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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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정권의 성공은 관료집단 관리능력에 좌우.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시절 이미 사회권력이 국가권력을 능가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정확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권력뿐만이 아니라 능력이라는 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해방 후 지금까지 국가사회를 이끌어온 엘리트 집단을 유형별로 보면 크게 식민지 지식인 엘리트(양반사대부 후예들)→ 군부엘리트→ 관료엘리트→ 기업엘리트 등으로 변천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사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은 힘과 능력 모두에서 기업엘리트를 중심으로 한 민간엘리트 세력에게 현저하게 밀리는 관료엘리트가 아직도 무리하게 기득권을 유지한 채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참여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국민대 김병준 교수는 그의 역저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에서 그런 문제를 냉철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국가지도자에게는 도덕성이나 민주성 등의 덕목도 중요하지만, ‘퍼머넌트 가번먼트(Perm
1월 1일 기자 간담회에서 본 박근혜 대통령은 여유로웠다. 탄핵과 구속의 위기를 마주한 대통령의 표정은 아니었다. 어릴 적 청와대 녹지원에서 뛰어놀며 나무에 그네를 걸려고 했던 추억도 풀어놨다. 불안감에 떨고 있을 것이란 세간의 예상과는 달랐다. 최근 만난 여권 관계자는 "이해가 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믿는 구석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1년 가까이 미뤄져 박 대통령이 사실상 임기를 채울 수도 있다"는 색다른 전망을 내놨다. 2월말 또는 3월초 탄핵심판 청구가 인용될 것이란 일반적인 관측과 거리가 있는 해석이다. 근거를 묻자 그는 박 대통령측이 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를 공개했다. 바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소장 임명권 행사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오는 31일 박한철 헌재소장이 퇴임하면 황 권한대행이 새로운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한다. 정부는 국회에 신임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보낸다. 야권은 황 권한
13. 대통령의 청와대, 인사개입은 위헌. 장관이라는 자리는 각 부처의 보스로서 자신의 책임하에 밑의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장관 자체가 권한이 없으면 책임행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이와 관련해 나는 청와대가 각 부처의 내부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위헌제청 소송의 대상이라고 본다. 정부조직법에는 장관의 권한이 정해져 있다. 장관의 권한 중 제일 중요한 것이 인사권이다. 그것을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행사하는 것은 장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써 직권 남용이자, 정부기관간 권한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권력의 뿌리로 돌아가 보자. 민주국가에서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이 직접 권력을 행사할 수 없으니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에게 그냥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정해서 위임한다. 장관의 권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법에 대통령의 권한이 있고 장관의 권한이 있다. 대통령이라고 장관의 권한을 함부로 침해할 수 있는가. 물론 사무관
12. 대통령은 일을 열심히 하면 안된다. MB정부 때 일이다. 민심이 매우 좋지 않았다. 다들 걱정을 하자,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한 친구가 이렇게 얘기했다. ‘그래도 우리 대통령은 일은 열심히 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대통령이 모든 일을 자신이 챙기겠다고 하는 것은 과욕이며, 오만하고 독재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또 일이 잘 되는가? 그렇게도 안 된다. 결과적으로 모든 일에 책임만 지게 된다. 구체적인 내용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그 많은 일을 챙기겠는가. 처음부터 무리한 접근이다. 대통령은 각 부처의 업무에 따라 능력에 맞는 사람을 임명해서 그 사람이 충분히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그 사람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해결해주는 것, 이것이 대통령의 정상적인 권한이다. 너는 내가 임명한 사람이니 네 권한이 다 내 것이고, 결국 너는 내가 하라는 대로 하라는 것은 애초 가능하지도 않은 일을 시도하는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정두언의 정치상식] 모아보기 지도자를 한
