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가 성인 자녀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돈을 보내주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까? '생활비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과 '돈을 주는 것 자체가 증여에 해당하므로 증여세가 과세된다'는 의견 중 어느 쪽이 맞을까?
세법은 부모 계좌에서 자녀 계좌로 입금된 금액을 증여로 추정한다. 그런데 부모가 자녀의 계좌로 돈을 입금할 때의 이유는 다양하다. 부모가 단순히 자녀에게 돈을 빌려준 것일 수도, 부모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한 자녀에게 대가로 지급한 것일 수도 있다.
여러 이유에도 불구하고 부모 계좌에서 자녀 계좌로 입금된 금액은 일단 증여로 추정된다. 증여 이외의 사유로 입금된 것이라면 그 사실은 자녀가 입증해야 한다. 단순 구두 소명만으론 부족하다. 계약서·차용증·급여 지급 내역·세금 신고 자료 등 소명 내용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없다면 증여로 과세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세법은 사회통념적으로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에 대해선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도록 정한다. 이에 따라 부모가 자녀에게 보낸 금액이 증여로 인정되더라도 생활비에 해당하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핵심은 부모에게 법률상 부양의무가 존재하는지 여부다. 부모가 성인 자녀에 대해 부양해야 하는 의무는 부모 자신의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자녀가 자력이나 근로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만 인정된다. 따라서 자녀가 성년으로 독립해 직장을 다니거나 생계에 필요한 재산을 가지고 있다면 부모의 금전적 지원은 비과세 생활비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자녀가 혼인한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자녀의 배우자가 일정한 소득과 재산을 갖추고 있는 경우 부모가 자녀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지급한 금전은 비과세 생활비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자녀의 배우자가 자녀에 대한 일차적 부양의무를 부담해서다.
결국 부모가 자녀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금전을 지급하더라도 자녀가 독립적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과 그 금전이 실제 생활비로 사용되었다는 점이 함께 소명되어야 비과세 생활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증여로 과세된다.
이런 문제는 거액이 아니면 평소에는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부모가 사망해 상속이 개시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상속세 세무조사 과정에서 과세관청은 망인의 계좌 내역을 확인하는데, 자녀에게 이전된 자금이 확인되면 증여세를 부과하고 상속세 계산에도 반영한다. 이 경우 자녀들은 통상 생활비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부양의무 요건을 충족하지 않거나 지출용도에 관한 입증자료가 부족하여 수용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자녀에게 금전을 지급하는 경우 그 금전의 성격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도록 근거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 생활비로 보내는 경우라면 비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고려하여 지출내역을 남겨둘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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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회계사는 법무법인(유) 화우의 조세전문그룹 및 자산관리센터 소속 공인회계사로서 주요 업무 분야는 조세 자문과 불복이다. 국내외 기업의 법인세·부가가치세 등 각종 조세 사건 이외에도 지주회사 전환·분할·사업양도 등 지배구조 개편·가업승계·자산유동화·해외투자 등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