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범죄와의 전쟁' 다음이 비었다①11년째 과밀화 해소 못하는 교정시설
1980년 2만5000명을 살짝 밑돌던 미국 연방교도소 수감인원이 2010년 21만 명으로 700% 상승하며 교도소 관리에 투입되는 비용도 600% 증가했다. 2014년 미 법무부 예산의 4분의1이 넘는 69억 달러(9조2100억 원)가 연방교도소 관련 비용으로 투입될 정도로 교도소는 어느새 '돈 먹는 하마'가 됐다.
1971년 닉슨행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마약범죄 법정형이 높아져 장기 수형자가 늘어났고, 연방법 위반자들의 재범률이 50%(2019년 기준)를 넘어서며 생긴 일이었다. 심각한 시설과밀화로 범죄자들은 제대로 된 교정·교화를 받지 못한 채 출소해 재수감되는 일이 반복됐고, 결국 사회안전망의 위기로 되돌아왔다. 미국이 범죄예방에 초점을 맞춰 교정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은 닉슨이 전쟁을 선포한 지 반세기 가량 지난 2018년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와의 전쟁'이 미국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처럼 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격리만 강조돼 시설 과밀화를 방치할 경우, 재사회교육을 가로막고 재범률을 증가시켜 결국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정시설 과밀화를 해소해 사회안전망이 붕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전국 54개 교정시설 중 33곳(61.1%)이 수용정원을 초과해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여자교도소의 정원 대비 수용자 비율이 130.8%로 가장 높다. 정원 610명인 시설에 798명이 수감됐다. 6평 남짓한 수용거실(생활공간)에 정원의 약 2배 인원이 수감됐다. 창원교도소(125.2%), 대전교도소(124.9%), 제주교도소(120.4%) 서울동부구치소(118%) 등도 대표적인 과밀시설이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2021년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1200여명이 확진됐던 것도 과밀 문제와 무관치 않다.
교정시설 과밀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법무부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교정시설 수용률이 99.5%를 기록한 2012년 이후 11년 째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콩나물시루처럼 비좁은 감방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매년 지적받는 문제다. 헌법재판소도 2016년 과밀수용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해 1인당 2㎡ 미만 공간에 수용된 수용자들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교정시설 수용률은 2016년 121.2%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04%까지 다소 줄어든 상태다. 2020~2021년 교정시설 내 코로나 확산으로 법무부가 가석방을 적극 시행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코로나로 구속수사와 법정구속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시설 신축·이전이 문제 해결의 정공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진 않다. 교정시설은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지역주민의 반대가 거센 편이다. 부산에서는 구치소와 교도소가 지어진 지 50년 안팎에 달한 데다 과밀수용 문제까지 겹쳐 10여년 전부터 이전 논의가 진행됐지만 주민들 반발로 번번히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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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관계자는 "지역주민뿐 아니라 지역자치단체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교정시설 신축을) 반대하기 때문에 시설 하나 짓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교정시설 공간은 한정돼 있는데 범죄는 늘어나는 추세라 과밀수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과밀화 문제해결과 교정·교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교정실무 전반에 대한 검토를 통해 인권존중 및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수용자 처우 법제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