촛불로 기억될 2016년이 지나고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정치부에서 보낸 6년 중 지난 1년은 잊지 못할 한해다. 국가를 뒤흔든 ‘최순실 스캔들’, 그리고 그 혼란을 정리해낸 민심의 힘을 보면서 분노와 감동, 절망과 희망을 넘나들었다. 민심은 이미 지난해 4월 존재를 드러냈다. ‘1여다야’로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예상을 깨고 참패했다. 공천 과정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무리하게 ‘물갈이’에 나섰던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제대로 된 물갈이야 필요한 것이지만 기준이 문제였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당시 공천기준이었다.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 ‘진박 감별사’ 등 우스꽝스러운 단어까지 등장했다. 비박(비 박근혜)계인 김무성 전 대표가 직인을 찍지 않고 버텼지만 당 내부 갈등과 비박의 무능함만을 부각시킬 뿐이었다. 민심을 이반한 폭주는 16년만의 ‘여소야대 국회’를 낳았다. 새누리당은 과반수 의석은 커녕 더불어민주당에 1당 자리까지 내줬다. 여당은 그래도 민심
2017년이다.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기다리던 이들에겐 사실상 '절반의 한해'가 시작됐다.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이 언제일지 아무도 모르지만 2017년 겨울에 대통령 선거를 치를 것으로 생각하는 이는 드물다. 10주에 걸쳐 계속된 촛불집회에는 연인원 10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참여했다. 한 언론사 신년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83.5%가 이번 대선으로 정권교체가 될 것으로 내다 봤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이며 '어느 당'이 집권여당이 될 지에 대해선 견해가 여전히 엇갈린다. '대선잠룡'들의 행보는 바빠지고 정당 간 이합집산도 개혁보수신당의 등장으로 속도를 더하고 있다.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에 의해 유린당한 헌법에 대해 "그러니 지키자"는 측과 "그러니 바꾸자"는 측의 정략적 이해가 맞물려 충돌하고 있다. 결선투표제 도입도 중요한 정치 아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조만간 각 정당의 경선 룰을 둘러 싼 치열한 수싸움도 예정돼 있다. 말 그대로 '대선'이 정말 코앞으로
11. 대선공약집은 선거 승패에 별 영향을 못준다.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중도 사퇴한 후 미국에서 지내다 귀국한 MB는 2001년 가을 한나라당에 국가혁신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미래분과위원장을 맡아 정치에 복귀했다. 관료적인 발상에서 만든 국가혁신위원회는 이름은 거창했지만 사실 이회창의 대통령 당선에 아무런 도움이 안됐다. 엄청난 인력과 자금을 동원해 국가혁신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지금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늘 그렇듯이 큰 선거에서의 승부는 담론적 이슈 한 두 개를 누가 내놓느냐에 따라 갈린다. 내 경험으로 보건대 선거에서 종합대책성 ‘대통령선거공약’으로 승부를 거는 일만큼 멍청한 것도 없다. MB가 서울시장 선거 때 내놓은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는 선거 판세를 결정지은 위닝샷(Winning shot)으로서 전형적인 담론적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선거에서 대형 이슈를 주도한다는 것은 판을 장악하는 것이다. 담론적 이슈는 반드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이슈여야
10. 모든 대선의 성패는 연대가 좌우한다. 1997년 대선에서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이회창은 김대중에게 패배했다. 대선이 끝나면 이긴 쪽에서는 이긴 이유가 100가지가 나오고, 진 쪽에선 진 이유가 100가지가 나오게 되어 있다. 2002년도의 두 번째 패배까지 포함에서 지금도 수많은 패인들이 마치 소 되새김질 하듯이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지만, 그 모든 패인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 될 수 있다고 본다. 그 하나는 연대(Coalition)의 실패, 또 하나는 중간층 지지확보의 실패다. 어떻게 보면 이 둘은 별개라기보다는 서로 연계되어 있기도 하다. 선거정치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일반적인 현상이긴 하나,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그것도 소위 ‘87체제’라 불리는 대통령단임제 이후의 대통령선거는 지역연대든 인물연대든(이것도 실은 지역연대의 다른 형태이다) 누가 연대를 잘 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었다. 노태우는 YS(김영삼)와 DJ(김대중)의 연대실패 즉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에 힘입어
