업까지 하긴 했다. 하지만 당시엔 대학에 갈 형편이 되는 사람이 턱없이 부족했다. 서울대라도 원서만 내면 들어갈 수 있던 때였다. 제도화된 대학 입시를 거쳐 서울대에 들어간 사람 중엔 아직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안경과 서울대의 징크스는 어느 정도 사실인 셈이다. 안경 징크스의 경우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안경 낀 대통령이 당선
#전국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세무서는 서울도, 울산·창원도 아닌 부산에 있다. 부산 남구 수영구 해운대구를 한꺼번에 관할하는 수영세무서. 2016년 국세통계에 따르면 수영세무서의 2015년 세수는 11조5000억원으로 전국 세무서 중 최고다. 한 해 전보다 무려 8조9000억원 늘어난 경이적인(?) 성장이다. 수영세무서는 금융위기 이후인 1999년 해운대세무서를 통폐합하면서 한차례 몸집을 불렸다. 결정적으로는 최근 문현금융타운(남구) 등 금융공공기관과 금융사들의 지방이전 이전 덕이 크다. 예탁결제원, 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거래소 등이 옮겨오면서 증권거래세, 법인세 등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따라서 수영세무서의 영광을 부산경제 회생의 증거로 읽으면 명백한 착시다. 지역에 뿌리를 둔 기업들이 잘 돼서 생긴 일이 아니다. 예컨대 거래소 본사는 부산에 있지만 실질적인 금융 경제 활동이 벌어지는 경제수도는 서울이다. #부산의 진짜 경제활동은 어떤 상태일까. 상징적 지표가 둘 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 외교 무대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한국 외교당국을 보면서 떠오른 속담이다. 최근 흐름만 보면 딱 들어맞는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가시화되는 시점, 한‧중 불협화음을 막을 구원투수로 기대한 게 미국이었다. 애초 우리 외교당국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의 첫 한중일 순방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실제 틸러슨 장관도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은 부적절하고 유감스럽다"며 이어질 방중 기간 중 사드 문제를 언급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정작 중국을 방문한 틸러슨 장관은 사드를 언급하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왕이 외교부장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식이건 비공식이건 ‘사드’ 배치의 타당성을 설명하거나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에 유감을 표하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우리 외교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틸러슨 장관의 방한을 두고도 이미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