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3월 일본의 게임기업 닌텐도가 1962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적자가 6000억 원이 넘는 큰 규모였고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36%감소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는 왜 닌텐도 게임기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없느냐’했던 때가 불과 3년 전이었는데 그 동안 이 회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닌텐도는 엔화 강세를 실적부진의 원인으로 든다. 확실히 일본의 수출기업으로 어려움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 보면 그 위기에는 게임산업의 변화가 있다. ?그것은 2009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스마트폰의 보급이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더 싸고 다양한 게임을 유행시켰고 닌텐도는 DS와 Wii같은 별도기기 위주의 사업을 하는 까닭에 그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 자유자재로 변해왔던 닌텐도가 단지 별도기기사업을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보급을 간과했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설득력이 약하다.
2009년 3월 회계연도에 닌텐도는 2조 9천억 원이라는 엄청난 당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예전의 화투를 만드는 기업에서 아이디어 만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세계가 닌텐도를 주목했고 모든 기업들이 닌텐도를 배우자고 나섰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시장은 우리가 만든다. 시장조사는 필요 없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나서 닌텐도의 사업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시장조사를 하지 않아서였을 까. 하지만 작년 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닌텐도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이렇게 말했다. "모바일 게임산업은 단기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닌텐도는 오픈 소스, 무료 게임을 절대로 할 생각이 없습니다. 모두가 한다고 맞는 것은 아니지요." ?결국 이 발언이 닌텐도의 현재 결과를 단적으로 설명한다. 문제는 이렇게 자신감이 지나치면 우리 회사 이외의 정보를 무시하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다.
1970년대 말 개인용컴퓨터를 성공적으로 출시한 애플은 기세를 몰아 1980년 주식을 상장하고 1984년에는 그래픽 디자인기능이 강화된 맥킨토시 컴퓨터를 출시한다. 맥킨토시는 초기에 많은 사람들의 반짝 관심을 끌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소프트웨어의 부족으로 시장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후일담이지만 그 상황을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는 맥킨토시가 무지하게 잘 팔릴 줄 알았어요. 사실, 우리가 맥킨토시를 만든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고 우리를 위해서였죠. 맥킨토시가 위대한 상품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건 우리였습니다. 시장조사는 안 했어요. 전화를 발명한 그레이험 벨이 시장조사하고 발명했나요? 천만의 말씀.”
필자는 기업의 리더들을 만나면 경쟁회사에 대해 물어 본다. 잘 나가는 기업의 간부일수록 의외로 경쟁사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심하게는 경쟁사가 어디인지 바로 대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당연히 산업의 변화도 잘 모른다는 뜻이다. 그 상태에서 기업은 제대로 된 경영상의 의사결정을 당연히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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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가 승승장구하며 자신감에 빠져 있는 동안 게임산업은 모양을 바꾸었다. 승리의 기쁨에 젖어 있는 동안 닌텐도는 애플과 경쟁을 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지나친 자신감으로 이런 변화를 간과했던 것이다. 이렇게 지나친 자신감에 빠지면 사람들은 자신이 실제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안다고 착각하며 내 주위 혹은, 우리 회사주변의 변화하는 정보를 무시하게 된다. 그래서 한 때 잘 나가던 기업의 몰락 뒤에는 산업변화에 대한 부적응이 있었고 그 저변에는 지나친 자신감이 도사리고 있다.
괴테가 말하기를 “사람들은 자신에게 요구되는 모든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이 실제보다 더 위대하다고 믿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감이 지나치면 요즘 같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기업이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도 크다. 세계 최고의 기업에서 적자기업으로 전락하기까지는 채 3년이 걸리지 않는다. 우리 나라에도 잘 나가는 기업들이 많은 요즘 주변에 자만하는 기업은 어디인지 살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