9. 우리나라에 책임총리가 가능한가?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상술한 바와 같은 부조리한 권력의 조직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국무총리제를 없애고 정·부통령제를 만들어 대통령이 권한·책임을 동시에 지는 책임정치를 하는 것이고, 둘째, 현행 법체계에 맞는 책임총리를 임명하여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첫 번째 대안은 우선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한다. 우리나라 국무총리제의 골격은 이승만정권 때 6.25전란의 와중에서 벌어진 부산정치파동의 타협적인 수습결과로 나온 발췌안개헌에서 유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국무총리제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조선시대의 임금 및 재상체제와 너무 흡사하다. 조선시대 때도 민심의 이반이 심각한 상황이 오면 왕을 대신해 정승들에게 책임을 묻곤 했는데,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맥락은 이래서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헌법개정은 모두가 알다시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고, 또 가까운 시일 내
8. 국무총리라는 자리의 허구성.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위시해서 국무위원을 임명하는 일에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지대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국무총리에 대한 과도한 관심에 대해선 다소 냉소적이다.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행사하는 국무총리라면 관심의 초점이 되어야 마땅할 터이지만, 어차피 실질적으로는 그만한 정치적 의미가 없는 상징적인 총리에 대해서 무슨 그리 큰 기대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은 이렇게 사안의 본질은 안 보고 그냥 과거의 타성대로 사안의 껍질 또는 그림자만 봄으로써 오히려 국민들의 시야를 흐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선임된 총리후보들의 일성이 대체로‘대통령을 정확하고 바르게 보필하는 게 책임총리 아니겠느냐’를 보면 혹시나 했던 책임총리(언론에서 얘기하는 책임총리라는 개념이 내가 주장하는 '주어진 법적권한을 실제로 행사하는' 총리와 유사하다)의 출현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역시나 였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헌법과 법률에 정
7. 대한민국은 3권분립의 민주국가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국무총리의 권한문제 이상으로 국가 기본질서 상 심각한 문제가 또 있다. 민주국가의 기본원리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삼권분립의 원칙이다. 민주국가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서로 독립하여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민주주의를 실현해가는 나라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과연 삼권분립이라는 민주국가의 기본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나라인가. 아니다. 그것도 분명히 아니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은 국민의 대표들 중의 대표로서 대통령을 견제하며 국가권력의 균형을 이루는 헌법상의 권위와 위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일국의 국회의장을 사실상 다수 여당의 의원총회에서 선출한다. 그 선출이라는 것도 요식행위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사람이 선출되는 것이 통례다. 더욱 우스운 것은 다수 여당 내 유력한 후보자가 국회의장을 안 하려고 빼는 경우도 가끔 있다. 관례상 국회의장을 하고 나면 사실상
6. 대통령과 총리부터 어기는 대한민국 법치주의. 나의 책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가 출간되어 세간의 관심을 끌 때도 그랬지만, 조각이나 개각 등을 앞두고 국무총리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고 청문회로 시끄러울 때면 어김없이 나에게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 그럴 때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최고의 총리가 누구며, 최고의 총리는 어때야 하냐는 것이다. 솔직히 제목이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라서 그렇지 내가 책을 쓰면서 세운 기준은 누가 총리로서 최고로 훌륭했었냐가 아니라, 누가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총리로서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려 했는가 였다. 다시 말하면 나는 우리나라의 역대 총리 중에 자기의 법적 권한을 제대로 행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총리로서의 권한을 명실상부하게 행사하려 했던 (실제로는 못했더라도) 사람을, 즉 속된 말로 ‘총리로서의 자기 밥그릇을 제대로 챙기고자 한 사람’을 그나마 최고의 총리라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는 헌법과 법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